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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저격수로 미운털... 청와대가 날 죽이려 했다"

[인터뷰] 이재명 성남시장 "청와대 '주민소환 유도'는 실제 상황"

등록|2013.03.22 09:47 수정|2013.03.22 09:47

▲ 이재명 성남시장 ⓒ 고강선


2011년, 청와대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의 주민소환 유도를 검토했다는 <한국경제> 보도와 관련, 이재명 성남시장은 "실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취임이후 감사원과 행안부, 경기도 등의 감사를 계속해서 받았다면서 "단일한 지휘책임자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사안"이라며 "이번 보도로 최종 책임라인이 청와대라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2010년 7월, 취임이후 계속해서 성남시의회와 갈등을 빚어왔다. 갈등의 가장 큰 요인은 34명의 성남시의회 의원 가운데 과반수가 넘는 18명이 새누리당 소속이라는 것.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 시장이 추진하는 주요사업을 대부분 부결시켜왔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2012년에는 아예 시의회에 등원하지 않아 의회가 열리지 않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 시장과 시의회가 계속해서 갈등을 겪으면서 파행을 거듭하자 임태희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를 이유로 이 시장에 대한 내사를 했고, 주민소환을 유도하는 안을 검토하는 단계까지 갔다는 것이다. 임 전 실장은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21일 오후, 이재명 성남시장은 전화인터뷰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이 시장은 인터뷰를 통해 "실제로 주민소환을 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며, 성남지역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이 새누리당 시의원들에게 (이재명 시장에게) 협조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 시장과 한 인터뷰 내용이다.

"41회의 감사와 반복적인 자료요구... 단일 지휘책임자 없었다면 불가능"

-  청와대에서 2011년에 주민소환 유도를 검토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물론 임태희 전 비서실장은 보도자료를 통해서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20일자로 보도된 임 전 실장의 입장표명을 봤다. 임 실장은 '청와대는 규정, 관례상 지방자치단체 문제를 직접 다루지 않고 본건이 사실이라면 대한민국의 국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단히 심각한 사안이라 보고 있다'는 주장으로 언론중재위에 제소를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이명박 정부의 명예와 도덕성 및 국격의 문제라면 제소 검토에서 그치지 않고 '명예훼손' 으로 검찰에 고소해 대한민국 국격에 맞게 법적 판단을 가려보는 것이 가장 옳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 청와대가 주민 소환을 유도한 게 사실이라면  왜 시장을 타킷으로 삼았다고 생각하나? 
"시장으로 출마하기 전에 민주통합당 부대변인을 하면서 MB저격수 역할을 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성남시의 특수성도 있었던 것 같다. 성남시는 인구가 100만인 수도권의 큰 도시로 정치적인 위치와 재정규모 등이 상당한 중요한 도시라고 생각한다. 지역 국회의원들도 전부 새누리당이고, 시의원들도 과반수가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예상 밖의 사람(이재명 시장)이 당선돼 미운 털이 박혀서 그런 것 같다."

- 이번 사안과 관련해 진상규명을 요구하셨는데, 임 전 비서실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진상규명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정치권과 언론, 시민들이 나서서 밝혀야 한다. 청와대가 지방정부를 타깃으로 삼아서 전복하려고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다시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방자치를 병들게 했던 중앙 정치의 개입으로 발생된 부작용이 속속들이 드러났다. 국가권력을 이용하여 민주주의와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지방정부를 전복하려는 기도에 대한 재발방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 20일, 트위터를 통해 '어쩐지 수사·내사·감사가 많더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셨다. 구체적인 내용을 밝혀 달라.
"2010년 8월에 모 민간기업과 공기업, 친여 성향의 주민단체와 현역 국회의원 등이 체계적으로 성남시장에 대한 주민 소환을 추진한 적이 있다. 주민소환 유도를 검토한 게 아니라 실제 상황이었다.

그리고 취임한 뒤 감사원 26회, 행정안전부 3회, 경기도 9회, 국민권익위원회 3회 등 총 41회의 감사를 받았고, 반복적으로 자료요구를 받았다. 이건 단일한 지휘책임자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사안이다. 그 때는 배후를 추정하기만 했는데, 이번 보도로 최종 책임라인이 청와대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동안 궁금했던 퍼즐조각이 이번에 맞춰진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끝난 게 아니라 현재 진행형으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 시장님과 성남시의회의 갈등은 취임한 이후 계속됐다.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시 행정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이번에는 청와대가 주민소환을 유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없는 건지?
"지난 2012년 5월 7일, 지역의 모 국회의원이 새누리당 시의원들과 조찬모임을 하면서 시정에 협조하지 말라는 한 적도 있다. 이건 사실이다. 때문에 새누리당에서 내가 추진하는 사업을 사사건건 부결시킨 것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을 개인적으로 만나면 '당론으로 정하지 않게 하면 도와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새누리당에서 다 당론으로 정해서 의원들에게 반대하게 한다. 당론을 위반하면 처벌하겠다고 하면서."

