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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의 정복과 개간, 아프리카 선교 다시 돌아봐야

바버라 킹솔버의 <포이즌우드 바이블>

등록|2013.03.01 18:00 수정|2013.03.01 18:00

책겉그림〈포이즌우드 바이블〉 ⓒ RHK

바버라 킹솔버의 <포이즌우드 바이블>은 1950년대의 콩고(Belgian Congo)선교에 관한 이야기다. 선교에 대한 열의로 가득 찬 네이선 목사가 일가족을 데리고 아프리카 땅 콩고에 들어간 그 현장과 삶을 소개한다. 거기에는 아내 올리애너, 15살 레이첼, 쌍둥이 리아와 에이다, 그리고 5살 루스 메이까지 다섯 명의 여자가 등장한다.

물론 성경의 시각답게 콩고의 삶 속에 스며든 인간의 죄와 구원에 대한 감정도 격하게 묘사된다. 아울러 20세기 콩고의 정치적 격변기를 시작으로 30년 넘게 펼쳐지는 한 가족의 비극과 함께 콩고를 둘러싼 아프리카의 재건 역사도 이 책에 나타난다.

이 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 단순한 물리적 차원의 선교가 아니다. 아프리카 토착민들에 대한 생각과 문화를 받아들이고 깊이 이해하는 데 있다. 홍수가 나면 홍수가 나는 대로, 가뭄이 들면 가뭄이 임하는 대로, 목욕은 중류에서 식수는 상수에서 해결하는 그들의 모습 말이다. 정해진 덤불 속에 자연스레 똥을 싸서 묻으며 사는 그들의 문화 말이다.

그것은 분명 미국 시민의 격에 맞지 않을 수 있다. 아니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활수준과도 다를 것이다. 그렇지만 킹솔버는 그 속에 깃든 열강들의 식민억압과 부당착취까지도 기꺼이 파헤친다. 그와 같은 요구를 다섯 명의 여자가 바라보는 관점로 풀어 쓰고 있는 것이다.

"형제 여러분, '메 프레흐,' 우리는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식민 압제에 시달려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말할 수 있습니다. 그 모든 건 끝났습니다. 우리는 함께 정의와 평화, 번영과 영화의 땅을 만들 것입니다. 우리는 '옴 느아흐(프랑스어로 '흑인'-옮긴이)'가 자유를 위해 노력하면 어떤 것을 이룰 수 있는지 온 세상에 보여줄 것입니다. 우리는 콩고를 전 아프리카의 빛의 심장으로 만들 것입니다."(231쪽)

이는 이 책 상반부에 해당하는 서구 열강들의 시각이라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정복과 개간의 역사를 다루는 장면이다. 콩고인들의 시각 속에 언뜻 부러움과 존경이 깃들어 있음도 지적한다. 그러나 그것은 황금으로 덧칠된 외적인 모습일 뿐 그 속에는 쓰디쓴 아픔의 역사가 도사리고 있음도 깨닫게 된다.

바로 그와 같은 시각이 이 책 전반부에 드러나 있다. 이른바 콩고 선교를 둘러싼 가족들 간의 다양한 시각과 다툼들이 그것이다. 어머니와 네 명의 딸들이 바라보는 관점이 다들 다르고, 그들의 견해차도 상당한 게 그것이다.

"또 다른 날, 똑같은 여자가 자식들을 데리고 시장을 지납니다. 이제 그 여자는 백발이고 딸은 셋뿐이랍니다. 그 중 아무도 다리를 절지 않아요. 전에도 그랬듯 그들은 조금씩 대열을 벗어나죠. 딸 하나는 종종 옆에 있는 옷감을 만져보며 상인들과 그들의 언어로 얘기를 나눠요. 또 한 명은 아무 것도 건드리지 않고 자기 돈을 가슴에 단단히 움켜쥐고 있답니다. 나머지 하나는 한 손으로 엄마의 팔을 잡고 엄마가 지저분한 상자에 부딪치지 않도록 안내하죠."(656쪽)

이 책 후반부를 대표하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콩고 선교 사역 이후 30년 동안 생존한 세 사람의 관한 이야기가 그것이다. 그 중에서도 리아의 관점은 180도 달라진다. 이전에는 전쟁과 황폐의 책임이 콩고 내부 다툼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이제는 미국을 비롯한 열강들이 100% 비난받아야 한다는 그것이다. 그야말로 상처 난 아프리카 땅의 진면목을 알게 된 것이다.

누구든지, 어떤 역사든지 그 속내를 들여다보고 겪어보기까지는 진실을 알 수가 없다. 아무리 화려하게 치장한 찬란한 문화라 할지라도 그 속에 무엇이 썩어가고 있고, 곪아가고 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콘크리트 속에서 그 누가 신음하고 있는지 어찌 감히 알겠는가? 그것이 콩고의 진면목이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선교한국', '선교한국'이란 말이 크리스천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그것은 아프리카를 향한 일도 예외이지 않다. 오늘날 아프리카를 향해 수많은 한국인 선교사들이 줄지어 들어간다. 그 뜻이 귀하게 펼쳐지기 위해서는 이 책에 나온 대로, 그들의 언어와 문화는 물론이요, 애환과 설움까지도 뼛속 깊이 새기는데서 출발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아프리카 선교를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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