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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지는 구조조정 파고... IMF 시기에 '육박'

2011년 정리해고자 10만 명 넘어... 박근혜 정부 대책은?

등록|2013.03.20 11:19 수정|2013.03.20 11:19
최근 몇 년 사이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 등에서 일어난 사건들은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것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실제 상황을 그대로 드러내는 말임을 우리에게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정리해고가 쉽사리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이미 노동자들이 체감하는 정리해고 수준은 IMF 위기 당시에 육박하거나 그를 넘어서고 있다. 지속되는 경기침체 속에서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2012년의 경우 재계 순위 10위 안에 드는 현대중공업이 사상 처음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등 재벌대기업들의 구조조정도 이어졌다.

▲ 비자발적 고용보험 상실자 수(단위 : 명, 자료 : 한국고용정보원, 2006~2008년 자료는 전체 고용보험 피보험 상실자(자발+비자발)수의 각 사유별 비중(%) 자료를 가지고 다시 계산한 것이라 합계에서 차이가 존재) ⓒ 백남주


일을 하는 동안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다가 일자리를 잃어버림으로 인해 고용보험의 피보험자격을 상실한 사람 수를 가지고 정리해고(정리해고란 경영자가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 계속되는 경영의 악화방지·생산성 향상 등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을 경우, 종업원을 해고할 수 있는 제도) 상황을 파악해보면, 2011년 '경영상의 필요에 의한 퇴직자'는 10만3274명이나 되었다. 2000년대 이 수치는 3만~7만 명으로 유지되었는데, 최근 잇따른 기업의 정리해고로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IMF 위기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1998년 정리해고자 숫자가 12만3834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당시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2년 이 수치는 다소 떨어져 8만2000여 명을 기록했는데,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IMF 위기 당시에는 1998년 큰 정리해고가 있은 후 1999년 7만여 명, 2000년 3만9000여 명으로 추세가 완화됐는 데 비해, 2008년부터 시작된 이번 위기 때는 5년이 흘렀음에도 정리해고자 숫자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IMF 시기에 육박하는 정리해고 규모

물론 위와 같은 '경영상의 필요에 의한 퇴직자'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도산해서 일자리를 잃거나 비정규직이 계약기간 연장을 못해 실업자가 되는 경우 등을 포함하면 직장을 잃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2012년 고용보험 피보험자격을 상실한 사람 중 비자발적 사유로 인한 사람은 223만0935명으로 집계되었다.

비자발적 사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정년퇴직이나 질병상의 이유보다는 기업이 파산하거나 회사 사정에 의해 혹은 계약기간 만료 등으로 피보험자격이 상실되는 비중이 훨씬 커, 전체 수를 가지고 현재의 상황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이 숫자는 2009년 200만 명을 넘어선 이후 거의 줄지 않다가 2012년 최고치를 기록했다.

게다가 이는 고용보험에 가입되어있는 상시근로자(상용+임시)의 취업동향을 보여주는 것으로 자영업자 등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까지 고려할 경우 일자리를 잃는 사람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2012년 기준 취업자 대비 피보험자 비중은 45.7%로 50% 이상은 고용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고용보험 혜택을 받고 있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가 자영업자이다. 2012년 1월부터 자영업자들에 대해서도 고용보험 제도가 실시가 되었다. 그 수가 늘어나고 있지만(7월 8일 기준 1만2531명) 임의가입 방식인데다 아직 시행된 지 몇 개월 되지 않아 당장에 큰 효과를 발휘하기는 어렵다.

자영업자의 경우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은퇴 후 생계전선으로 내몰리면서 2011~2012년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자영업은 자연스럽게 증가한 것이 아니라 단기간에 휴·폐업과 창업을 반복 중이다. 지난 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최근 자영업자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에 99만4000명이 창업했고, 84만5000명이 폐업해 폐업률이 85%를 기록했다. 자영업 10개중 9개 가까이가 망한 것이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IMF 위기 이후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의 자영업 진출로 포화상태에 빠진 상황이 해소되고 있지 않다. 폐업하는 업체가 늘어나며 자영업 비중은 2000년대 초반보다는 줄어든 상황이지만, 여전히 여타의 국가들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과다 경쟁에 노출되어 있는 자영업자의 구조조정은 여전히 진행 중인 것이다.

▲ 여전히 다른 나라들에 비해 자영업자 비중이 큰 상황이라 자영업 구조조정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 기획재정부


  
2013년, 더욱 늘어날 구조조정

2013년도에도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2% 저성장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도 저성장 국면은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2.8%, 정부는 3.0%의 저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더군다나 폭발 직전의 가계부채 문제, 부동산 거품 문제 등은 더욱 심각한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

2012년 11월13일 금융감독원의 '2012년도 중소기업 신용위험 정기평가' 결과를 보면, 45개 기업이 C등급(워크아웃)을, 52개 기업이 D등급(법정관리)을 받았다(최근 3년간 적자를 냈거나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는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곳, 자산건전성 '요주의' 등급을 기록한 곳이 C·D등급으로 분류된다). 전년보다 26%(20개)가 증가한 것이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기업 인사담당자 365명을 대상으로 "귀사는 올해 인력 구조조정 계획이 있습니까?"라고 질문한 결과, 17.5%가 '있다'라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인력을 구조조정 한 기업(15.3%)보다 2.2%p 증가한 수치다(<이투데이> 2013. 1. 9.).

대기업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11월 15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2013년도 구조조정 계획을 묻는 질문에 15%가 '있다'라고 대답했다(<헤럴드경제> 2012. 11. 15.). 이미 작년에도 현대중공업, 한국GM, 르노삼성, GS칼텍스, KCC, 현대상선, 삼성화재 등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거나 구조조정을 실시한 바 있다.