"청와대까지 날 죽이려 했지만 털어도 먼지 안 나오게 일했다"

▲ 이재명 성남시장 ⓒ 고강선


지난 2012년에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등원을 거부, 아예 시의회가 열리지 못하기도 했다. 때문에 성남시의회는 2012년 연말에 2013년 새해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해 준(準) 예산체제를 맞기도 했으며, 올해도 추경예산 심의 역시 파행을 거듭했다. 이 시장은 새누리당의원들의 등원 거부가 '당론'이었다고 주장했다. 등원을 하게 되면 '반란표'가 나올 것을 두려워해서 의원들의 등원을 막았다는 것이 이 시장의 설명이다.

"시의회가 감시와 견제를 해야지, 잘 하는 것을 못 하게 막고 있다. 오죽하면 내가 (시의회) 다수당 보이콧금지 가처분시청을 했겠나. 이게 다 정당공천제의 폐해다. 지역의 시의원들이 시민들을 위해서 일해야 하는데 공천권자에게 잘 보이려고 '당론'을 따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다. 정당공천을 받으면 무조건 당선이 되니까 반시민적 행동을 한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을 과감히 반대하는 게 다 그 때문이다. 시민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의원들을 뽑게 만드는 정당공천제는 당연히 폐지돼야 한다."

- 정당공천제 폐지를 한다고 새누리당 공심위에서 발표했다.
"내가 보기에는 공천제 폐지 약속을 지킬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정말 폐지할 생각이면 지금이라도 입법해서 국회에서 통과시키면 된다. 괜히 말로만 생색을 내다가 시기를 놓쳤다고 하면서 그대로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 말로만 생색내는 정치적인 수사로 보인다."

- 트위터를 통해 소통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안다. 이번 사안도 트위터를 통해 내용을 알렸다. 트위터를 적극적으로 하는 이유는?

"우리의 정치는 대의민주주의다. 직접 민주주의가 아닌 만큼 주권자들의 의사를 정확히 듣고 시정에 반영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SNS가 유용하다. 정책제안을 직접 받을 수 있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언론이나 이런 것을 통해서 내 이야기가 왜곡돼 전달되는 경우 사실이 아닌 것이 유통된다. 그럴 때 내가 반격할 수 있는 무기가 된다. 그래서 열심히 한다."

- 팔로워가 얼마나 되나?
"3만7500 정도 된다. 리트윗이 100개 이상 되는 경우도 많다. 나한테는 막강한 아군이다."

- 새누리당 의원들이 시장이 일은 안하고 트위터만 한다고 비난하던데?
"정치적인 경쟁자들이 하는 얘기다. 그들이 싫어하는 걸 보니 꼭 해야겠다."

- 임기 1년이 남았다. 앞으로의 계획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전임시장이 남겨놓은 부채를 상환하느라고 힘들었다. 빚만 갚다가 임기가 끝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올해 말이면 부채 7285억이 전부 상환된다. 재정이 정상화된 것이다. 그리고 전임시장 때의 인사비리와 부정부패는 다 정리됐다.행정투명도가 늘 바닥이었는데, 임기동안 3위로 올라갔다. 청와대까지 나서서 나를 죽이려고 했지만, 털어도 먼지가 나오지 않게 일했다. 먼지가 하나라도 나왔으면 나는 벌써 죽었을 것이다. 하반기에는 새로운 성남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통화를 마치기 전에 마지막으로 이 시장에게 물었다. 뇌물을 받지 않으려고 시장실에 CCTV를 설치했다는데 사실이냐고.

"CCTV를 설치한 것은 방어용이었다. 한명숙 전 총리가 재판을 받는 것을 보고 걱정이 됐다. 돈을 받지 않았는데 누가 돈을 줬다고 주장하면 어떡하지? 걱정이 됐다. 진짜로 돈을 준 사람도 있다. 돌려줬지만, 그 사람이 안 돌려주고 받았다고 하면 어떡하지? 그래서 방어용으로 설치했다. 부정한 뇌물을 받지 않았고, 주려고 시도했지만 돌려줬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취임했을 때는 돈을 주려는 사람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그러지 않는다. 절대로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업자도 절대로 만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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