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공약 말바꾸기' 논란 휩싸인 박 대통령
경찰청장 임기 보장 공약부터 군복무 단축 약속까지...공약후퇴 논란
"특별한 경질 사유가 없는데 임기가 반 이상 남은 청장을 중도하차 시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경찰청장 임기보장은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데, 이렇게 말을 뒤집으면 어떻게 국민이 정부에 대해 신뢰감을 가질 수 있겠는가."
15일 청와대가 이성한 부산경찰청장을 신임 경찰청장으로 내정한 것에 대한 한 일선 경찰서 간부의 반응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경찰이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본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현재 2년인 경찰청장의 임기를 보장 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10월 19일 발표한 경찰 관련 공약에도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다.
'경찰청장 임기 보장' 공약 스스로 허문 박 대통령
하지만 지난해 5월 임명된 김기용 청장은 임기를 1년 3개월가량 남겨둔 채 물러나게 됐다. 김 청장이 업무 중심으로 조직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끌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를 바라보는 경찰 내부의 시선은 곱지 않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라며 "신뢰를 내세웠던 대통령의 공약(公約)이 말 그대로 공약(空約)이 되어 버렸다"고 허탈해 했다.
당장 야당이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통합당 김현 대변인은 15일 "그동안 강조해왔던 소신과 원칙, 국민과의 약속은 단지 대통령이 되기 위한 수단이었느냐"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새롭게 임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만 밝혔을 뿐 그 판단의 근거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신뢰와 원칙'을 강조했던 박 대통령이 대선 당시 약속했던 공약을 뒤집는다는 비판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기초노령연금, 보편적 연금에서 선별적 연금으로 후퇴
대표적인 것이 기초노령연금 공약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0일, 2차 대선후보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기초노령연금을 보편적 기초연금으로 확대해 65살 이상의 모든 어르신한테 내년부터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2013년 법을 즉시 제정하여 65세 이상 모든 노인층에게 월 20만 원씩 보장하겠다는 것이 박 후보의 공약이었다. 이 공약은 소득 하위 80%의 노인까지 2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공약보다 더 강력한 것이었다.
지난달 2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박근혜 정부의 5대 국정목표와 140개 국정과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국민행복연금 방안을 확정했다. 기존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으로 확대한 뒤 국민연금과 연계해 소득과 국민연금 납부 기간에 따라 4개 집단으로 나뉘어 매달 4만~20만원을 차등 지급하는 것이 국민행복연금의 주요 골자다.
이렇게 되면 월 20만원의 연금을 받는 대상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소득하위 70% 노인'으로 축소된다. 당초 보편적 연금 성격에서 선별적 연금으로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논란 불러온 '4대 중증질환 치료비 100% 국가 보장' 공약
'4대 중증질환 치료비 100% 국가 보장' 공약도 논란거리다. 지난해 새누리당 대선 정책공약집에는 '4대 중증질환(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성 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이라는 문구와 함께 '현재 75% 수준인 보장률(비급여부문 포함)을 2016년 100%로 확대'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내놓은 최종안에서는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지원 항목에서 비급여 항목(선택진료비, 상급병실비, 간병비)이 제외됐다. 이에 대한 새누리당의 입장은 대선 캠페인 당시 요약해서 전달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해일 뿐 공약이 후퇴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는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의 후퇴논란에 대해 "선거운동은 일종의 캠페인이다.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 아주 단순하게 축약한 단어를 쓰다 보니 의미가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진 장관은 지난해 대선 당시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을 지냈다.
그는 "엄밀히 말하면 4대 중증질환 보장 공약은 대선공약이 아니라 총선공약이었다. 총선 후 정책위의장을 맡으면서 스스로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해 3대 비급여를 제외하는 부분으로 명확히 했다"며 "이를 통해 대선공약을 만들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보도자료를 배포해 포함되지 않는다고 충분히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야당·시민단체 "공약보다 실제 내용은 엄청 후퇴"
하지만 야당은 이런 해명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민주통합당 김용익 의원은 "현재 보장성 75% 수준을 100%로 확대하겠다고 공약집에 버젓이 나와있다"며 "이런데도 4대 중증질환 관련 병원비를 국가가 모두 내주겠다고 생각하지 않을 국민이 어디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또 "박 대통령도 후보 시절 TV토론회에 나와 분명히 간병비를 포함해 보장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공약은 전달한 사람이 주체가 되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이해한 게 공약"이라고 꼬집었다.
