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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레와 쑥 그리고 선거운동

등록|2013.03.10 09:16 수정|2013.03.10 09:16

▲ 없는 줄 알았는 데 써레가 있었습니다.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 김동수


"어 써레가 있네."

쟁기로 갈아 놓은 논밭 흙덩이를 잘게 부수고 바닥을 판판하게 고르는 농기구인 써레는 시골에서도 거의 사라졌습니다. 지금은 트랙터로 농사를 짓기 때문입니다. 우리집도 없는 줄 알았습니다. 토요일 어머니 집에 갔다가 오래만에 창고문을 여니 써레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15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 유품입니다.

아버지 생각 난, 써레

아버지는 쟁기로 논밭 갈이를 한 후 쎄레로 흙덩이를 잘게 부수고 바닥을 골랐습니다. 쎄레질을 하던 아버지 모습이 눈에 아련아련합니다. 얼마나 사용하지 않았는지 거미줄이 치렁치렁 걸려있습니다. 트랙터는 빠름이지만, 써레는 느림입니다. 트랙터는 편하지만, 써레는 힘듭니다. 하지만 트랙터는 사람 사는 맛이 없지만, 써레는 사람 사는 맛이 납니다. 써레을 보고나니 마음이 편안하고, 풍성한 이유입니다.

▲ 긴 겨울을 이겨내고 올라운 쑥. 쑥국은 묵은 겨울 입맛을 이겨내는 별미 중 별미입니다 ⓒ 김동수


써레질을 할 날이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창고에 써레가 있다면 흙에는 쑥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새쑥으로 끓여먹는 쑥국은 겨우내내 묵은 입맛을 새 입맛으로 변화시키는 놀라운 먹을거리입니다. 쑥국을 먹어보지 못한 분들은 그 맛을 알 수 가 없고, 먹어본 이들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 집온 둘째 누나가 지난 해 결혼한 조카를 위해 쑥을 뜯었습니다.

쑥국, 묵은 겨울입맛을 새입맛으로 바꿔는 놀라운 먹을거리

"쑥을 좀 뜯어 아이들 쑥국 끓여 먹이려고 하는 데 없네."
"아직 많이 없어요."
"지금 나는 쑥이 정말 맛있고, 좋은데."
"아 여기 쑥있어요!"
"쑥국만 끓여 먹으면 조금만 뜯어도 되니까. 이 정도만 있으면 되겠다."
"쑥국 진짜 맛있어요."


▲ 누나가 쑥을 뜯고 있습니다. 지난 해 결혼을 조카를 위해. ⓒ 김동수


잘 보이지 않던 쑥을 뜯기 시작하니, 여기저기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지난달 밭을 포클레인으로 갈아 엎어 없을 줄 알았는데 참 신기하고 놀라웠습니다. 새쑥은 더 좋습니다. 시내에서 뜯어먹는 쑥은 오염이 되었지만 시골쑥은 깨끗합니다. '봄도다리', '가을전어'말처럼, 쑥에 도다리까지 넣어면 정말 환상적인 맛입니다. 도다리 쑥국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가득합니다. 갑자기 온집이 들썩들썩했습니다.

선거권은 없지만...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선거운동

"기호 1번 김예경 기호 1번 김예경!"

막내동생 둘째 아이가 전교어린이 회장에 출마했습니다. 생각이 깊고 지혜있는 아이입니다. 리더십까지 갖추어 회장 후보로서 자격이 충분합니다. 동생은 은근히 기대가 큽니다. 금요일 밤 온 가족이 포스터와 팸플릿을 만들었습니다.

▲ 동생네 둘째가 전교회장에 출마했습니다. 우리 집 막둥이와 동생네 막둥이가 선거팻말을 들고 힘을 보탰습니다. 비록 선거권은 없지만 두 사람 지지에 당선되기를 바랍니다. ⓒ 김동수


"기호 1번 김예경!"
"기호 1번 김예경!"

우리집 막둥이와 동생네 막둥이가 집에서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학교가 아니라 집에서 선거운동하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두 사람은 투표권이 없습니다. 막둥이는 학교가 다르고, 동생네 막둥이는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친구와 언니를 위해 목소리 높여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목소리가 쩌렁쩌렁합니다. 선거일은 15일(금요일)입니다. 막둥이 둘 선거운동에 힘입에 과연 조카가 전교회장에 당선될까요. 그렇게 되면 우리 집안 경사 중 경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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