특히 한국에서 고용의 큰 부분을 담당하고 있고, 다른 산업과의 연계도 큰 건설업이나 조선업의 구조조정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2월 26일 시공능력평가순위 13위의 대형건설업체 쌍용건설이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100대 건설기업 중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업체는 19개 회사로 늘어난 상태다. 최근 두산건설(12위)은 그룹에서 1조 원에 달하는 자금 지원을 받기도 하였다.

문제는 건설업체들의 도산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란 점이다. 여전히 한국의 부동산 거품은 꺼져야 하는 상황이며, 그에 따라 건설업체들의 침체와 파산행렬은 지속될 것이다. 비우량 기업으로 분류되는 신용등급 'BBB+' 건설기업이 발행한 회사채(공모사채 기준) 가운데 올해 만기가 되는 금액은 5조 원 규모다(<머니투데이> 2012. 2. 26.). BBB+ 이하 건설기업들은 자체적인 회사채 발행이 불가능하고 금융권에서도 손실을 우려해 건설업체들에게 자금공급을 하지 않고 있어, 돈을 갚지 못해 파산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산업의 또 다른 큰 축인 해운·조선업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해운사의 경우 한진해운 1097억 원·현대상선 5197억 원·STX팬오션 2146억 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경기는 침체하는데 발주한 선박이 많아지면서 선박 공급 과잉까지 겹쳐 있는 상태다. 대한해운과 STX팬오션 등은 매물로까지 나왔다.

한편 2012년 국내 대형 조선사 9곳의 수주량은 70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에 불과했고, 수주잔량은 2800만CGT로 2002년(2700만CGT)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부산일보> 2013. 2. 19.). 조선업 경기는 보통 해운업에 후행하는데, 해운업 경기가 여전히 얼어붙어 있어 조선산업의 침체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비용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는 자본의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 생산물량을 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본은 노동자들이 더 많은 '양보'를 하는 곳으로 이동하려 할 것이고, 이는 비정규직의 증가나 고용여건 악화, 정리해고 등으로 나타날 것이다.

지난해 르노자동차는 스페인에서 생산량과 고용을 늘린다고 했는데 이는 노조가 노동시간 연장, 물가인상률보다 낮은 임금 인상, 비정규직 투입 용인 등을 합의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식의 스페인 생산 증대는 다른 나라의 생산 감소와 구조조정의 또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

최근 GM이 차세대 크루즈 모델을 한국에서 생산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 역시 이러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 각국에 공장을 가지고 있는 GM은 더욱 열악한 조건을 받아들이는 곳으로 생산물량을 배정하려 하는 것이다. 이는 노동자들 간의 경쟁을 격화시키고, 이러한 바닥으로의 경주는 국내 정리해고 압력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기대할 것 없어 보이는 박근혜 정부의 대응

▲ "민주노조 탄압 분쇄, 158억 소내가압류 철회, 정리해고와 강제 무기한 휴업이 부른 사회적 살인,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 전국노동자장"이 2월 24일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앞과 부산역광장에서 열렸다. 사진은 운구행렬 모습. ⓒ 윤성효


살펴본 바와 같이 거리로 내몰리는 노동자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에 따른 노사 간의 갈등도 커질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까?

세계경제가 침체국면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대기업도 지속적으로 큰 이익을 보면서 노동자들의 고용도 크게 늘어나는 구조를 만들기는 힘들다. 특히 한국경제 구조는 재벌대기업의 이득이 전체 경제로 확산되는 구조가 이미 단절되어 있음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재벌대기업의 이득을 사회로 환원시키고, 재벌대기업이 고용, 중소기업(고용의 88%가량을 책임) 살리기에 있어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가령 노동시간을 줄여서 일자리를 확대하는 등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통해 과학기술 분야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고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등의 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세계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황에서 당장에 한국만 산업이 활성화 되고 고용이 늘어나는 구조가 만들어지기는 어렵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재벌대기업들이 성장의 과실을 나누어야 할 때다.

하지만 경제민주화 정책들의 후퇴·폐기에서 볼 수 있듯이 박근혜 정부는 세계경제위기가 심화되면 심화될수록 재벌대기업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다. 대선 시기 국민들의 열망에 못 이겨 여러 복지정책들을 내놓았지만 출범한 지 한 달여 만에 수많은 공약들을 후퇴시키고 있다. 이는 대선 시기 공약들과 박근혜 정부의 지지기반이 괴리되어 있는 데 따른 당연한 귀결이다.

박근혜 정부가 노동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한진중공업의 최강서 열사가 부당한 정리해고와 손배가압류에 맞서 스스로 목숨까지 내놓았지만 박근혜 정부(인수위)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 대선 시기 쌍용자동차 국정조사를 약속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농성장을 철거하려는 시도만이 있었다. 불법파견이라고 대법원의 판결까지 난 현대자동차 문제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다.

또한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 방하남 전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자리 정책 등을 연구해온 사람으로 노사관계에 있어서는 경험이 없고 인식이 부족한 인물이다.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등 풀어야 할 노사관계가 많고, 향후 구조조정이 늘어나며 노사 간의 갈등이 심화될 것임을 가만하면 노사문제를 제대로 풀어가기에 적합한 인물은 아니다.

일자리 숫자만 늘리는 데 집착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경험했듯이 문제는 단순한 일자리 수가 아니라 '어떤 일자리냐'이고, 이는 상당 부분 노사관계에 달려있다. 현 상황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재벌대기업들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방하남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평가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불법파견과 관련된 현대차 사안에 대해서는 '장관의 일은 실태조사하고 관리감독 뿐'이라는 식으로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지속되는 세계경제 위기와 박근혜 정부 안에서 노사갈등은 더욱 커져갈 것이고 벌써부터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민심이반은 가속화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우리사회연구소 홈페이지에 게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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