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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에서 스토리로... 구직시장의 불안한 변화

[주장] 다양한 인재상 요구해야 창의적인 청년인재 늘어날 것

등록|2013.03.04 09:18 수정|2013.03.04 09:21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신문, 방송매체를 통해, 그리고 취업에 관심있는 많은 청년들의 입에서 나온 단어는 단연 '스펙'이었다. 과히 '스펙'이라는 단어의 열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요즘 스펙이라는 단어는 오히려 식상한 단어로 치부되거나 누구나 가지고 있는 필수적인 요소이고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그 무언가로 여겨지기 시작하고 있다.

많은 청년들은 스펙이라는 단어에 부합한다는 '영어점수', '자격증' '인턴십 경험', 봉사활동 등의'다양한 활동' 등을 이력서에 기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스펙에 매달려왔다. 그러한 모두의 노력으로 대부분의 구직자들의 이력서 내용은 비슷해져버렸고, 구직자를 선택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그러한 비슷비슷한 스펙으로는 누구를 뽑아야 할지 변별력이 없지고, 누가 정말 우리 기업에 부합하는 인재인지 판단력이 흐려지면서, 스펙 그 이상의 것,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진 인재를 찾겠다는 으름장을 놓게 된다.

사람들의 관심사와 유행에 항상 주시하는 방송, 신문 등의 매체에서는 스토리가 있는 사람이 경쟁력이 있다는 메세지가 담긴 컨텐츠들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기업에 취업하는 게 꿈인 청년들은 아니지만 가수가 꿈이고 노래하는 것이 꿈인 가수지망생 청년들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조차 실력보다는 참가자의 노래 이외의 살아온 이야기들 즉 스토리에 집중하여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이 사회적 관심으로 이어지면서 정치권에서조차 많은 청년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기 위해 작년 총선거에서 청년비례대표 자리를 놓고 오디션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청년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뽑는 방식을 채택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물론, 모든 청년들이 영어점수 올리기, 봉사활동 등 모두가 똑같은 획일적인 경험을 하는 것보다는 각자의 자신만의 개성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며 인생의 스토리를 구축해가는 것이 사회와 국가에서 더 필요로 하는 청년 인재들이 많이 길러질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고, 얼핏 듣기에도 꽤나 그럴듯하게 들릴 것이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것은 그렇게 인위적으로 자신이 그러한 모습의 삶을 살아온 것처럼 보이기 위해 행하는 연극행위가 아니다. 청년시절에는 많은 감성적인 자극, 삶의 희노애락을 자연스럽게 느끼고 다양한 경험들을 해가며 자신이 어떠한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인가 라는 각자의 삶의 그림을 그려나가야 하는 것이다. 즉, 모든 이의 꿈이 같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의 많은 청년들이 단지 취업을 위해 자신의 멋진 스토리를 만들기 위한 인위적이고 가식적인 삶의 자세와 태도를 가지게 될까 그것이 가장 걱정되는 일이다. 이로인해 어떻게 하면 더 튀어보이는 스토리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태도를 가지고 반칙도 서슴치 않게 하게되는 문화가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묵묵히 그 길을 가기 위해 진짜 자신만의 꿈과 길을 닦아오던 청년들이 튀기 위한 반칙을 하는 청년들에 의해 좌절감을 느끼고 상처를 받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된다.

청년들이 스펙에 매달리다가 스토리에 매달리게 된 것은 엄밀히 말하면 청년들의 잘못이 아닌, 획일적인 인재상을 가진 우리 사회와 어른들의 잘못이 가장 크다. 어떠한 방식으로 인재를 뽑는가는 법이나 규범처럼 정확히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고용하는 사람과 기업 입장에서 자신들이 필요한 인재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공정하고 때로는 주관적으로 적절히 뽑으면 되는 것이다.

모든 기업이 똑같은 인재상을 원하는 것은 우리사회의 기현상이고 이러한 틀을 청년들에게 만들어놓은 기성세대의 잘못이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들의 수많은 혁신기업들은 각기 기업마다 원하는 인재상이 너무도 다르다. 그래서 다양한 혁신기업을 만들어내는 청년인재들이 길러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상도 다양해야 우리 청년들의 스펙과 스토리도 다양하고 건강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청년들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들이 넘쳐나게 되어 점차적으로 우리 사회의 발전을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청년들을 보면 그 나라의 미래가 보인다는 말이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청년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스펙에 열광하다가 또다시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테두리가 스펙에서 스토리로 바꼈다고 우르르 같은 곳으로 몰려가는 모습의 청년들이 많은 것을 부정하기는 힘들 것이다. 젊음 그리고 청년 특유의 도전정신, 창조정신을 가지고,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사회의 테두리를 따라가기보다 자신들이 직접 그 테두리를 만들어나가겠다는 주체적인 청년들이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가장 존경하는 사회인사, 닮고싶은 성공한 인물은 누구인가라는 설문조사를 해보면 상위권에 오르는 대부분의 사회적 저명인사들을 보면 의외의 인물들이 많다. 청년들이 그토록 치열하게 노력하는 그들의 꿈과 목표일 것 같은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이들이 아닌, 삶에 있어 늘 위태로운 선택을 해오고 있고 끊임없는 도전을 해온 인물들이었다.

그것은 우리의 청년들도 자신들이 진짜 원하는 것이 안정적인 삶을 사는 것, 사회가 원하는 획일적인 스펙이나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우리의 청년들이 자신들이 정말 원하는 꿈을 꿀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다양한 기회와 방향성을 제시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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