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단속' 못한 신제윤, 금융위기 '빈틈' 막을까
금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다운계약서-업무추진비 허위 신고 도마에
▲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18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금융위기는 작은 틈만 보이면 나타나는 다년생 잡초와 같다."
'금융 위기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정작 '집안 단속'엔 빈틈을 드러냈다. 실거래가 1/7에 불과한 '다운계약서'와 업무추진비 허위신고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몰랐다"고 해명하고 나선 것이다.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장관급)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기획재정부 차관과 금융위 부위원장 재직 시절 도덕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열흘 전 다운계약서 작성 논란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날 "신 후보자가 금융위 부위원장 시절인 2011년 5월 30일 삼청각에서 기자간담회 명목으로 기자 등 20여 명과 식사하고 업무추진비 카드로 63만 원을 결제했는데 실제는 4명이 식사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업무추진비 사적 용도 사용 의혹을 제기했다.
이밖에 2011년 5월 20일 국정원 직원 등 10명과 점심 식사를 하고 33만 원을 결제했는데 영수증엔 실제 손님 숫자가 3명으로 표기돼 있는 등 허위 신고 사례들을 제시했다. 김 의원은 "신 후보자는 금융위 부위원장과 기획재정부 차관 재직시 기자간담회 명목으로 126회에 걸쳐 업무추진비 4266만 원을 신고했는데 명단에 있는 기자가 실제 참석한 적이 없는 등 상당한 숫자가 허위 신고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에 신 후보자는 "통상 비서진이 사후에 신청할 때 기자단으로 쓰는 관행이 있는 건 인정하지만 사적으로 쓴 건 없다"고 해명했다. 삼청각 사례에 대해서도 "담당자 착오였고 호주 재무차관(마이클 캘러한) 등 외빈 3명과 식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융위에선 "업무추진비 1인분에 3만 원을 넘기지 말라는 방침 때문에 금액에 맞춰 참석자를 늘리는 경우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마다 빠지지 않는 '다운계약서' 문제도 등장했다. 신 후보자는 2003년 4월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 4단지 주공아파트(28평)를 6400만 원에 팔고 5단지 37평짜리 아파트를 8200만 원에 샀는데, 당시 이 아파트의 실거래가는 각각 3억8500만 원, 5억5천만 원에 달했다는 것이다.
김기식 의원은 "다른 후보자들 다운계약서는 보통 실거래가의 1/2~1/3 수준인데 1/7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김 의원은 신 후보자가 다운계약서를 통해 탈루한 세금을 2500만 원 정도로 추정했다.
거래 시점도 문제다. 공교롭게 정부는 2003년 5월 23일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과천을 투기과열지구로 분류해 실거래가 기준으로 양도세로 매기기로 했다. 김 의원은 이런 조치가 취해지기 불과 열흘 전에 거래가 이뤄진 점을 들어 내부정보 활용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신 후보자는 "당시 다운계약서는 관행이었다"면서도 부동산 거래 사실을 자체를 몰랐다고 해명했다. 또 "당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과장이었지만 실거래가 문제는 세제실 소관이라 몰랐다"면서 "(사전에 투기과열지역 지정을) 알았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내부 정보 활용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기준 민주통합당 의원 역시 지난 94년 신 후보자가 형수에게 매도한 송파구 가락동 아파트의 근저당권이 20년 넘게 해지되지 않고 있는 점을 들어 불법 명의신탁한 부동산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신 후보자는 "매수자가 형수가 맞다"면서도 "(근저당권 문제는) 이번에 알았고 명의신탁하려면 은행이 아니라 내 명의로 해야 하기 때문에 명의신탁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관치 옹호'-'친기업 정책' 발언 구설수... "말조심해야"
▲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 무사히 임명되나?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18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도덕성 문제와 더불어 신 후보자의 튀는 발언도 구설수에 올랐다. 신 후보자는 3월 초 금융위원장 내정 직후 한 언론 인터뷰에서 금융기관 '낙하산 인사' 문제를 거론하며 "'관치'가 없으면 '정치'가 되고 정치가 없으면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의 '내치'가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민주통합당 간사인 김영주 의원은 "정치권이 금융기관 인사에 개입하는 듯한 뉘앙스"라며 불쾌감을 표시했고, 김기준 의원 역시 "관치 정당화로 들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신 후보자는 "여기서 정치는 정치권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과 관계없이) 여러 사람을 만나서 해결하는 것"이라면서 "발언 취지는 관치, 정치, 내치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밖에 신 후보자가 지난 2008년 9월 금융위기 당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 준비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외평채 발행에 성공 못하면 돌아오지 않겠다"고 한 것이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파견 근무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맞아죽을 각오로 친기업 정책을 펼치겠다"고 한 발언도 구설수에 올랐다.
같은 재정경제부 관료 출신인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조차 "금융은 심리에 의해 흔들리기 때문에 말 하나가 오해를 불러일으키면 경제 안정을 해칠 수 있다"며 신중한 발언을 주문했을 당부했을 정도다.
국제금융 전문가를 통하는 신 후보자는 이날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카드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최일선에서 해결한 경력을 내세웠다. 신 후보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달러를 빌리러 갔다가 외국계은행 지점장으로부터 문전박대 당했던 자괴감"까지 거론하며 "내 간절한 바람은 '금융위기 없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신 후보자는 "금융위기는 작은 틈만 보이면 나타나는 다년생 잡초와 같다"면서 "눈에 보이는 곳뿐만 아니라 안 보이는 곳까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다운계약서나 업무추진비 허위 신고 사실을 몰랐다는 신 후보자 해명이 사실이라면 정작 자신의 도덕성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작은 틈'은 수수방관해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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