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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정권 무너뜨린 목요기도회가 모였다"

[인터뷰] 김성복 '국정원 선거개입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등록|2013.03.11 18:18 수정|2013.03.11 18:27
"목요기도회가 부활했다. 목요기도회는 유신체제 속에서 민청학련과 인혁당 사건 등이 자행되던 1974년 의식 있는 교계 인사들이 모여 시작한 것으로, 유신정권을 무너뜨린 시발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의 선거 개입 진상 규명에 모호한 태도를 유지한다면 목요기도회는 전국, 아니 전 세계로 퍼질 것이다."

"국가와 체제를 수호해야 하는 국가기관인 국정원은 과거에 국가 안전보다는 독재정권에 빌붙어 독재정권의 수구 노릇을 마다치 않았다. 국정원 직원의 선거법 위반과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혹은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야당인 민주당 선거운동본부에 도청장치를 설치한 의혹 때문에 재선에 당선되고도 탄핵 결정 직전에 스스로 물러났다."
   
유신독재와 전두환·노태우 군사독재정권 시절 '하나님의 정의를 몸소 실천'한 모임이 목요기도회다. 유신부터 1987년 6월 민주항쟁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에 '빛'이 된 목요기도회의 활동이 다시 시작됐다. 이를 주도한 사람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성복(인천 샘터교회) 목사의 말이다.

김 목사는 30년째 목회자로 활동하며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목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감리교 희망연대 대표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6.15인천본부 공동대표 등을 맡았다. 그는 또한 부평미군기지 이전과 공원화 사업 등을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인천에서는 '개념 목사'로 잘 알려졌다.

김 목사를 비롯한 NCCK 정의평화위원회는 지난 1월 10일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진상 규명위원회(이하 국정원 규명위)'를 구성했다. 김 목사는 위원장을 맡았다.

'국정원 규명위'는 발족 기자회견 후 표창원 전 경찰대학교 교수를 초청해 강연회를 열기도 했다. 수서경찰서에는 국정원 선거 개입과 관련한 수사 기록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시민사회진영을 초청한 좌담회를 열어 향후 활동 방향을 모색 중이다.

▲ NCCK 정의평화위원회가 주관한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의혹, 진상 규명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강연회에서 강연하고 있는 표창원 전 경찰대학 교수.<사진제공: NCCK 정의평화위원회> ⓒ 한만송


김 목사는 지난달 7일을 시작으로 매달 첫째·셋째 주 목요일 서울 기독교회관에서 국정원 선거 개입 진상 규명을 위한 목요기도회를 운영하고 있다.

"현행 국정원법 9조는 국정원 직원의 정치 참여를 금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국민이 위임한 권력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정원이 대의민주주의 핵심인 선거에 개입한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 공정하지 못한 룰에서 대선이 치러졌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혹을 낱낱이 밝히지 않는다면 유신정권이 무너진 과거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엄중한 사실을 알아야 한다."

8일 만난 김 목사는 차분한 목소리로 '국정원 규명위'의 활동 의의를 설명했다. 서슬 퍼런 군사독재정권은 아니어도 이제 막 출범한 새 정부를 정조준할 수 있는 문제인데도, 그의 이야기는 거침이 없었다. 특히 과거 중앙정보부와 안전기획부를 거쳐 오늘까지 일반인에게는 공포의 대상인 국정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 김성복 ‘국정원 선거개입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김 위원장은 30년째 목회자로 활동하며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감리교 희망연대 대표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6.15인천본부 공동대표 등을 맡았다. 그는 또한 부평미군기지 이전과 공원화 사업 등을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인천에서는 ‘개념 목사’로 잘 알려져 있다. ⓒ 한만송


아래는 김성복 '국정원 선거 개입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과 한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 새 대통령뿐 아니라, 서슬 퍼런 권력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국정원과 관련된 활동에 나섰다. 야당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 사안에 왜 나서게 됐는가.
"국가와 체제를 수호해야 하는 국가기관인 국정원은 과거에 국가 안전보다는 독재정권에 빌붙어 독재정권의 수구 노릇을 마다치 않았다. 국정원 직원의 선거법 위반과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혹은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

대한민국은 짧은 시간에 경제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유일한 나라다. 그런데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핵심인 선거가 불공정하게 진행됐다. 이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것은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데 매우 중요한 일이다."

- 지금까지 어떤 활동을 했는가?
"NCCK 정의평화위원회는 지난 1월 모임을 가지고 '국정원 선거 개입 진상규명위원회'를 조직했다. 제가 위원장을 맡았다. 표창원 전 경찰대학교 교수를 초청해 강연회를 열기도 했다. 표 교수의 지적대로 국가가 위임한 권력을 가지고, 국민이 준 돈으로 국민의 민심을 왜곡한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지난달 7일 목요기도회를 시작해 지금까지 4회 진행했다. 국정원 선거 개입의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목요기도회를 계속할 것이다."

