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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화산 연구 태부족... 중장기 연구 나서야"

[인터뷰] 조문섭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등록|2013.03.07 14:02 수정|2013.03.07 14:02

▲ 조문섭 서울대 교수가 컴퓨터 자료를 보며 한반도 주변의 지판들과 화산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 온케이웨더 정연화


"급격이 일어나는 지진과는 달리 화산활동은 분명히 전조현상이 있다. 과거를 모르면 미래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 백두산 화산 지진의 빈도 및 크기를 모니터링 하는 데 더욱 힘써야 한다, 이런 일에 아낌없는 투자와 젊은 인력들이 필요하다."

조문섭(58)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평소 이같이 강조한다. 백두산 화산 분화가 언제 일어날 지 관심이 많은 가운데 5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연구실에서 조 교수를 만났다.

- 백두산 화산 분화는 예측 가능한가.
"답부터 얘기하자면 아니다. 화산 분화는 불확실한 미래다. 누군가 백두산 화산이 몇 년도에 분출할 것이라고 확정지어 말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백두산 화산 및 지진의 빈도와 크기를 모니터링 해서 얻은 결론은 백두산 하부의 마그마가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화산 분출로 바로 연결 짓는 것은 곤란하다."

- 그동안 우리나라는 화산 연구에 대해 신경을 덜 쓴 것 같다.
"외국은 1980년대부터 연구를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선진국 괘도에 올랐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백두산이나 제주도 같은 화산섬이 왜 생겼는지를 알아야 언제 분출할 지 등의 의문을 해소할 수 있는 예보가 가능해 진다. 그 부분을 툭 떼어놓고 백두산 화산이 분출했다는 점만 가정하고 바람이 어떻게 불었을 때 한반도에 영향을 주게 되는지 등의 기상학 관점에서만 많이들 연구했다. 하지만 이것은 밸런스를 잘 못 맞추고 있는 것이다. 백두산의 과거 역사에 대해 간과하는 것 같다."

국내 화산 전문 인력 거의 '제로'...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 관심도 낮아

- 우리나라의 경우 화산 연구는 잘 되고 있는지.
"북한의 김정은 체제가 무너지지 않는 한 백두산 화산 분출을 근본적으로 조사하기엔 역부족인 것이 현실이다. 특히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북한에서는 이미 백두산 화산전문가들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이 분야 전문가 육성은 거의 '제로'다. 여기에 바로 맹점이 있는 것이다. 이공계를 기피하는 사회 분위기, 어려운 학문 중 하나로 여겨지는 지질학에 대한 시선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젊은 인력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 화산 분출 연구에는 소위 말하는 인센티브가 아예 없다."

- 화산 연구에서 기본적으로 무엇이 중요한가.
"근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과학적인 상식이다.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과학 지식이 축적돼야 한다. 언제 화산가스가 나올지 알아야 이에 대해 미리 대처할 수 있지 않겠느냐. 어떻게 해서 화산이 만들어졌고 과거에 어떤 분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 분출 활동의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만약 분화가 된다면 규모가 어느 정도로 클 것인지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런 기초 지식도 없이 어떻게 2014년에 분출할 것이라고 확언할 수 있을까. 분출된다고 무작정 예상해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내세우기에 앞서 과거 역사 자료를 바탕으로 제대로 분석부터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단기 예보는 직접적으로 피부에 와닿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도가 높다. 투자를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화산의 경우는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화산 작용에서 가스는 어떤 역할을 하나.
"쉽게 말해 화산은 뜨거운 쇳물이 땅 위로 나오는 현상이다. 보통 제철소에서 쇳물을 녹이는데 이것은 잘 흐르면서 강판을 만든다. 이와 다르게 마그마는 같은 쇳물일지라도 잘 흐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쇳물이 안 흐르고 올라가면서 쌓이는 과정에서 그 안에 소위 말하는 가스가 녹아 들어간 것이 문제가 된다.

