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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하면서도 잊지 않는 현명함 필요"

제94회 삼일절 기념식과 3·5독립만세운동 재현행사 열려

등록|2013.03.02 10:18 수정|2013.03.02 10:20

▲ 3·5 만세운동을 재현하는 극단 <둥당애> 단원과 주민 배우들. ⓒ 조종안


군산시가 주최하고 군산 3·1 운동 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제94주년 삼일절 기념식 및 군산 3·5 만세운동 재현행사가 1일(금) 오전 9시부터 군산시 구암동 '군산 3·1 운동 기념관'이 있는 구암동산 일원에서 열렸다.

극단 <둥당애>(단장 김광용)와 학생·시민 200여 명은 이날 오전 9시 군산 3·1 운동 기념관에서 출정선포식을 하고, 세풍아파트 광장을 지나 군산경찰서를 돌아오는 평화 대행진을 펼쳤다. 군산 3·1 운동 기념관은 94년 전 '3·5 만세운동'이 일어났던 장소.

▲ 지게꾼으로 출연한 원명자씨가 일본 순경에게 항의하는 장면 ⓒ 조종안


▲ 유가족으로 보이는 시민이 애틋한 표정으로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 조종안


찬바람이 볼을 시리게 하는 꽃샘추위 속에 만세 함성, 출정 노래 등을 부르며 군산경찰서를 돌아온 <둥당애> 단원들은 세풍아파트 삼거리에서 독립투사와 조선 백성이 일제에 항거하는 모습을 재현하는 퍼포먼스를 실감 나게 선보여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조선인 지게꾼으로 출연한 원명자(55)씨는 "우연한 기회에 극단 <둥당애>를 알게 되어 3년 전부터 '주민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며 "군산이 일본인 도시였고, 3·1 만세운동도 한강 이남에서 가장 먼저 일어난 도시여서 그런지 행사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동신 시장 "용서하면서도 잊지 않는 현명함 필요"

▲ 제94회 삼일절 기념행사가 열리는 군산 3·1 운동 기념관 광장 ⓒ 조종안


오전 10시부터는 3·1 운동 기념관 광장에서 3·5 만세운동 유가족, 시민, 학생, 공무원 등 7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94회 삼일절 기념식이 열렸다. 기념식은 군산 3·5 만세운동 약사 보고, 독립선언문 낭독, 삼일절 노래제창, 만세 삼창 등으로 진행됐다.

문동신 군산 시장은 기념사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불교 연합회가 작년 가을 동국사(東國寺)에 사과하고 참회한다는 내용의 참사문 비(碑)을 세웠음에도 여전히 '독도는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있다"며 일본의 이중성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일본을 원수로만 상대할 수는 없다는 것.

문 시장은 "일본의 과거 잘못을 냉정하게 용서하면서도 절대로 잊지 않는 현명함이 필요하다"며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이어받아 시민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50만 국제관광 기업도시 군산건설의 꿈을 실현해 나가자"고 말했다.

삼일절 기념행사는 군산시와 군산 3·1 운동 기념사업회가 매년 개최해오고 있으며, 특히 이날은 부모 손을 잡고 나온 초등학교 학생과 중고등학교 청소년들이 대거 참여해 올바른 국가관과 순국선열의 뜨거운 애국정신을 되새겼다.

군산의 한국인 20%가 참여했던 3·5독립만세운동

1919년에 일어난 3·1 만세운동은 평화적인 만세시위로 일제의 무자비한 무력진압에도 불구하고 불과 수개월 만에 전국으로 퍼져 나갔으며 일본, 연해주 등 재외 교포들도 시위에 참여하여 1920년 봄까지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 3·5 만세운동을 재현하는 시민과 극단 <둥당애> 단원들 ⓒ 조종안


종교계와 영명학교 교사, 학생 등이 주도한 군산 3·5 만세운동은 한강 이남 최초의 만세운동이며 남부지방으로 확산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군산에서 만세운동은 총 28회에 걸쳐 일어났으며 사망 53명, 실종 57명의 순국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해 3월 30일 밤에도 1000명이 넘는 시민이 횃불과 태극기를 들고 일본경찰과 충돌했으며, 이튿날 만세운동 주동자 공판이 열리는 광주지방법원 군산지원 법정에서 만세를 부르다 시민과 학생 47명이 구속되었다. 당시 군산 인구가 1만 3614명(일본인 6809명)이었으니 한국인의 20%가 거리로 나와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 독립만세!'를 외친 셈이다.

군산에 이어 이리(익산시)에서도 만세운동이 일어났다. 당시 영명학교 문용기(1878~1919) 교사는 '익산 군민대회'가 열리는 이리역 광장에서 연설을 마치고 만세시위를 하다가 일본 헌병의 칼에 순국하였다. 그때 피묻은 옷은 군산시 구암동 군산 3·1운동 기념관에 전시되고 있다.

부대행사로는 3월 3일(일) 오전 11시 순국자가 가장 많았던 구암교회에서 순국선열을 추모하는 기념예배가 열리고. 3월 1일부터 23일까지 군산 3·1 운동 기념관 광장에서 그림·글짓기·서예대회와 군산 3·1 운동 선교기념 타워(6~7층), 전망대에서 역사 사진전 등이 열릴 예정이다.

▲ 일경의 칼에 쓰러지는 김광용(문용기 교사 역) 단장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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