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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연금법'을 잊으셨나요?

[주장] 연금법 폐지와 국회쇄신 잊어버린 여야

등록|2013.03.07 12:01 수정|2013.03.07 12:01
정부조직법 개편안과 장관 인사 등을 두고 새 정부와 여야의 힘겨루기가 계속되면서 국정운영에 심각한 차질이 생겨나고 있다. 이에 청와대는 6일 오전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어 비상 국정운영체제를 가동하기로 했다.

문제는 정부와 여야가 원만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갈수록 대립이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지를 호소했으나 여야는 더욱 반발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은 대국민 담화가 끝난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제 통치가 가능한 시대는 갔고 정치만 가능한 시대"라며 박 대통령의 일방적인 국정운영을 지적했다. 이어 조 의원은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여야 의견 수렴을 거치는 과정이 생략된 점을 강력히 비판했다.

6일 열린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 모두발언에서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이 "전세계 지도자 중에 TV중계 가운데 주먹을 흔들면서 연설한 사람은 카다피, 후세인,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었는가 생각이 든다"고 말할 정도로 민주당은 박 대통령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였다.

국민은 뒷전, 서로를 공격하기 바쁜 정부와 여야

▲ 국회 본회의장 모습 ⓒ 남소연


안에서 대립이 계속되는 사이 북한은 '키리졸브' 한미연합 군사훈련에 반발해 5일 정전협정 백지화까지 선언했다. 소식을 접한 국민의 불안감은 한 때 극도로 치솟았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와 여야는 문제를 풀기위한 노력을 하기보다 서로의 잘못만 탓하고 있다.

정부는 여야의 계속되는 발목잡기를 탓하며 정부조직 개편안과 장관 임명 통과를 몰아붙이고 있다. 반대로 여야는 대화와 소통 없는 정부의 일방통행을 지적하며 그 안에서 서로의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결국 기존의 틀을 깬 새로운 정부와 정치를 기대했던 국민들은 벌써부터 걱정과 불안에 빠졌다.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장관 후보자까지 끌어들이며 꿈꿨던 박 대통령의 정부조직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조직 개편은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미리 여야와 소통을 가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분명한 것은 김 전 후보자의 사퇴로 박근혜 정부는 시작부터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국회의원 연금법 폐지 약속은 잊어버린 국회

관료들이 즐겨 쓰는 좌우명 중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라는 말이 있다. 이는 중국 명말 쓰인 채근담에 실린 구절로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너그럽게 하고 자신에게는 가을 서릿발처럼 엄격하게 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지금 정부를 몰아치는 여야의 행동을 보면 이와는 정반대다.

올해 1월 초 국회의원 연금법(대한민국헌정회육성법) 예산안 통과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국민들의 분노는 치솟았다. 이에 맞춰 여야는 한 몸이라도 된 듯 원내 브리핑을 통해 단지 예산안만 통과됐으며 연금법 자체가 통과된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실제 연금법은 20년 넘게 각종 특권을 덧붙이며 지속되어 왔다.(국회의원 연금법 변천사 관련 기사) 상식을 벗어난 법이 지속될 동안 여야는 누구 하나 모순을 지적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이 퍼지며 논란이 계속되자 여야의원들은 서둘러 연금법 폐지와 국회쇄신에 대한 입장을 전한다.

1월 14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정치쇄신은 꾸준히 진행될 것"며 "국회가 개회되면 국회에서 입법까지도 논의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박홍근 비대위원도 16일 모두발언에서 "작년 여야가 국회쇄신특위에서 합의한 사항이 있다. 4가지(연금법포함)이다. 이번 1월 임시국회에서는 반드시 이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들은 이 같은 보도를 접하고 이번에는 진실로 여야가 힘을 합쳐 국회의원 연금법을 비롯한 특권들을 내려놓을 것으로 믿었다. 그리고 그 후 연금법은 어떻게 되었을까?

▲ ▲ 계류 중인 국회의원 연금법 ⓒ ⓒ 국회-의안정보시스템 갈무리


쉽게 말해 변한 것은 없다. 1월에도 2월에도 전직 국회의원 통장에는 120만 원의 연금이 입금됐다. 연금법에 대해 해결하기로 했던 1월 임시국회는 열리지도 않았다. 쌍용차 국정조사 문제로 여야가 힘겨루기에 들어가며 연금법은 저 멀리 밀려났다.

2월에는 여야의 초점이 정부조직 개편안과 국무총리 임명에 맞춰지며 연금법과 국회쇄신에 대한 이야기는 아예 사라졌다. 더욱 이해되지 않는 것은 1월 21일 새누리당 정희수 의원을 포함한 18인의 의원이 연금법 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계류됐다. 이로써 작년 6월부터 계류된 연금법 개정법률안은 총 4건으로 늘었다.   

국민을 위해 연금법 폐지와 국회쇄신을 하겠다고 외쳤지만 정작 개정법률안은 계속 계류처리 되는 것이 현실이다. 장관 후보자들의 결점을 낱낱이 파헤치고 박근혜 정부의 고집을 지적하면서 정작 본인들이 말했던 특권 내려놓기는 어느새 잊었다. 1월 초 보였던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면 국민의 세금이 계속해 상식을 벗어난 전직 국회의원 연금으로 새나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뜨거웠던 연금법 논란을 그 후 새까맣게 잊은 것은 여야 뿐만이 아니다. 언론도 국민도 이는 마찬가지다. 바뀔 것이라는 말만 믿고 이후 감시와 관심을 꺼버린 결과는 현행 유지가 됐다. 2010년 연금법 개정 이후 한참 이슈가 됐다가 급격히 관심이 사라진 때와 똑같다. 가끔 전하는 기사에 달리는 "연금법 어떻게 되어가나요"라는 누리꾼의 댓글을 보면 씁쓸함이 느껴진다.

여야는 왜 연금법 폐지 및 국회쇄신을 미루고 있는지 분명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 또한 연금법 개정법률안을 심사하는 국회운영위원회는 계속된 법안 계류에 대한 타당한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동안 언론을 통해 밝힌 '의지'는 '거짓'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만 새롭게 변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정치의 가장 근본이 되는 국회의 변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비상적인 법안 개선과 특권 내려놓기다. 언론과 국민 또한 실행으로 이뤄질 때까지 끊임없는 감시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분명한 것은 계속해 여야가 변화를 거부한다면 새 정치를 의미하는 안철수 열풍은 더욱 세차게 불 것이다.  지금이라도 국가와 국민에게는 너그럽게 본인에게는 매섭게 행동하는 여야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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