보통 용암 안의 가스 성분의 점성이 작은 경우, 즉 쫙 퍼지는 경우에는 가스가 금방 새어 나간다. 하지만 점성이 커 끈적거리는 경우라면 가스가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가령, 우리 몸 속 혈관에 가스가 한 방울 있다고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그 유해가스가 잘 빠져 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백두산은 복합화산…여러 개의 화산 지형 섞여 있어

▲ 백두산 암석을 들고 있는 조문섭 서울대 교수 ⓒ 온케이웨더㈜


- 백두산의 화산 성격에 대해 얘기해달라.
"대부분이 사람들이 백두산이 분출되면 위험하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항상 위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경우엔 용암이 잘 흐르는 것이 나올 수도 있고 반대로 잘 흐르지 않는 것이 나올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백두산을 복합화산(complex volcano·複合火山,여러 개의 화산 지형이 섞여 있는 복잡한 구조를 가진 화산체)이라 부른다.

백두산은 거대한 폭발 현상이 있었다는 과거 기록이 전해진다.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던 화산인데 그 사이 사이에는 여러 가지 성격이 다른 용암들이 흘러 나왔다는 것이다. 이렇듯 백두산 자체만 놓고 보더라도 복잡하다. 여기서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서풍이다 동풍이다 하는 바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백두산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그래야 적절히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백두산 화산 연구에서 특히 유의할 점은 무엇인가.
"(실제로 백두산에서 가져온 암석을 보여주면서) 그냥 보면 돌멩이에 불과하다. 하지만 암석 하나가 이야기해 주는 게 많다. 화산이 있으면 다양한 암석들이 쌓이고 또 쌓인다. 이것을 현미경으로 잘 살펴보면 용암이 흘렀다거나 중간에 뭉친 흔적, 하얗거나 검은 것만으로도 어떤 성분인지를 분석할 수가 있다. 여러 가지 현상의 선후 관계도 추적이 가능하다.

화산이 폭발할 때 터져 나오는 물질이 가스 성분을 얼마만큼 많이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가스 성분이 많지 않으면 위로 올라오지 못하고 지표면을 따라 그냥 흘러내린다. 점성이 작은 현무암으로 만들어진 제주도가 바로 그렇다. 백두산은 분출형이다, 폭발형이다 극단적으로 딱 구분 지을 수 없다.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의 백두산이 만들어지기까지 최소 수십 만년이 걸렸다. 이렇듯 오랜 기간 한층 한층 쌓아 올라간 것이다.

백두산이 분출(폭발)하게 되면 성층권까지 올라가 화산재가 빠르게 이동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성층권까지 올라가는데는 여러 가지 메카니즘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결국 과거의 역사적인 것들을 잘 살펴야지 앞으로 어떻게 분출할 것인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순서가 있지 않느냐.

급하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단기적으로 대처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좀 더 건설적인 부분에 투자해야 하지 않겠느냐. 단기 예보위주로 연구를 해왔지만 앞으로는 중장기적인 것에 초점을 두고 연구를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모래 위에 지은 성과 다를 바 없게 된다."

- 중국이 백두산 연구에 관심이 많다는데.
"화산이 분출하면 이산화황이 나와 지구 대기 온도를 2~3℃ 낮춤으로써 엄청난 냉해를 입게 된다는 얘기는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바로 화산재 속에 황 성분이 얼마나 많은가를 알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대기권에 있는 성분들은 벌써 날아가 사라졌을 것이다. 기록이 남아있지 않게 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화산재들은 그 안에 광물, 암편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암편들은 굳어지면서 그때 당시의 가스 성분을 포획한다. 그 가스 포획물 안에는 필연적으로 과거 백두산이 터졌을 때 존재했던 가스 성분들이 기록돼 있다. 바로 백두산 모습의 역추적이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중국 사람들이 백두산 연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들이 최근 내놓은 논문에 따르면 백두산이 폭발하면서 나오는 화산재 분출로 인한 대기의 기온 하강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제는 우리나라가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연구에 뛰어들어야지만 앞으로 화산과 관련된 모든 예보 활동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또 주먹구구식에 그치고 말 것이다."

- 왜 화산 암석을 연구해야 하나.
"화산재가 분출되면 바람에 따라 이동하면서 우리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사실이자 분명한 진리다. 중요한 것은 얼마만큼 많은 양의 화산재가 나올 것이며 그 화산재의 성분이 무엇이며 어느 정도 피해를 줄 것인가를 아는 것이다. 과거는 자료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기상정보만을 가지고는 한계가 있다. 이것이 돌멩이, 바로 암석을 연구해야 하는 이유다."

