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수업시간에 자신의 핸드폰으로 학생에게 게임을 하도록 시켜서 물의를 빚고 있다. 수원의 A고등학교 진로상담교사인 B교사가 지난 2월, 진로수업시간에 핸드폰을 들고 들어와 "이 반에서 애니팡을 가장 잘 하는 아이가 누구냐"면서 학생 2명을 불러 자신의 핸드폰으로 10여 분 동안 게임을 하게 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이날 B교사가 "진로수업을 하지 않고 자습을 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진로상담교사인 B교사와 관련, 한 학생은 "선생님이 진로수업을 성의 없이 해 아이들이 불만이 많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날 B교사가 수업시간에 핸드폰 게임을 시킨 것은 수업에 성의가 없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

이번 일과 관련해 이 학교 학부모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교사가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했다"고 분개했다. 이 학부모는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를 우습게 봤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교육청에서 이 건과 관련해 해당교사를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학생들과 학부모의 주장에 대해 B교사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11일, B교사는 기자와 한 통화에서 "봄방학을 앞두고 진도가 다 끝나 수업시간에 IT산업과 관련된 내용으로 강의를 했다"며 "게임개발업자가 되는 것도 좋은 진로선택이라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애니팡 어플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뿐 게임을 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B교사가 불러내 게임을 시킨 학생들이 누구이며, 어떤 상황이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사실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A고등학교 C교장은 "B교사가 진로수업시간에 IT 관련 업종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던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B교사와 관련해 일부 학부모는 "진로상담교사는 겸직을 하면 안 되는데 B교사는 교무부장을 겸직하고 있어 상담수업을 부실하게 할 가능성이 많다"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 학부모는 "B교사가 상담수업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소홀히 하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게임을 하고, 아이들에게 게임을 시키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이라며 "교무부장은 학교에서 가장 바쁜 업무를 맡은 교사로 진로상담을 겸하면 수업내용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진로상담교사는 중·고등학교에 1명씩 배치되어 있으며, 주당 수업시수가 10시간 이하로 학생들의 진로상담에 전념할 수 있게 배려하고 있다는 게 경기교육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B교사의 경우 주당 수업시수는 8시간이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상담교사가 교무부장을 겸임하는 것에 대해 "겸임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기도교육청관계자는 "경기교육청 관내 학교에서는 진로상담교사가 겸직을 하는 경우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어느 학교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와 관련, C교장은 "B교사는 유능한 상담교사로 학생들의 진로상담을 잘 하고 있다"며 "교무부장을 겸하게 한 것은 학교의 사정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C교장은 "교사의 임명 권한은 교장에게 있어 문제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한 중학교 교장은 "진로상담교사의 진로상담 수업시수를 1주일에 10시간 이하로 배정한 것은 상담업무에만 전념하도록 하기 위해서인데 학교에서 가장 바쁜 교무부장을 맡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진로상담교사 제도를 만든 본래의 취지와 목적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