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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호남' 없는 인사대탕평... 박근혜에 속았다

[주장] 때 아닌 '선산타령'까지 하게 만든 거짓말 탕평인사

등록|2013.03.18 10:37 수정|2013.03.18 10:37
"글로벌 시대를 맞아 보다 준비된 국정운영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야만 한다.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만들어 갈 대한민국의 변화와 혁신이 기다려지지 않으냐."

지난해 11월 18일 인천 송도에서 개최한 비전 선포식에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국민 앞에 약속한 말이다. 그는 또 "준비된 여성대통령 후보로서 국민통합·정치쇄신·일자리와 경제민주화를 3대 국정지표로 삼을 것을 약속드린다"며 '준비된 여성대통령'임을 강조했다. 선거벽보와 공보물에도 '준비된 여성대통령'을 대문짝만 하게 적었다.

여성 유권자들은 '준비된 여성 대통령' 박근혜 후보를 문재인 민주당 후보보다 더 지지했다. 한국선거학회가 지난 대선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남성 유권자들은 문재인 후보에 50.5%가, 박근혜 후보에 48.3%가 투표했다. 반면 여성은 문재인 후보에 45.4%가, 박근혜 후보에 53.8%가 투표했다. 개표 결과 박 후보는 51.6%, 문 후보는 48.0%를 득표했으니 여성 유권자들이 박근혜 후보를 상대적으로 많이 지지한 것이다.(3월 1일 <여성신문> <박근혜 정부의 다섯 가지 딜레마> 참고)

특히 대선 유권자 중 남성이 1998만1167명, 여성이 2048만3474명으로, 여성 유권자가 남성 유권자보다 약 50만 명 많았고, 실제 투표율도 높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월 15일 발표한 18대 대선 투표율 최종분석 결과에 따르면, 성별 투표율로는 여성이 76.4%로 남성(74.8%)을 앞질렀다.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가 박 후보 당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준비된 여성 대통령"은 '여성'을 홀대했다. 박근혜 정부 장관급 인사 24명 중 여성은 단 두 명 뿐이다.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사실상 '여성 당연직'임을 감안하면,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유일한 여성 장관이라고 봐야 한다. 여성 장관 비율은 11.8%다. 이명박 정권 초기 내각은 여성 비율 13%였고, 노무현 정부는 21%였다.

내각에 여성이 없다면 청와대 참모진이라도 여성을 등용해야 했지만, 수석급 이상 참모들 중에도 여성은 단 한 명도 없다.

'여성' '호남' 배제하고 국가미래연구원 출신만 중용

이뿐 아니다. 박 대통령은 국민대통합을 위해 '인사 대탕평'을 공언했다. 특히 호남표를 얻기 위해 눈물 어린 호소를 했다. 지난해 10월 23일 광주 북구 광주전남도당에서 열린 광주전남 선대위 발대식에서 "저는 모든 공직에 대탕평 인사를 할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는 어느 한 지역이 아니라 모든 지역에 (해당하는) 100% 대한민국 정부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5일 대통령 선거일을 14일 앞두고 여수에서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핵심 실세였던 참여정부는 호남에서 90% 넘는 압도적 지지를 보냈지만 집권하자마자 호남의 뿌리였던 정통 야당을 없애버리고 분열과 갈등의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며 문재인 후보를 '분열주의자'로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랬던 사람이 지금 호남에 와서 또 다시 표를 달라고 하는데, 여러분 또 속으시겠는가"라고도 했다.

문재인에게 속지 말고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당연히 인사대탕평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인사대탕평'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지난 15일 4대 권력기관장에 대한 인선을 끝으로 72명의 장차관급 인사를 마쳤다. 박근혜 정권 첫 내각(총리·장관) 인사에서 18명 중 호남 출신은 2명, 차관 인사에서 20명 중 호남 출신은 3명, 외청장 인사에서는 18명(금강원장 포함) 중 2명만이 호남 출신이다. 영남은 9명이다.

특히 4대 권력기관장(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가운데 호남 출신은 '0'명이다. 하지만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5일 "채동욱 검찰청자 내정자의 경우 지역을 고려한 것으로 이해해달라"며 "채 내정자는 서울 출생으로 돼 있지만 부친께서 5대 종손이시고 선산이 전북 군산시 옥구군 임실면에 있으며 매년 선산을 다니고 그 지역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며 때 아닌 '선산타령'을 했다. 선거 전에는 호남에서 "문재인에게 속지 말라"고 했지만 정작 속인 것은 박 대통령이라는 비판이 나와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렇게 '여성'과 '호남'은 홀대하면서 대선 후보 시절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은 대거 등용해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미래를 먹여살릴 수 있기 때문에 타협은 없다"며 끝내 밀어붙인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인 최문기(62) 한국과학기술원 경영과학과 교수와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이다. 그리고 윤병세(외교부)·류길재(통일부)·서승환(국토교통부) 장관도 미래연구원 출신이다.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은 청와대까지 입성했는데, 곽상도 민정수석과 최성재 고용복지수석을 비롯해 김재춘(교육), 정영순(여성가족), 홍용표(통일) 비서관은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이다. '원칙주의자' 박근혜 대통령, 약속했던 '여성'과 탕평'은 어디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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