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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다 이순신', 아이유는 왜 '이순신'이어야 했을까?

[드라마리뷰] 이순신 장군 이름의 경솔한 사용…'역사의식 부재' 논란 맞닥뜨려

등록|2013.03.11 16:01 수정|2013.03.11 16:40

▲ KBS 2TV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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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2회 만에 KBS 2TV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아쉽게도 드라마에 대한 호평이나 연기자들의 열연이 아닌 '역사의식 부재'라는 논란과 맞닥뜨렸다.

이유는 바로 지난 1~2회 방송에서 나온 몇 가지 대사들 때문이다. 아이유가 연기하는 극 중 이순신 캐릭터가 면접을 보는 과정에서 면접관이 그녀에게 "이름이 이순신? 우리 회사 말고 해군에 지원에서 독도나 지키는 게 어때요?"라고 말한 부분이 이순신 장군과 독도를 비하했다는 지적이다.

극 중 캐릭터인 이순신을 향해 신준호(조정석 분)가 "100원 짜리"라고 부르는 장면에서도 이순신 장군 비하 논란은 이어졌다. 급기야 제작진이 "극 중 이순신이 면접 보는 과정을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취지였다"며 비하 논란은 없었다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논란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고 있지 않다.

심지어 드라마의 이순신 장군 비하 논란을 두고, 글로벌 청년연합 DN(디엔)은 <최고다 이순신>의 제목사용 금지 및 방송 가처분신청까지 들고 나왔다. DN 측은 10일 오후  "지난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드라마 제목, 주인공 이름 사용금지 및 방영금지와 저작물처분금지 가처분신청'을 내용으로 하는 가처분 신청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DN 측은 "이순신을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면 가수 아이유가 나온다"며 "공영방송인 KBS에서 '최고다 이순신'이 방송된다면 이순신 장군에 대한 이미지 재창조가 심각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 지난 4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KBS2TV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 제작발표회에서 출연 배우들과 윤성식 PD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성웅 이순신 이름 차용, 논란 예상 못했나?

일파만파 커져가는 <최고다 이순신>의 논란을 지켜보면, 자연스레 지난해 불거진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의 제목 논란이 떠오른다. 당시 제작진은 <차칸남자>에 대한 제목 변경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경한 자세를 취했으나, "공영방송에서 한글 문법을 파괴하는 제목을 사용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시청자와 한글 단체 등의 항의에 결국 <착한남자>로 제목을 변경한 바 있다. 그리고 제목 변경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고, <착한남자>는 호평 속에 막을 내렸다.  

<착한남자>의 경우와는 조금 다르지만, 사실 <최고다 이순신> 역시 위에서 불거진 논란들에 대해 제작진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역사 속 실존 인물의 이름을 드라마 캐릭터로 그대로 가져 올 때는 그만큼 '위험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통 인물도 아닌 성웅으로 칭송받는 이순신 장군의 이름을 빌려올 땐 분명 그 역효과에 대해서도 한번 쯤 검토했으리라 생각된다.

문제는 이순신 장군의 이름을 단순히 극적 재미를 위해 소모했다는 데 있다. 이순신이라는 이름 대신 '100원 짜리'라고 부르는 장면이나, '이름이 이순신이니 해군에 지원해 독도나 지키라'고 조롱하는 모습은 아무리 좋게 해석하더라도 그 경솔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최고다 이순신>이 극 중 캐릭터인 이순신이 극 초반 어려움을 겪다가 끝내 성공을 거둔다는 성장스토리인 만큼, 이순신 장군의 이미지는 긍정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순신 장군 역시 무과에 급제하기 전 낙방을 많이 했고, 임진왜란을 겪는 과정에서 고초를 겪었다고 알려져 있다. 

사실 드라마에서 제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단순하고 명료한 제목 짓기에서부터 시작해 극 중 주인공의 이름을 제목에 내세워 친근감을 유도하기도 한다. <제빵왕 김탁구>와 <내 이름은 김삼순>처럼 조금은 유치한 주인공 이름을 아예 드라마 제목으로 사용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내 딸 서영이> 역시 극 중 주인공의 이름 '이서영'을 제목으로 이용한 경우다.

마찬가지로 이순신이라는 이름은 입에 착 달라붙을 뿐 아니라, <최고다 이순신>이라는 간단명료한 제목을 통해 이 드라마의 희망적 메시지까지 담아냈다. 네이밍 자체만 놓고 본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문제는 역시나 순신이가 그냥 순신이가 아닌 '이순신'이라는데 있다. 굳이 '이순신'이어야 할 이유는 내놓지 못한 채 논란만 키운 제작진의 안일함, <최고다 이순신>이 맞닥뜨린 첫 번째 위기다.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향후 이 드라마의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고다 이순신>이 정말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시청자의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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