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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여론 무마용 '고향의 강 사업'...주민 반발

울산 남구 여천천 정비사업에 상인들 "대책없이 졸속 추진"

등록|2013.03.05 19:50 수정|2013.03.05 19:50

▲ 울산 남구 여천천 고향의 강 사업 후 조감도. 가운데 부분이 복개한 여천천이다. ⓒ 울산 남구청


4대강 사업의 비판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벌이는 사업이라는 의혹을 사는 '고향의 강' 사업. 울산에서는 주민이 이 사업은 "대책 없는 졸속사업"이라며, 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울산은 남구 여천천이 5개 구·군 중 선도적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해당 지역 주민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고향의 강' 사업으로 여천천이 개복되면서 400여면 가량의 주차장이 없어지고, 상인들은 "손님이 뚝 끊겼다"고 울상을 짓고 있다.

주민은 해당 지자체에 항의했지만, 별 반응이 없자 국민권익위원회와 박근혜 대통령직 인수위에도 "여천천 공업탑 일대 개복 구간이 주민동의 없이 졸속 추진되고 있다"며 진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18조 들어가는 지방하천정비사업 추진 중인데 또...

대다수 국민들의 반대에도 4대강 사업을 강행했던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 강행에 대한 반대여론을 의식해 각 지방에 '고향의 강'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국토해양부가 주관한 이 사업은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하천을 부각시킨다는 목적으로 전국 시·군·구별 1개의 대표 하천을 복합정비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국토해양부는 우선 2010년 시·도별로 1개씩 모두 15개 하천을 선도사업으로 추진했고, 2011년부터 시·군·구별로 300억 원 규모의 '고향의 강 사업'을 진행해 최대 230여개 하천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어림잡아도 7000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문제는 고향의 강 사업이 기존 하천정비 사업과 중복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1999년부터 2018년까지 총사업비 18조가 들어가는 지방하천종합정비계획의 일환인 지방하천정비사업을 이미 추진 중이다. '고향의 강 사업'은 이런 가운데 이명박 정부에서 새롭게 추진되는 것이다.

울산의 경우 2010년 남구의 여천천이 '고향의 강 정비사업'으로 선정돼 이후 실시설계 등을 마친 후 지난 1월부터 여천천 개복 공사와 오수정비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총사업비 300억 원(국비 180억·시비 60억·구비 60억)이 소요되는 이 사업은 2015년 1월 완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주민들에게 외면당하는 '고향의 강' 사업 왜?

울산 남구 여천천 '고향의 강 사업'은 남구 신정동 공업탑로터리 주변의 580m 복개 구간을 뜯어내고 복원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다. 하지만 여천천 정비사업을 두고 해당 구간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업 구역은 현재 상권이 형성된 곳으로, 여천천이 복개되면서 주차장이 없어지고 손님이 줄어드는 등 고충을 겪고 있다.

주민의 반대가 심하자 김두겸 남구청장은 지난달 12일 상가 번영회측과 간담회를 가졌다. 남구청은 간담회 후 "주민들과 모든 게 잘 해결됐다"고 언론에 알렸고, 이후 언론들은 "여천천 고향의 강 사업이 순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보도를 접한 주민들이 펄쩍 뛰고 있다. 번영회측은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당시 남구청은 '고향의 강' 사업 목적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조차 하지 않았다"며 "어떤 대책이나 논의도 없었다. 우리는 주차대책이나 상권보호없는 독단적인 개복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65개 상가로 구성된 김무열 공업탑복개천상가번영회 회장은 5일 "공청회를 가졌다는 보도도 있던데 공청회가 아니라 설명회 수준이었다"며 "그것도 구청장이 일방적으로 자화자찬 하는 식이었고, 사업에 대한 타당성 설명이나 대책에 대한 논의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숙자 번영회 총무는 "상가 윗쪽에 있는 고급아파트 단지도 과거 복개된 부분인데 그곳은 그대로 두고 상가 밀집지역만 복개하고 있다"며 "복개 후 오수처리를 하는 것이 주요 사업이라고 하는데, 현재 상가는 따로 오수처리 시설을 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00억 원을 들여 사업한다고 하는데, 타당성이 없는 사업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대책 마련도 없이 일방적 사업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번영회는 최근 이런 사실을 야당인 민주통합당 울산시당에도 제보했다.

민주통합당 "전시행정, 실적쌓기" vs 남구청 "하천은 개인소유 아니라 감수해야"

민주통합당 울산시당은 5일 논평을 내고 "이 사업은 4대강 사업의 여론무마용으로 졸속 추진되고, 자치단체의 공약이나 계획에도 없던 국가예산이 선심성으로 지원된 것"이라며 "이러다보니 4대강 사업과 마찬가지로 지역사회가 갈등을 조정할 새도 없이 무리한 사업추진으로 전국 곳곳이 말썽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심규명 울산시당위원장은 "울산 남구 여천천은 건천으로 발원지가 따로 없어 사업 타당성이 없다"며 "아무리 목적이 좋은 사업이라 할지라도 해당 지역주민이 삶의 터전을 잃을 수도 있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지역 내 나머지 구·군에서도 고향의 강 정비사업이 추진되어야 하는 상황인데, 좋지 않은 선례는 반드시 시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전시행정성 실적쌓기와 행정편의로 이득을 볼 토건족의 말로는 이명박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울산 남구청은 "지난달 12일 간담회에서 주민대표들과 이야기가 잘 됐으며 일부 상인들만 불만을 내놓는 것"이라며 "하천은 개인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복원하면 일부 불편은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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