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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강 상류의 이집트 고대문화를 보다

[유럽문명의 원류 이스라엘 이집트 여행기 22] 누비아 박물관

등록|2013.03.09 14:12 수정|2013.03.09 14:12
나일강 유람선을 타고 간 누비아 레스토랑

▲ 아가사 크리스티가 묵었던 호텔 ⓒ 이상기


미완성 오벨리스크를 보고 나니 12시다. 우리는 짐을 저녁에 묵을 이시스(Isis) 호텔에 갖다놓고 점심을 먹으러 누비아(Nubia)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그런데 이 식당이 나일강 한 가운데 이시스 섬 안에 있다. 그래서 배를 타야 한다. 선착장으로 나가니 레스토랑의 배가 벌써 대기하고 있다. 배는 나일강을 거슬러 약간 상류로 올라간다. 강변에 크루즈선이 네 척 정박해 있고, 강에는 유람선과 돛단배 펠루카가 유유히 움직이고 있다.

배가 올라가면서 오른쪽으로 섬이 하나 보이고, 그 위 무성한 나무들 사이로 호텔 건물이 숨어 있다. 이곳이 바로 아가사 크리스티(Agatha Christie: 1890-1976)가 탐정소설 『나일강에서의 죽음』(1937)을 쓴 카타락트(Cataract) 호텔이다. 그녀는 여행을 좋아했고, 그 여행 체험을 소설 속에 사용하였다. 그녀는 프랑스, 이집트, 중동 등을 여행했으며, 이집트 여행 체험이 『나일강에서의 죽음』에 반영되었고, 중동 여행 체험이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에 반영되었다.

▲ 나일강 풍경 ⓒ 이상기


그녀의 소설 『나일강에서의 죽음』에 나오는 증기선 카르나크(Steamship Karnak)도 실제로 존재했던 나일 크루즈선이다. 이 소설을 통해 나일강 크루즈가 유럽과 미국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우리는 내일 오후부터 아스완에서 룩소르까지 3박4일간의 나일강 크루즈를 시작할 것이다.

우리가 여기저기 또 다른 나일강의 풍광을 보는 동안 배는 어느새 이시스 섬에 닿는다. 이 섬에는 사람의 출입이 적은지 양과 염소, 백로와 물총새가 물가와 섬에서 유유히 놀고 있다. 레스토랑은 섬의 높은 곳에 있어 전망이 아주 좋은 편이다. 우리는 나일강 한 가운데서 여유 있게 누비아식 점심을 즐긴다.

여기서도 파라오 시대의 유물을 만나다.

▲ 람세스 2세 석상 ⓒ 이상기


점심을 먹고 강을 따라 아스완으로 넘어간 우리는 누비아 박물관으로 간다. 누비아 박물관은 1997년에 3층 건물로 세워졌으며, 누비아 지역 문명과 문화의 발전과정을 시대순으로 보여주고 있다. 시대는 크게 선사시대, 고대 파라오 시대, 로마와 콥틱 시대, 이슬람 시대로 나눠진다. 박물관 입구에서 전시관까지는 정원이 있고, 그곳에 몇 개의 야외전시물이 자리 잡고 있다. 화강암으로 만든 신전 벽의 조각, 작은 오벨리스크, 원숭이상 등이 눈에 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넓은 로비가 나온다. 우리는 그곳 계단에 앉아 가이드로부터 박물관에 대해 잠시 설명을 듣고 지하에 있는 전시관으로 들어간다. 계단을 내려가자마자 먼저 커다란 파라오 석상을 만나게 되는데, 이것이 게르프 후세인(Gerf Hussein) 신전에 있던 람세스 2세 석상이다. 이중관을 쓰고 팔을 십자로 교차시켜 가슴에 대고 있다. 이중관을 썼다는 것은 상하 이집트를 통일했다는 뜻이고, 팔을 교차시킨 것은 죽어서 신이 되었다는 뜻이다. 그래선지 얼굴에 비교적 인자한 웃음기가 보인다.

▲ 누비아 전사 ⓒ 이상기


이 석상을 중심으로 왼쪽으로 돌면 선사시대 문화유산이 나온다. 암각화, 화석이 된 인골, 돌칼 등이 보이고 토기도 보인다. 그리고 창을 들고 행진하는 누비아 전사들의 모습도 보인다. 그들은 1줄에 4명씩, 모두 10줄로 대형을 만들어 앞으로 나간다. 피부색은 완전히 검어 이들이 누비아인임을 알 수 있다. 나무로 만든 이 전사상은 아슈트(Assyut)의 묘에서 발굴되었다고 한다.

