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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낙하산' 비판 박 대통령, '친박' 낙하산 펼치나

공공기관 물갈이 인사 예고... 인위적 물갈이 없다지만, 보은 인사 변질 우려

등록|2013.03.12 11:57 수정|2013.03.12 11:57

▲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참석하러 가고 있다. ⓒ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 산하 기관과 공공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하면서 제 식구 챙기기식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가 이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11일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 산하기관과 공공기관에 대해 앞으로 인사가 많을 텐데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1시간여 동안 열린 국무회의의 대부분을 새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를 설명하는데 할애하면서 "새 정부가 막중한 과제들을 잘 해내려면 인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에 대해서는 직접 챙기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정부 부처는 물론 산하기관까지 자신의 뜻을 관철할 수 있는 인사를 기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대통령은 한국전력공사 등 공기업 17개와 국민연금관리공단 등 준정부기관 29개, 산업은행 등 18개 기타 공공기관 등의 기관장과 감사, 임원 등 500여 명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특히 올해 3년 임기가 끝나는 기관장은 170여 명에 이르고, 이사와 감사까지 고려하면 인사 대상은 360여 명에 이른다.

1차 물갈이 대상은 'MB 낙하산' 될 듯

▲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신임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은 진영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는 모습. ⓒ 청와대


물갈이의 1차 대상은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이명박 정부 말기 단행된 공기업과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5일 창신동 쪽방촌 봉사활동을 마친 후 "최근에 공기업, 공공기관 이런 데에 전문성 없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선임해서 보낸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고 있다"며 "국민들께도 큰 부담이 되는 것이고, 다음 정부에도 부담이 되는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야당 시절에도 노무현 정부의 공기업 인사에 대해 "편향적인 코드 인사", "전문성과 능력 중심이 아닌 낙하산 인사"라고 날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정부 산하기관이나 공공기관에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쓰겠다"는 박 대통령의 뜻은 또 다른 '낙하산 인사', '코드 인사'로 변질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인사 기준으로 '국정철학 공유' 정도만 언급했을 뿐 MB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비판하는 잣대였던 전문성이나 능력, 청렴도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기준도 구체적이지 않고 모호해 결국 친박계 인사들을 위한 '보은 인사'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여권에서는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을 돕고도 내각과 청와대 인선에서 배제된 인사들을 중심으로 "친박이 쪽박이 됐다"는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다. 여권에서는 공기업들의 주주총회가 마무리되는 3월 말 전에 산하기관과 공기업에 대한 인사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회자되기도 했다.

결국 5년 전 일괄사표를 받아 대대적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던 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답습하지는 않더라도 '대선 공신들'에 대한 제 식구 챙기기식 자리 만들기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의 뜻은 인위적인 대대적 물갈이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전임 정권에서 무리하게 낙하산으로 임명된 인사들 중 전문성과 능력을 따지겠다는 것"이라며 "경영성과도 있고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함께 갈 수 있는 인사들을 무조건 교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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