- 0~8까지의 화산폭발지수가 있는데 과거 백두산이 분출했을 때는 지수가 어느 정도였나.
"지수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화산이 터졌을 때 분출물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지수가 커진다. 처음에는 규모가 6정도라고 했었는데 이후에는 규모를 7로 보는 추세다. 하지만 정확한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얘기했던 것에 꼬리를 물어서 그렇게 됐으며 과학적으로 정확한 데이터는 없다.

이처럼 연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정확한 사실을 알기 어렵기 때문에 더 많이 관심을 갖고 공부해야 한다. 분출 규모에 대해 누구나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결국 투자를 해야 한다. 땅 속으로 직접 들어가 볼 수는 없을망정 지표에 있는 암석을 가지고 과거를 역추적해야 할 것이다."

화산폭발에서 가장 중요한 전조현상은 '가스'

▲ 조문섭 서울대 교수 ⓒ 온케이웨더 정연화


- 화산 폭발 시 나타나는 전조현상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지진은 소리 없이 찾아오지만 화산은 전조현상이 있다. 다양한 전조현상을 통해 사전에 대비하고 피해를 최소할 수 있다. 갑자기 식물이 말라간다. 마그마보다 화산가스가 더 가볍기 때문에 분출이 있기 전 이러한 현상들이 먼저 나타날 것이다. 화산 가스가 나올 때는 어쩔 수 없이 열을 수반한다. 땅 속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와야 하기 때문에 주변에 뜨거운 열기가 팽배해진다. 또한 화산이 분출되려면 뜨거운 열 뿐만 아니라 엄청난 힘도 필요로 한다.

많은 암석들이 누르고 있는 힘을 밀치고 올라오는 힘이 있어야 실제로 분출이 가능하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 다르듯이 화산도 마찬가지다. 모든 화산이 일괄적으로 '펑' 터지는 게 아니다. 어떤 경우는 그냥 흘러버리기도 하고 가스만 '피식' 분출하기도 한다. 절대적으로 전조현상이 큰 폭발로 항상 이어진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화산 분출은 경우의 수가 굉장히 많다."

- 전조현상인 '가스'에 대해 좀 더 설명해달라.
"전조현상으로 가스, 열 등 여러 가지를 얘기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가스 성분이다. 화산이 분출하려면 제일 먼저 가스 성분이 빠져나온다. 그 가스가 방아쇠를 잡아당기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것이 큰 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이유인 즉슨 깊은 압력 하에 있을 때는 가스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냥 마그마 속에 녹아 있다. 이해하기 쉽게 샴페인을 떠올려 보자. 뚜껑을 따지 않았을 때는 가스가 빠져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뚜껑을 따는 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가스가 나온다. 갑자기 압력이 낮아지면서 그 안에 있던 가스 성분들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것이다. 펑 소리가 큰 샴페인은 가스가 많이 들어간 것이며, 콜라와 사이다의 경우는 그보다 적게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샴페인이냐 콜라냐 소주냐가 중요한 것이다. 결국 이러한 유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과거의 기록들이다. 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백두산이 어떤 성격을 가졌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 화산연구에 대한 투자가 어느 정도인지 다시 짚어달라.
"한마디로 말해 과거를 알아야만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 백두산이 분출하게 된다면 큰 규모가 될 것이다. 제대로 된 메커니즘을 분석하려면 상당히 많은 투자가 있어야 한다. 단기예보 측면에서는 투자가 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예보, 즉 지하 마그마 구조의 근본적인 움직임을 이해할 수 있는 연구는 현재로서 '0'이다. 일본의 화산 전문가가 100이라고 본다면 우리는 1명 정도. 이렇듯 앞으로 화산 전문가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시급하다.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부메랑으로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조문섭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지질과학과 학사 ▶캐나다 University of Toronto 지질학과 석사 ▶미국 Stanford University 지질학과 박사 ▶前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기초과학연구원 부원장 ▶前 과학기술부 원자력안전 전문위원 ▶前 한국암석학회 회장 ▶現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現 미국광물학회 석학회원 ▶現 미국지질학회 석학회원 ▶現 대한지질학회 부회장 등
▷과학기술총연합회 우수논문상 수상(1991년) ▷한국암석학회 도암학술상(1997년)

덧붙이는 글 정연화 기자(lotusflower@onkweather.com)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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