이들을 지나면 파라오 시대 석조물들이 나타난다. 파라오 카프라의 좌상, 호루스의 형상을 한 두 개의 조각상, 머리가 떨어져 나간 좌상, 무릎을 꿇은 석상, 상형문자를 새긴 비석 등 여러 가지 조각품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기원전 1850년경 부헨(Buhen)의 성채 모습이 재현되어 있다. 그 다음에는 기원전 1500-1000년 사이 신왕국 시대의 유물이 나타난다. 이곳에서부터 문화유산이 좀 더 다양해지고 정교해지며, 그것이 가지는 의미도 분명해진다.

▲ 쇠똥구리 형상의 스카랍 ⓒ 이상기


석고로 만든 남녀 얼굴 조각도 보이고, 호레마켓(Horemakhet)의 전신상도 보인다. 누비아 민속의상을 입은 여인을 표현한 도자기 장식판도 인상적이다. 그리고 쇠똥구리 모양을 한 스카랍(Scarab)도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 스카랍은 태양신 라의 화신으로 영생불멸을 상징한다. 이곳에는 또한 신전 벽에 조각되어 있던 부조들이 많이 전시되고 있다. 이들은 대개 파라오의 업적이나 신에게 공물을 바치는 파라오의 모습을 표현했다.

여인의 모습도 보이는데, 대표적인 것이 하토르 여신이다. 그녀는 자식에게 젖을 물리다 의자에 앉아 잠시 쉬고  있다. 또 하나 아문신의 부인인 안크네스네페리브르(Ankhnesneferibre) 석상도 아주 인상적이다. 그녀는 왼쪽 손에 채찍을 들고 아주 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작은 오벨리스크도 보인다. 이것은 신전용이기 보다는 의례용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 외 태양을 머리에 인 바분 원숭이 석상도 보인다. 또 사자나 코끼리 상도 보인다. 이들 동물은 파라오를 태우거나 호위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로마와 콥틱교 문화유산

▲ 파인애플 모양의 향료 버너 ⓒ 이상기


이들 고대 누비아 문화유산 다음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청동으로 만든 생활용품들이다. 이들의 제조시기가 정확히 표현되어 있지는 않지만 신왕국이 끝나는 기원전 1000년 이후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인 것이 향료 버너와 향료 통이다. 향료 버너는 파인애플 모양으로 만들었고, 향료 통은 향로, 주전자, 병 모양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황동으로 만든 오일 램프도 있다. 이들은 새 또는 사람 모양으로 아주 정교하게 만들었다.

그 외에 유리 제품이 있다. 일반적으로 유리 제품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처음 만들어져 로마시대 로만 글라스로 상품화되고 대중화되었다. 이곳에 있는 것은 로마시대 이전의 작품으로 유리의 질이나 세공 면에서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원추형 병의 원형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리고 보석이 박힌 은으로 만든 왕관도 눈여겨 볼만 하다.

▲ 콥틱교 프레스코화 ⓒ 이상기


콥틱교 유산은 벽화를 통해 가장 잘 드러난다. 콥틱교는 쉽게 말해서 이집트식 기독교다. 이집트인들은 로마시대부터 6세기까지 콥틱교를 믿었다. 그러나 7세기 이슬람 세력이 이집트를 점령하면서 소수종교로 전락하고 말았다. 현재는 이집트 사람 중 10%인 800만 정도가 콥틱교를 믿고 있다. 그렇지만 콥탁교도 정교계열, 가톨릭 계열, 개신교 개열로 다시 나눠진다.

이곳 누비아 박물관에 있는 콥틱교 유산은 압달라 니르키(Abdalla Nirqi)) 교회에서 발견된 프레스코화다. 예수와 성인상이 보이고, 천사상도 보인다. 그리고 파피루스에 기록된 성경도 보이고, 도자기와 포도주 항아리 같은 생활용품도 보인다. 그 옆에는 콥틱교 건축의 특징을 보여주는 압달라 니르키 교회 미니어처가 있다. 콥틱교회 건축의 역사에 따르면, 콥틱교회는 550년경부터 1500년까지 그 형태가 계속 변해갔다.

