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주의료원이 폐업되면 생명권이 위협받는 이들이 많다. ⓒ 진주시민대책위
"진주의료원이 문을 닫으면 집에서 죽는 날만 기다릴 수밖에 없어요..."
30년째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앓고 있는 올해 일흔 한살된 윤아무개 할아버지. 지병 때문에 일을 할 수 없다. 유일한 수입은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받는 33만 원이다. 33만 원으로는 한 달에 수 백만원에 달하는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다. 병원이 공공성을 띠어야하지만, 이미 병원들은 경영논리가 지배하고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진주의료원을 폐업한 이유도 경영논리였다. 그러므로 윤 할아버지같은 환자, 속된 말로 '돈 안 되는 환자'를 받아 줄 병원은 어디에도 없다.
진주시민대책위, 24일 진주의료원 살리기 걷기 대회...
그들에게 유일한 병원은 진주의료원이었다. 그런데 이제 홍준표 경남도는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겠다며 밀어붙이고 있다. 만약 진주의료원이 문을 닫으면 윤할아버지가 같은 환자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돈 없으면 죽으라'는 말과 별 다르지 않다. 세계경제대국 7-8위권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경영논리를 내세워 공공성 의료기관을 폐업시킬 수 있나.
경상남도(도지사 홍준표)가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을 내린 지 한 달이 되어가면서 지역에선 갈수록 반대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의료공공성 확보와 진주의료원 폐업철회를 위한 진주시민대책위'(진주시민대책위)는 오는 24일(일) 경남문화예술회관 앞 야외무대에서 '진주의료원 살리기 희망 걷기 대회'를 연다.
▲ '의료공공성 확보와 진주의료원 폐업철회를 위한 진주시민대책위'는 오는 24일(일요일) 진주의료원 살리 희망 걷기 대회를 한다. ⓒ 진주시민대책위
진주시민대책위는 걷기대회를 통해 시민들에게 환자와 환자보호자의 절박한 상황을 공유하고, 시민선언 등을 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동참할 예정이다. 이들은 또 진주의료원 살리기 희망걷기 대회를 통해 시민 여론을 조성하면서 '촛불집회', 시의원·도의원·국회의원·주요단체와 개인을 대상으로 '조례개정 찬반 의사 및 의견서'를 돌리기로 했다.
홍준표, 진주의료원 살리기를 '이념투쟁'으로 왜곡
한편 홍준표 지사는 지난 18일 "진주의료원은 강성노조 해방구"라는 표현과 함께 21일에는 경남 지역 신문에 "노조가 파견 공무원들을 저지하며 의료원을 민주노총과 진보연합까지 가세한 이념투쟁의 장으로 변질시켜 환자들의 치료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색깔론'으로 매도하고 있다.
이같은 홍 지사 발언에 대해 보건의료산업노조는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명분없는 공공병원 폐업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애꿎게도 공공병원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노동조합을 강성노조로 매도하고 있다"면서 "홍준표 도지사는 '노조혐오증'을 버리고 악의적 매도를 중단하라!"라고 비판했다.
한편 경남 도의회 야당 의원 모임인 민주개혁연대는 21일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진주 의료원 폐업 결정, 해법은 무엇인가' 제목 공청회를 열어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을 비판했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정백근 경상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토론회 발제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공공의료기관은 전체 병상(병원)에서 10%도 되지 않는다. 공공의료를 강화해야 하는데, 경남도는 그나마 있는 공공병원을 없애겠다는 것"이라며 "이 문제가 진주에서 벌어지는 상황이지만 전국 병원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홍준표, 2011년 '서민정책 나보다 나은 사람 없다'...2013년 의료원 폐업
홍준표 지사는 자신이 서민임을 유난히 강조했었다. 지난 2011년 7월 4일 한나라당 대표에 선출됐을 때 수락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대조선소 경비원의 아들, 고리사채로 머리채를 잡혀 길거리를 끌려다니던 어머니의 아들이 집권 여당의 대표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국민들에게 보여줬습니다. 변방에서 중심으로 왔다. 그렇지만 변방의 치열한 정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당의 뜻을 모아 주거 대책을 세우고 대부업체 이자율을 끌어내리겠다. 고리채로 고통받는 서민들이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홍 지사가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대부업체'와 '고리채'를 꺼낸 이유는 전세값이 폭등하고, 일명 '일수돈' 사채가 최고 1095%라는 상상하기 힘든 고금리로 서민들이 고통 당할 때다. 고리채와 진주의료원 폐업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반문하겠지만, '돈 없는' 서민들 고통은 매 한가지다. 특히 그는 "나만큼 서민정책을 만들고 실천한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자신이 서민정책 선두주자라고 강조했었다. 그런데 불과 1년 반만에 서민들 의료기관인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겠다는 것은 서민 정책을 만들겠다는 당시 약속이 거짓말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홍준표 지사는 갈 곳 없는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 더구나 반대 여론을 색깔론으로 매도하는 것은 본말을 전도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돈 보도 생명'이다. 생명보다 귀한 것은 없다. 일흔 한살 윤아무개 할아버지가 아무 걱정없이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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