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아들아, 불쌍한 내 자식아"
[현장] 여수건설노조 합동장례식..."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 봄날 길가에 핀 민들레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오직 가족을 위해 민들레처럼 묵묵히 말없이 살다 죽어간 6명의 노동자의 죽음을 아는지 합동장례가 치러진 19일 여수는 하루 내내 하늘이 뿌했다. ⓒ 심명남
"오늘 고인을 보냅니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그저 말없이 그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다시는 이 땅에 이렇게 참혹한 일이 재현되지 않도록 노동현장에 안전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겠습니다. 더 이상 죽거나 다치지 않도록…."
슬픈 날이었다. 19일 대림산업 공장 앞 합동장례식에서 이들의 원혼을 달래는 살풀이춤과 노제를 지켜본 한 지인은 카카오톡에 이렇게 글을 남겼다.
봄날 길가에 핀 민들레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오직 가족을 위해 민들레처럼 묵묵히 말없이 살다 죽어간 6명의 노동자. 하늘도 먼저 가신 이의 슬픔을 아는지 여수는 이날 하루 내내 하늘이 뿌했다. 오전 9시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신월동 여수장례식장은 슬픔에 잠겼다.
▲ 현장에서 일하다 황망한 죽음을 당한 이들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살풀이 춤과 노제가 열렸다. ⓒ 심명남
▲ 건설노조 조합원과 대림산업 임직원들이 도열해 이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애도하는 가운데 고인을 태운 리무진 차가 고인이 일한 현장을 둘러본후 장지로 떠났다. ⓒ 심명남
남편을 잃은 처자, 아직도 아빠의 죽음이 실감이 아직 나지 않는 어린 자식들. 또 사랑하는 친구들도 빠지지 않았다. 일터에서 동지를 먼저 떠나 보낸 현장 조합원들도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켰다. 깊은 침묵이 흘렀다.
이내 침묵은 깨졌다. 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앞세운 어린 아들이 한 걸음 한 걸음 발길을 떼자 장례식장은 울음바다가 됐다. 늙으신 어머니는 아들의 관을 붙잡고 오열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조문객 사이에 통곡소리가 들렸다.
고인을 태운 리무진 차는 노제가 준비된 사고 현장으로 향했다. 이내 대림산업 화치 공장 정문에 도착했다. 정문에는 늘 술잔을 기울이던 건설노조 조합원 동지들은 추모 리본을 단 빨간 투쟁조끼를 입고 모였다. 또 원청인 대림산업 임직원들이 늘어서 이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애도했다.
추도사를 낭도하던 여수건설노조 신성남 지부장은 목숨을 잃은 동지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렀다. 끝내 울음을 터트리며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 추도사를 낭도 하던 여수건설노조 신성남 지부장은 목숨을 잃은 동지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르며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 심명남
"이건 아닙니다. 이래서는 안 됩니다. 누가 우리를 죽음으로 몰고 갑니까? 동지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이제는 살아 있는 동지들이 남아 더 이상의 죽음을 막아야 합니다."
이들의 원혼을 위로하는 살풀이춤과 노제가 진행되었다. 아침부터 아들을 목놓아 찾던 70대 노모는 내내 몸을 가누지 못하며 대성통곡했다.
"아들아, 아들아, 불쌍한 내 자식아"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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