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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들짝 박원순, '신당창당설'에 "소설, 나는 민주당원"

안철수·박원순 회동에 바짝 긴장한 여야 "혹시..."

등록|2013.03.18 16:32 수정|2013.03.18 16:56

▲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소재 음식점 달개비에서 회동하기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노원 병 보궐 선거 예비후보가 6개월 여 만에 공개회동을 갖자, 여야 할 것 없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저마다 '노원 병'에 걸린 이해 관계에 따른 반응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첫 선거이니만큼 승기를 거머쥐어야 하는 새누리당, 안 후보의 출마로 후보 공천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한 민주당, 노회찬 대표 자리를 되찾아야 한다는 진보정의당. 모두 두 사람의 회동이 가져올 정치적 파장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 두 사람의 회동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을 향한 무공천 압박 뜻', '재보궐 이후의 정치 연대의 시발점', '야권과의 관계 회복 신호탄'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하루 빨리 노원 병 공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민주당은 회동의 '숨은 메시지' 찾기에 고심하는 눈치다.

박홍근 민주당 비대위원은 18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안 후보가 야권연대나 민주당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라기보다 자기 선거에 도움되는 구도를 짜고 '현안을 해결할 신뢰감 있는 후보'라는 간접 효과를 주기 위해 박 시장과 만난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는 이어 "안 후보가 연대 정신을 갖지 않고 나홀로 가겠다는 거라면 '도의적 무공천' 논리가 쉽게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 시장과 안 후보가 야권연대에 대해 대화를 나눴는지 당 차원에서 확인해 봐야 할 거 같다"며 회동 내용에 촉각을 기울였다. 그간 간접적으로 안 후보의 의중을 파악해 온 민주당이, 박 시장을 통해 안 후보의 뜻을 파악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4.24 재보궐 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은 김동철 비대위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해 "친분이 있으니 만난 거 아니겠냐"면서도 "안 후보가 모호한 어법을 계속 쓰는데 분명한 입장을 빠른 시일 내에 밝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대위 내부에서도 지난 대선에서 안 후보에게 빚을 졌으니 노원 병에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기류와 공당으로서 후보를 내야 한다는 기류가 함께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는 안 후보가 민주당과 힘을 합쳐서 박근혜 정부의 독주를 막자는 건지, 민주당을 똑같은 타도 대상으로 생각하는 건지 감을 잡을 수 었다"고 짚었다. 안 후보가 '타도 대상'으로 민주당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면 '노원 병 무공천 논리'가 힘을 받기 어려운 거 아니냐는 것이다. 김 비대위원은 "안 후보가 입장을 분명히 하면 민주당도 방침을 정확히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박 회동'에 여야 모두 곱지 않은 시선... "바람직하지 않아"

아직 당 차원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새누리당 역시 '안철수-박원순 회동'에 부정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 회의에서 "어제 안 후보가 박 시장을 만난 것은 지역구 문제 해결에 대한 서울시의 협조를 이끌어낼 능력을 과시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4.24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지자체단체장의 지역구 관련 언급은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극히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거에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될 예비 후보들의 불만 목소리도 높다. 이날 오전 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한 이동섭 노원 병 예비후보는 "박원순 시장이 상당히 인기가 있는데 안 후보가 그걸 이용할 것 같다"며 "선거 전에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불쾌감을 표했다.

노원 병 지역 민주당 지역위원장이기도 한 이 후보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안 후보가 민주당에 입당해 나와 당당하게 경선하면 야권이 분열되지 않고 박근혜 정권에 경고할 수 있다"며 "그러나 안 후보가 정치공학적 단일화에 반대한다면서 그런 여지를 남겨주지 않아 야권 전체에 분란의 씨앗을 제공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김지선 노원 병 진보정의당 예비후보도 BBS 라디오 <고성국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두 사람의 만남은 나에게 불리할 것"이라며 "나도 지역 현안에 대해 의논하기 위해 박 시장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당 차원에서도 '선거법 위반 소지'를 지적하고 나섰다. 천호선 진보정의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에서 "서울시정을 책임진 박 시장과 지역현안을 안고 출마해 선거를 코앞에 둔 안 후보가 만난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라며 "선거법상의 시비가 일고 있는 모습은 그다지 새 정치다운 모습은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여야 모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상황에서 박원순 시장은 "인간적인 관계, 그야말로 인사 차원에서 만난 것"이라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박 시장은 안 후보와의 '신당 창당설'에 대해 "민주당 당원으로서 당의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소설"이라고 잘라 말했다.

두 사람의 만남이 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해석에 박 시장은 "본인(안 후보)이 (지역) 현안에 대해 이렇게 해달라는 얘기는 전혀 없었다"며 "본인도 골몰골목 뛴 느낌을 얘기했고 나도 지난 번 선거를 통해 바닥 민심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는 덕담 차원의 얘기들을 나눈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역시 두 사람 회동에 대해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 시장은 '안 교수 측이 선거에 도움 되리라 판단해 만남 사실을 공개한 거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았다"면서도 "너무 오랜만에 만나는데 내가 보지 말자, 또 이렇게 말할 수도 없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또,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출마 당시 안 후보의 양보를 받았던 박 시장에게 이번에는 안 후보가 박 시장에게 기대는 거냐는 질문에 "그런 게 없는 바는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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