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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안철수, 국정원장 출국 논란에 묵묵부답

[현장] '출국 금지' 입장 밝힌 정의당 김지선 후보와 대조

등록|2013.03.23 20:11 수정|2013.03.23 20:39
"안 (예비) 후보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출국한다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23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아파트 7단지 주변에서 지역주민들을 만나 인사하고 있는 안철수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 예비후보에게 물었다. 하루 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미국으로 떠난다는 소식이 알려져 여론이 들끓고 있던 날이었다.

안 후보는 "곤란한데… (기자) 한 분만 계실 땐…"라며 난감해했다. 당시 현장에 있는 취재진은 <오마이뉴스>뿐이었다. 기자는 그에게 '국정원 문제로 여론이 뜨거운데 한마디만 해달라'며 한 번 더 인터뷰를 시도했다.

"혼자 계시니까 안 돼요. 그럼 다른 분들은 어떡해요?"

안 후보는 한층 단호한 말투로 똑같이 답했다. 옆에 있던 안철수 캠프 관계자들이 곧바로 기자에게 "지역 현안을 물어봐 달라" "공보팀에 문의하라"며 나섰다. 같은 지역구에 출마 선언한 김지선 진보정의당 예비후보가 이날 자신의 트위터로 "검찰은 원세훈 국정원장의 출국을 즉시 금지시켜야한다, 원세훈 국정원장이 도피성 출국을 한다면 검찰도 책임져야 한다"고 밝힌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미국행... 안철수 침묵, 김지선 "출국 금지해야"

▲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안철수 예비후보가 3월 23일 지역주민들을 만나 사진을 찍고 있다. ⓒ 박소희


안 후보는 23일, 정치현안에는 말을 아낀 채 민심 행보만 이어갔다. 앞서 다른 지역에서 만난 취재진이 '야권 단일화'를 두고 질문을 던졌을 때도 묵묵부답이었다.

이날은 부인 김미경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처음으로 함께 지역 일정을 소화했다. 김 교수와 동반한 오전부터, 혼자 일정을 소화한 오후까지 안 후보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상계주공아파트 7단지를 찾았을 때는 놀이터에서 뛰어놀던 아이들도 "안철수다"라고 외치며 모여들었다. 가던 길을 멈추고 그에게 "사진 한 장 찍자"고 부탁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한 음식점에서 안 후보와 마주친 조규란(64)씨는 "안철수를 만났으니 복권을 사야겠다"며 즐거워했다.

그를 만난 시민 가운데 다수는 지지의사를 밝혔지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30대 남성은 "안 후보를 지지하지만 (선거에) 안 나오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뽑아야 드리겠지만… 안 좋은 정치판에 나와 명예나 신망을 잃을 수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족발집을 운영하는 문성필(52)씨는 "(안 후보는) 새로운 정치인이라 기대 삼아 지지하는 여론이 많다"면서도 "(노원병 출마가) 지역이 아닌 대선을 위한 것이라면 실망"이라고 말했다.

한 60대 여성은 "(지난 대선 때) 기분 좋게 단일화를 했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털어놨다. 안 후보를 반가워하던 유승숙(59)씨는 "텔레비전에서 보고 '바로 저 양반이다' 했는데 (단일화 후 민주통합당 지지에) 뜸을 들여 아쉬웠다"고 말했다. 진지한 표정으로 유씨의 이야기를 듣던 안 예비후보는 "눈치 본 게 아니라, 정치란 게 제 인생을 바꾸는 일이어서 그랬다"며 "이번에 잘하겠다, 노원에서 시작하겠다"고 답했다.

"안철수의 새 정치 기대한다" "빨리 국회의원 하고 싶은 것 아니냐"

▲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김지선 진보정의당 예비후보가 3월 23일 권영길 전 의원과 지역 일정을 소화했다. ⓒ 진보정의당


김지선 진보정의당 예비후보 역시 이날 지역구 곳곳을 누비며 민심을 얻기 위해 애썼다. 권영길 전 의원도 종일 김 후보와 동행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진보정의당은 따로 노원역 근처 롯데백화점 앞에서 정당연설회를 열어 "노회찬은 무죄다, 삼성 X파일 공개특별법을 즉각 제정하라"고 주장했다.

진보정의당에서 나눠준 홍보물을 꼼꼼하게 읽던 성길섭(53·회사원)씨는 "안철수는 아니다, (노회찬) 부인 (김 후보)밖에 더 있느냐"며 "김 후보를 잘 모르지만, 노 전 의원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씨는 노회찬 의원이 삼성 X파일 공개로 의원직을 상실한 것은 "노원구의 자존심이 걸린 일"이라고 표현했다.

정태순씨(44·주부)도 "대선후보가 될 뻔한 분이 여기(노원병)에 출마하는 건 아니다, 큰 무대에서 정정당당하게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 후보가) 그냥 빨리 국회의원 하고 싶은 것 아니냐"며 "(대선까지) 5년 남았는데, 차근차근 가는 게 더 낫지, 사람들 말 많고 이미지 나빠지는데 나올 필요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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