시민사회의 반발도 거세다. 지난 8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노년유니온',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사' 등 4개 시민단체는 박근혜 대통령과 진영 복지부장관을 사기 및 허위사실 유포죄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들 시민단체는 고발장을 통해 "박근혜 캠프는 지난 19대 대선 때 공약집과 텔레비전 토론회, 거리 현수막 등을 통해 4대 중증질환 진료비를 100% 보장하겠다는 공약을 밝힌 바 있다"며 "(4대 중증질환은) 전액 보장하느냐가 핵심인데 이를 속였기 때문에 당시 박 후보의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은 허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도 "박 대통령이 공약 빈껍데기를 두고 계속해서 말바꾸기를 하고 있다"며 "명백한 공약 뒤집기는 애초에 할 이행할 의지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고 꼬집었다.
군 복무 기간 18개월 단축 약속도 '뜨거운 감자'
대선 공약집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이 투표일 전날 갑작스럽게 발표했던 군복무 기간 단축 약속도 앞으로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18일 밤 선거운동 종료 4시간 여를 남기고, 당시 박 후보는 서울 광화문 광장 유세에서 "많은 남학생들의 고민인 병역 문제를 해결 하겠다"며 "군 복무기간은 하사관 증원 등을 통해 임기 내에 18개월로 단축하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었다.
지난달 21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현역병 복무 기간 단축하는 공약에 대해 "단축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고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수위는 언제 군 복무 기간을 단축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아 사실상 공약이 폐기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군 복무기간 단축 공약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안보 상황이 호전되고, 부사관 3만 명 증원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병관 국방장관 내정자도 지난 8일 열린 국회 국방위 인사청문회에서 군 복무기간 단축에 대해 "지금 국방부 등에서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검토가 나와 있다"며 회의적 반응을 나타냈다.
15일 청와대가 이성한 부산경찰청장을 신임 경찰청장으로 내정한 것에 대한 한 일선 경찰서 간부의 반응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경찰이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본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현재 2년인 경찰청장의 임기를 보장 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10월 19일 발표한 경찰 관련 공약에도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다.
'경찰청장 임기 보장' 공약 스스로 허문 박 대통령
하지만 지난해 5월 임명된 김기용 청장은 임기를 1년 3개월가량 남겨둔 채 물러나게 됐다. 김 청장이 업무 중심으로 조직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끌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를 바라보는 경찰 내부의 시선은 곱지 않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라며 "신뢰를 내세웠던 대통령의 공약(公約)이 말 그대로 공약(空約)이 되어 버렸다"고 허탈해 했다.
당장 야당이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통합당 김현 대변인은 15일 "그동안 강조해왔던 소신과 원칙, 국민과의 약속은 단지 대통령이 되기 위한 수단이었느냐"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새롭게 임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만 밝혔을 뿐 그 판단의 근거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신뢰와 원칙'을 강조했던 박 대통령이 대선 당시 약속했던 공약을 뒤집는다는 비판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기초노령연금, 보편적 연금에서 선별적 연금으로 후퇴
대표적인 것이 기초노령연금 공약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0일, 2차 대선후보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기초노령연금을 보편적 기초연금으로 확대해 65살 이상의 모든 어르신한테 내년부터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2013년 법을 즉시 제정하여 65세 이상 모든 노인층에게 월 20만 원씩 보장하겠다는 것이 박 후보의 공약이었다. 이 공약은 소득 하위 80%의 노인까지 2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공약보다 더 강력한 것이었다.
▲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새 정부 국정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 남소연
지난달 2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박근혜 정부의 5대 국정목표와 140개 국정과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국민행복연금 방안을 확정했다. 기존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으로 확대한 뒤 국민연금과 연계해 소득과 국민연금 납부 기간에 따라 4개 집단으로 나뉘어 매달 4만~20만원을 차등 지급하는 것이 국민행복연금의 주요 골자다.
