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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거래보다 간편한 무기거래, 국제적 규제 필요하다

등록|2013.03.25 14:04 수정|2013.03.25 14:04
바나나를 거래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규제와 기준을 거쳐야 한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국제식물보호협약, 국제식품 규격, 위생 및 식물위생 조치에 관한 협정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무기 거래를 규제하기 위한 국제적인 조약은 없다. 국제사회에서 바나나를 거래하는 것보다 총과 탄약을 사는 것이 더 간편하다는 이야기다.

국제적 규제가 없이 유통되는 소형 무기로 1분에 한 명이 사망하고 있다. 이는 하루에 약 1500명, 1년에 약 55만 명이 사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책임한 무기거래로 생기는 수많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UN에서는 유엔 무기거래조약 최종회의(UN Final Conference on Arms Trade Treaty)를 이번 3월 18일부터 28일까지 9일 동안 진행한다.

무기거래 조약은 처음 논의되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7월 유엔에서 무기거래조약(ATT) 체결을 위한 논의가 진행됐으나 체결되지 못하고 연기됐다. 이 논의가 연기된 배경에 대해 당시 협상을 진행한 로베르토 가르시아 모리탄 유엔 아르헨티나 대표는 "대부분 국가가 찬성했지만 몇몇 국가의 반대로 협상이 무산됐다"고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다. 그 '몇몇 국가'는 바로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미국 등이다. 미국은 마지막 회의 바로 전날 초안에 문제가 있다며 조약 체결을 연기하자고 주장했고,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무기거래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 나라들이 이를 지지하면서 논의가 올해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앰네스티 무기통제 팀장인 브라이언 우드는 2년 전 800억 달러 규모였던 무기거래량이 2012년에는 1000억 달러에 급증했다고 말한다. 무기거래의 문제 중 하나는 엄청난 규모의 무기거래량은 소수의 국가가 과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무기 수출의 약 74%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5개 상임이사국(미국·러시아·영국·중국·프랑스)과 독일이 점유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대부분의 무기를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을 비롯해 전쟁과 분쟁지역에 무기를 쉽게 유통하며 이윤을 챙긴다.

소수의 국가가 국제적인 규제조차 없이 공급하는 무기로 인해 분쟁지역에서 유혈사태를 유발하기도 한다. 콩고민주공화국과 코소보에서 유엔 평화 유지 사절단으로 활동했던 무자하드 알람 퇴역 준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불법 무기들은 아프리카 대서양 연안 지역과 유럽의 발칸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분쟁지역에서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를 내는데 직접적으로 일조했고, 중대한 반인도적 행위와 인권침해를 낳았다"고 말한 바 있다.

뿐만 아니다. 무기거래는 특히 여성과 아동에게 심각한 피해를 준다. 아프리카 여성인권 단체는 콩고의 전체 여성 중 12%가 성폭행을 경험하며, 그 이유가 총기사용에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동아프리카지역 여성지위향상지원 이니셔티브의 케냐인 전문이사는 지난해 7월 기자회견을 통해 "총이 없으면 그만큼 성폭력 피해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편 국제앰네스티는 분쟁지역으로 무기가 유입됨에 따라 소년병이 생겨나고 있고, 총탄에 맞아 죽어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세계 각지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강력한' 인권 규정을 담은 무기거래조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무기거래조약 체결이 무기거래 때문에 고통받고 억압받는 세계의 수많은 이들의 삶과 인권을 보호할 수 있으리라 전망한다.

여성평화외교포럼은 2012년 5월부터 WCC(세계교회협의회)와 Control Arms, WILPF(여성 국제평화자유연맹) 등과 연대해 '강력한' 무기거래조약 체결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무기거래가 젠더 관련 폭력(Gender-based violence)을 초래한다고 설명한다. 때문에 무기거래조약에서 "무기가 젠더 관련 폭력에 악용되거나 이를 부추길 위험이 있을 때 정부들은 무기판매를 승인하지 말아야 한다"는 명목이 반드시 들어갈 것을 주문한다.

▲ "Yes, We can"이라 말했던 오바마의 연설을 풍자해 무기거래조약 채결에 오바마가 압장서야 한다는 의미의 패러디 문구. ⓒ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홈페이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회의가 시작되는 지난 18일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 인권침해와 전쟁범죄에 사용소지가 있는 무기거래의 중단 ▲ 모든 재래식 무기 및 관련 기술에 대한 규제 ▲ 공개보고와 지속적인 감시 등의 인권 규정이 무기거래조약에 포함되기를 촉구했다. 이들은 누리집을 통해 "우리의 요구는 단순합니다, 어떤 국가로 수출되는 무기가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에 사용될 위험성이 크다면 그러한 무기의 공급을 중단하라는 것입니다"고 주장했다.

무기거래조약 체결을 위한 논의는 이미 UN 최종회의에서 진행되고 있다. 18일 협살 개회식에서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이제 지난 좌절을 극복할 때"라며 무기거래조약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무기거래조약 체결을 촉구하는 이들은 무책임한 무기거래로부터 고통 받는 모든 이들을 위해 무기거래조약이 반드시 체결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무기거래조약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하지만 수십억 명이 더욱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기거래조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www.goham20.com 에 중복게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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