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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많은 쇠고기를 어떻게 다 먹지?"

가족들 추렴해 한우 한 마리

등록|2013.03.12 09:35 수정|2013.03.12 16:34

▲ 가족들이 한우 한 마리를 잡았습니다. ⓒ 김동수


"소 한 마리 잡자."
"얼마면 되는데?"
"작은 형님 집에 200만 원쯤 하는 소가 있다."
"그럼 얼마씩 내면 되겠노."
"소 잡는 데 동참할 사람에 따라 다르지."

지난 설날, 온 가족이 모였을 때 소 한 마리 잡자는 말이 나왔습니다. 소 값이 워낙 떨어져 몇 명이 어울려 소를 잡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우리 가족들이 소 한 마리를 잡기로 했습니다. 작은 형님 소를 잡기로 했습니다. 소 값 200만 원, 그리고 도축하는 비용과 손질 비용 48원을 합해 248만원이 들어갔습니다. 6가족이 참여했으니 한 집에 42만 원씩 내기로 했습니다. 소 한 마리를 잡으니 엄청났습니다. 이렇게 많은지 몰랐습니다. 한 집씩 나누었는데 푸짐했습니다. 이 많은 소고기를 어떻게 먹을까? 생각하니 '걱정'이 되었습니다.

▲ 한 가족 당 40만원이 들어갔습니다. 얼마나 많은지. 놀랐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나눠 먹다보니 얼마 되지 않습니다. ⓒ 김동수


"이 많은 고기를 어떻게 다 먹지?"
"걱정도 팔자다. 한 집에서 어떻게 다 먹어. 시부모님도 계시고, 친정어머니도 있잖아. 그리고 다른 가족들도 있고. 조금씩 나누면 누이 좋고 매부 좋잖아."
"맞네. 조금씩 나눠 먹으면 되겠네."

너무 많은 고기 앞에서 걱정하는 저를 보고 가족들은 하나같이 "나눠 먹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나눠 먹으면 됩니다. 우리는 장모님과 처형 가족과 함께 나누기로 했습니다. 장모님을 잘 섬기지 못했는데 섬길 기회도 생겼습니다. 자투리 고기도 정말 많았습니다. 막둥이는 자투리 고기를 썰고 있는 삼촌을 보며 저 많은 고기를 어떻게 먹을 것인지 궁금한 모양입니다.

"삼촌 이 고기는 뭐예요?"
"남은 고기."
"이것은 어떻게 할 거예요?"
"구워 먹지."

"이 많은 고기를 다 구워 먹어요?"
"남으면 나눠 가지고 가면 되잖아."

▲ 삼촌이 고기를 써는 모습을 보고 있는 막둥이 ⓒ 김동수


▲ 이 많은 고기를 약 20명이 먹었습니다. ⓒ 김동수


썰어 놓은 고기를 보니 정말 엄청났습니다. 자투리 고기여서 부위가 다양했습니다. 안심, 등심, 갈비살, 치마살, 양지 등등 별별 부위가 다 있었습니다.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부위를 한 자리에 앉아 먹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덩달이 신났습니다.

"맛있니?"
"예 정말 맛있어요. 부드럽고 질기지 않아 좋아요."

"질기지 않고 부드럽다고? 너희들이 고기맛을 아니?"
"그럼요. '000'같은 이름있는 고기집은 양념 맛으로 먹잖아요. 하지만 한우는 진짜 고기맛을 느낄 수 있어요."
"아빠보다 너희들이 한우맛을 더 잘 아네."
"이렇게 맛있는 한우를 이렇게 많이 먹어 본 적이 없어요."
"그래 맛있게 먹어. 또 언제 이런 고기 먹어보니."

▲ 한우 한 마당에 아이들 젓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 김동수


▲ 지글지글. 육즙도 흐르는 맛있는 한우입니다. ⓒ 김동수


한 자리 앉아 먹기 싫을 만큼 한우를 먹었습니다. 계산을 해보니 20명이 넘는 사람이 이렇게 먹으려면, 70~80만 원 어치는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혼자 먹었다면 많이 먹지 못했을 것인데, 온 가족이 함께 앉아 먹어 더 많이 먹었습니다. 다들 비싼 한우를 싼값이 먹을 만큼 먹었습니다. 다들 먹고 나서 하는 말 "추석 때도 먹자"였습니다. 한우를 먹는 것도 좋았지만, 온 가족이 조금씩 추렴해 가족사랑을 한껏 누린 것이 더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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