이렇게 되면 월 20만원의 연금을 받는 대상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소득하위 70% 노인'으로 축소된다. 당초 보편적 연금 성격에서 선별적 연금으로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논란 불러온 '4대 중증질환 치료비 100% 국가 보장' 공약
'4대 중증질환 치료비 100% 국가 보장' 공약도 논란거리다. 지난해 새누리당 대선 정책공약집에는 '4대 중증질환(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성 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이라는 문구와 함께 '현재 75% 수준인 보장률(비급여부문 포함)을 2016년 100%로 확대'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내놓은 최종안에서는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지원 항목에서 비급여 항목(선택진료비, 상급병실비, 간병비)이 제외됐다. 이에 대한 새누리당의 입장은 대선 캠페인 당시 요약해서 전달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해일 뿐 공약이 후퇴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는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의 후퇴논란에 대해 "선거운동은 일종의 캠페인이다.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 아주 단순하게 축약한 단어를 쓰다 보니 의미가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진 장관은 지난해 대선 당시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을 지냈다.
그는 "엄밀히 말하면 4대 중증질환 보장 공약은 대선공약이 아니라 총선공약이었다. 총선 후 정책위의장을 맡으면서 스스로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해 3대 비급여를 제외하는 부분으로 명확히 했다"며 "이를 통해 대선공약을 만들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보도자료를 배포해 포함되지 않는다고 충분히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야당·시민단체 "공약보다 실제 내용은 엄청 후퇴"
하지만 야당은 이런 해명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민주통합당 김용익 의원은 "현재 보장성 75% 수준을 100%로 확대하겠다고 공약집에 버젓이 나와있다"며 "이런데도 4대 중증질환 관련 병원비를 국가가 모두 내주겠다고 생각하지 않을 국민이 어디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또 "박 대통령도 후보 시절 TV토론회에 나와 분명히 간병비를 포함해 보장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공약은 전달한 사람이 주체가 되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이해한 게 공약"이라고 꼬집었다.
▲ 참여연대, '박근혜 대통령 국민 기만 규탄 기자회견'참여연대 소속 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국민 기만 복지공약 규탄'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을 보여주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복지공약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밝힐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시민사회의 반발도 거세다. 지난 8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노년유니온',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사' 등 4개 시민단체는 박근혜 대통령과 진영 복지부장관을 사기 및 허위사실 유포죄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들 시민단체는 고발장을 통해 "박근혜 캠프는 지난 19대 대선 때 공약집과 텔레비전 토론회, 거리 현수막 등을 통해 4대 중증질환 진료비를 100% 보장하겠다는 공약을 밝힌 바 있다"며 "(4대 중증질환은) 전액 보장하느냐가 핵심인데 이를 속였기 때문에 당시 박 후보의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은 허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도 "박 대통령이 공약 빈껍데기를 두고 계속해서 말바꾸기를 하고 있다"며 "명백한 공약 뒤집기는 애초에 할 이행할 의지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고 꼬집었다.
군 복무 기간 18개월 단축 약속도 '뜨거운 감자'
대선 공약집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이 투표일 전날 갑작스럽게 발표했던 군복무 기간 단축 약속도 앞으로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18일 밤 선거운동 종료 4시간 여를 남기고, 당시 박 후보는 서울 광화문 광장 유세에서 "많은 남학생들의 고민인 병역 문제를 해결 하겠다"며 "군 복무기간은 하사관 증원 등을 통해 임기 내에 18개월로 단축하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었다.
지난달 21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현역병 복무 기간 단축하는 공약에 대해 "단축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고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수위는 언제 군 복무 기간을 단축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아 사실상 공약이 폐기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군 복무기간 단축 공약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안보 상황이 호전되고, 부사관 3만 명 증원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병관 국방장관 내정자도 지난 8일 열린 국회 국방위 인사청문회에서 군 복무기간 단축에 대해 "지금 국방부 등에서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검토가 나와 있다"며 회의적 반응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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