- 이번 사건이 이명박 정권에서 일어난 이른바 '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사건과도 연결돼있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명박 정권과 과거 민주정부 10년과 비교하면 선거 때 이해되지 않는 사건이 벌어져 왔다. 현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비서관이 중앙선관위 홈페이지를 디도스 공격해 서울시장 선거를 방해했다. 김해 재·보궐선거 때도 젊은 층의 선거 참여를 막기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한 의혹이 있다. 2012년 총선 때는 특정 언론이 선거에 영향을 줄 기사를 작성해 인천에 뿌리기도 했다. 그런 연장선에서 국정원의 선거 개입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나온다. 새누리당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단장이 주도해 대선에서 불법을 자행하기도 했다."

- 경찰의 중간 수사 발표 등, 현재까지 수사가 진척이 없는 것 같다.
"국정원이 국정원법 9조(정치 관여 금지)를 어기고 국내 정치에 개입한 심각한 문제임에도 불구,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선거일 며칠 앞두고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하게 '선거 개입 정황이 없다'고 발표했지만, 국정원 여직원의 선거 개입 의혹은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런데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이 또다시 조작과 은폐로 나가면 걷잡을 수 없는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미진하다면,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는가?
"솔직히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기대하지는 않지만, 검찰 수사까지 지켜봐야 한다. 수사가 미진하면 특검이나 국회의 국정조사 단계로 가야 한다고 본다. 문제는 지금도 증거들이 없어지고 있고, 국정원이 말을 맞추고 있다는 데 있다."

▲ 김성복 ‘국정원 선거개입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부평신문 자료사진> ⓒ 한만송

- 과거 미국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는데?
"1972년 미국 대선 때 닉슨 대통령 후보의 전직 경비 주임이며 시아이에이(CIA) 출신 요원이 야당인 민주당 선거운동본부에 도청장치를 설치했다. 닉슨은 재선됐지만, 언론의 집요한 취재로 사실이 드러나자 사임했다. 그래서 미국은 중앙정보국이나 연방수사국 수장의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엇갈리게 한다. 이명박은 정보에 대해 잘 모르는 인사를 국정원장에 앉혔다. 결국 국정원의 정치 개입이 만연해졌다. 진실 규명과 함께 국정원이 정치 개입을 못하게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한다."

- 이명박 정권, 국정원이 굳이 이런 무리수를 둔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가?
"이명박 정권 말기에 부패의 악취가 진동했다. 퇴임 후 닥칠 4대강 문제 등을 은폐하기 위해서는 정권 연장이 절실했다고 본다. 진실은 그렇게 쉽게 은폐되지 않는다. 진실을 은폐하는 세력은 비참한 종말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 국민 사이에서 다 끝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지 않은가.
"묻힐 수 있는 사건이다. 그래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세상일이 쉽게 묻힐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곳곳에서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모든 일을 지휘한 원세훈 국정원장을 반드시 처벌해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국민에게 어떻게 알려 나갈 것인가?
"국정원의 선거 개입 진상을 알리기 위해 교회별로 홍보물을 나눠줄 생각이다. 진상을 교인들에게 알리고, 이해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 문제가 먹고 사는 문제와 바로 직결될 수 없지만, 형식적 민주주의마저 무너지면, 다음은 파시스트가 나온다."

- 향후 활동 계획은?
"목요기도회를 계속할 것이다. 기도회는 향후 전국으로 뻗어 나갈 것이다. 유신독재 때처럼 해외까지 뻗어 나갈 것이다. 또한 천주교·불교 등 4대 종단과 연합해서 국정원의 선거 개입 진상을 알려나갈 것이다. 여기에 시민사회까지 함께해 국민적 힘으로 진상을 규명해 나갈 것이다."

-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국정원을 상대로 한 싸움인데, 사찰 등은 따르지 않았나?
"(웃음 뒤 침묵) 감지되는 것도 있다. 기자들도 처음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추가로 진실이 드러나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늘어난다. 신앙적 양심에 따라 어떠한 어려움이 와도 규명해나갈 것이다. 그것이 애국이라고 본다. 자유민주주의 꽃(=선거)을 손상하는 행위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바로 잡은 국정원인데, 또 그 짓거리를 하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에게는 수사권이 없다. 만약 국정원 직원 중 양심선언 할 분이 있다면 우리는 그 분과 아름다운 동행을 끝까지 해줄 것이다. 양심선언을 촉구한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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