처음에는 남쪽과 북쪽에 주랑이 있고, 그 안에 미사공간이 정사각형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그 후 미사공간이 직사각형으로 바뀌었고, 주랑도 차츰 없어지게 되었다. 또 일부 교회에서 성경을 낭송하는 설교대가 생겨났다. 이러한 것은 비잔틴교회 양식의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시대적으로 보면 후대로 갈수록 콥틱교회의 규모는 작아지고 폐쇄적이 되어 갔다. 이들 옆에는 콥틱교 마을과 주교의 무덤도 있다.

이슬람교 문화유산

▲ 나스키체 아랍어가 쓰인 유리 램프 ⓒ 이상기


이슬람교 문화유산 지역으로 가면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오스만 터키시대의 유리 램프다. 황금색 유리에 파란색으로 글씨를 썼는데, 나스키(Naskhi)체라고 한다. 나스키체는 쿠픽(Kufic)체를 대신해서 10세기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서체가 아름답고 쓰기 편해서 쿠란(Quran)과 시집 등에서 즐겨 사용되었다. 현재 아랍어 책의 활자에서 또 컴퓨터 자판에서 대부분 나스키체가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유리 램프가 굉장히 신성한 느낌이 든다.

이곳에는 또한 이슬람시대 비석도 보인다. 타파(Tafa)에서 발견된 10세기 비석으로 쿠란의 구절이 적혀 있다. 그 옆에는 베로 만든 어린아이의 윗옷이 있는데, 이것 역시 카스르 이브림(Qasr Ibrim)에서 발견된 10세기 매장유물이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 청화백자와 같이 푸른색을 내는 허리가 잘룩한 도자기가 보인다. 이것은 맘룩시대(Mamluk period: 1250-1517) 물동이라고 한다.

▲ 쿠란을 공부하는 아이들 ⓒ 이상기


그 다음으로는 현재 누비아 사람들이 사용하는 생활용품이 전시되어 있다. 야자 섬유로 만든 바구니, 방석, 곡물통 등이 여럿 보인다. 그리고 금과 은으로 만든 장신구, 청동으로 만든 주전자, 도자기로 만든 물통 등이 보인다. 또 화려한 색으로 엮어짠 긴 레이스도 보인다. 사막생활에 필요한 실용적이면서도 토속적인 물건도 있고 사치품도 있다. 이들 옆으로는 물을 길어 올리는 물통과 물레방아 모형이 있다. 또 선생으로부터 쿠란을 공부하는 아이들의 모형도 있다. 그들도 생존을 위해 물이 필요했고, 사회생활을 위해 지식이 필요했던 것이다.

호텔에서 바라본 나일강 풍경과 아스완 시장 풍경

▲ 나일강 풍경 ⓒ 이상기


이들을 다 보고 나오니 오후 3시 밖에 안 되었다. 호텔로 돌아온 우리는 잠시 나일강변을 산책한다. 그것은 이시스 호텔이 바로 나일강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너편 코끼리 섬에 있는 뫼벤픽 호텔과 마주보고 있다. 더운 낮시간이라 그런지 유람선이나 펠루카 운행도 거의 없다. 모두 그늘에 들어가 쉬고 있는 것 같다. 우리도 다시 방으로 들어가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오후 5시가 되어 가까운 아스완 시장으로 다시 나간다. 향신료, 장신구, 말린 과일, 기념품, 잡화류 등이 풍부하다. 그런데 가는 곳마다 흥정을 해야 하니 피곤하기 이를 데 없다. 그들이 부르는 값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가늠할 수가 없다. 한두 번 흥정을 해 보니 이건 절반이 아니라 칠팔십 프로를 깎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세공이 정교한 은쟁반 두 개, 이집트 최고의 미녀 네페르티티 기념품과 슬리퍼를 하나씩 샀다.

▲ 나일강 야경 ⓒ 이상기


호텔로 돌아온 우리는 저녁을 먹고, 나일강 야경을 구경한 다음 일찍 잠자리에 든다. 왜냐하면 내일 새벽 4시에 아부심벨을 향해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새벽 3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그리고 아침을 먹기에는 너무 일러서 도시락을 준비하기로 했다. 도시락은 차를 타고 가면서 오전 6시쯤 먹을 예정이다. 버스는 7시가 넘어야 아부심벨에 도착할 거라고 한다. 내일 우리는 아스완 관광의 하이라이트 아부심벨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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