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안철수의 정치목표, '국회의원직'은 아니어야

안철수 전 교수에게 드리는 두 가지 조언

등록|2013.03.07 11:45 수정|2013.03.07 14:09
안철수 전 교수가 정치활동 재개를 사실상 선언했다. 반갑고 환영할 일이다. 그의 정치 복귀가 국민이 바라는 새로운 정치를 위해 야권 모두가 심기일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안 전 교수의 서울 노원(병) 지역 재보선 출마선언에 대해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이른바 '안철수 신당설'을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다. 안철수 전 교수가 우리 정치의 혁신과 발전에 기여하는 훌륭한 지도자가 되기를 바라는 선배 정치인으로서 다시 출발선 앞에 선 그에게 몇 마디 조언을 전하고 싶다.

정치인으로 다시 출발선 앞에선 안철수에게 전하는 두 가지 조언

▲ 지난해 12월 19일 오후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투표를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하여 출국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첫째, '지도자 안철수'의 성패(成敗)는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 전체를 아우르는 큰 시야를 가지느냐에 달려 있다. 4월 국회 입성이라는 눈앞의 과제에만 매몰돼 야권 전체에 분열과 반목의 앙금을 남기는 소탐대실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진지하게 고려해주기 바란다.

'국회의원의 길'과 '지도자의 길'로 나뉜 두물머리에 선 안철수에게 요구되는 것은 민주·진보 야권세력과의 협력과 소통의 능력이다. '새로운 정치'의 초심과 대승적 정치력의 겸비가 '지도자 안철수'를 만드는 가장 큰 힘이다. 지난 대선의 경험에서 안철수 후보가 성찰해야 할 핵심이기도 하다.

측근을 통해 밝힌 서울 노원(병) 재보선 출마를 강행하든, 또 다른 선택을 하든 최종 결정은 물론 안철수 전 교수의 몫이다. 그러나 자신이 얻어야 하는 것은 '국회의원직' 자체가 아니라 '국민의 큰 공감과 신뢰'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둘째,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급조된 '안철수 신당'이 아니라 '야권의 혁신과 대안·수권세력화'이다.

대선 패배의 후폭풍에 휩싸인 채 관성적이고 자학적인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민주당에 대해 국민은 실망을 넘어 염증마저 느끼는 듯하다. 안타깝지만 부인하기 힘든 현실이다. 패배의 원인과 책임을 둘러싸고 숱한 논쟁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야권의 누구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이다. 지난 대선에서 드러난 민주진보세력 모두의 취약함과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오늘 '민주당의 위기'는 언제든 '안철수 신당의 위기'로 다시 등장하게 될 것이다.

안철수 전 교수와 그를 돕는 세력이 진정으로 국민의 희망이 되는 '신당'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정치인 안철수의 개인적 인기, 민주당의 자중지란이 가져다 준 틈새에 과도한 기대를 거는 근시안에서 벗어나야 한다. 민주당으로 표상되는 기존 민주진보 야권세력의 정책적·전략적 역량과 인적 자원을 어떻게 정비하고 혁신할 것인가를 포함한 '그랜드 비전(Grand Vision)'이 결여된 신당 추진은 시류에 따라 몰려다니는 정치 부평초들의 군락지를 만들 뿐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기존 야권은 "대안과 비전이 아닌 반여(反與) 후보 단일화에 모든 것을 건 '반대의 연합'"이었고, 자신들은 "새로운 비전과 대안으로 경쟁하고 국민에게 선택받아 신뢰받는 정치"를 하겠다는 안 전 교수 측의 최근 주장은 당혹스럽고 안타깝다.

민주진보 야권의 정치비전과 정책대안이 지금보다 더 진화해야 하고 풍부해져야 한다는 지적은 당연하다. 하지만 야권이 별다른 대안도, 비전도 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왔다는 식의 주장은 사리에 맞지 않는 무책임하고 경솔한 발언이다.

'안철수 신당'이라는 협소한 시각에 갇히지 말기를

모두 기억하는 것처럼 지난 대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과 안철수 후보 양측은 총 3600자에 달하는 '새정치 공동선언'에 합의한 것은 물론 '경제복지정책'과 '통일외교안보정책'에 대해서도 별도의 협상팀을 구성해 사실상의 합의에 이르렀던 바 있다. 국민은 이런 과정을 통해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이 '비전과 대안'에서 많은 교집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지 않은가.

안철수 전 교수의 재보선 출마와 신당 추진이 현실적으로 민주당을 포함한 기존 야당과의 '경쟁'을 의미하게 됨을 이해하지 못할 것은 없다. 그러나 야권 전체를 아우르는 큰 시야, 보다 혁신된 대안과 인적자원을 갖춘 '야권통합 국민정당'이라는 폭 넓은 비전이 아니라 '안철수 신당'이라는 협소한 시각에 갇혀 있는 한 안철수 전 교수 측이 그토록 희구하는 '국민에게 신뢰받는 새로운 정치'는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끝으로 늘 되새겨 읽는 시 한 편을 안철수 전 교수에게 전한다. 그가 유학 생활을 건강하게 마치고 밝은 얼굴로 다시 돌아오기를 빈다.

희망의 바깥은 없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낡은 것들 속에서 싹튼다.
얼고 시들어서 흙빛이 된 겨울 이파리 속에서 씀바귀 새 잎은 자란다.
희망도 그렇게 쓰디쓴 향으로 제 속에서 자라는 것이다.
지금 인간의 얼굴을 한 희망은 온다.
가장 많이 고뇌하고 가장 많이 싸운 곪은 상처 그 밑에서 새 살이 돋는 것처럼
희망은 스스로 균열하는 절망의 그 안에서 고통스럽게 자라난다.
안에서 절망을 끌어안고 뒹굴어라.
희망의 바깥은 없다.

- 도종환 -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신기남 기자는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입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