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북한의 국지도발에 웬 주일미군이 개입?"

[스팟인터뷰] 김종대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

등록|2013.03.27 16:25 수정|2013.03.27 16:27
한미 양국은 지난 22일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공동으로 군사행동에 돌입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동 국지도발대비 계획'에 서명했다. 엄효식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육군 대령)은 "공동 국지도발대비 계획은 연평도 포격전 직후인 지난 2010년 12월 한미 합참의장이 계획 작성에 합의한 이후 한국군이 주도하고 미군이 지원하는 내용의 작전계획"이라고 24일 말했다. 한미 양국 간에 한국이 주도하는 작전계획이 작성, 발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동 국지도발 계획'이란 말 그대로 북한이 국지적인 도발을 일으킬 때 한미 양국의 군대가 취할 대응 매뉴얼이다. 그동안 전면전 상황에서만 미국이 자동개입 할 수 있었던 것과는 달리, 앞으로 북한이 '국지도발' 할 경우에도 미군이 사실상 자동개입하게 되는 근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이 경우 미국은 주한미군 뿐 아니라 주일미군, 태평양사령부의 전력까지 동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일각에선 이번에 발효된 '공동 국지도발대비 계획'으로 평시 국지전 상황에서도 한미가 공동대응을 한다면 한반도 안보 상황에서 미군이 차지하는 역할이 더욱 커지게 되어 사실상 미국이 작전통제권 전체를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국지전 상황에서 미군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분명히 한계가 있음에도, 주일미군이나 태평양사령부 전력이 북한의 도발에 공동 대응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 한미가 당초 언급했던 '연합 국지도발 대비계획'이 '공동 국지도발 대비계획'으로 바뀐 부분도 눈 여겨 보아야 한다.

"현실적으로 국지도발 상황에서 주일미군과 함께 싸울 일 없어"


▲ 군사평론가 김종대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 (자료사진) ⓒ 권우성

일반적으로 군에서 분류하는 위기 대응 매뉴얼은 크게 전시작전계획과 평시작전계획, 교전규칙으로 나뉜다. 이번에 발효된 국지도발 대비 계획은 평시작전계획에 포함된 것으로 북한이 도발하면 충분히 응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자위권 행사를 허용한 유엔군사령부의 교전규칙과 상충된다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

즉, 한국군이 자위권 행사 차원에서 충분히 응징하도록 합의가 이뤄졌다면 이는 유사시 전쟁이 확대되는 것을 막고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고 있는 교전규칙과 충돌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군사평론가인 김종대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은 "그 부분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고, 명확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다음은 25일 김 편집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요약한 것이다.

-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 군 당국은 '도발원점은 물론 지원세력, 나아가 지휘세력도 타격대상에 포함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란 방침을 밝혔고, '한미 공동 국지도발계획'에도 한국 측의 이런 요구 사항이 반영됐다고 알려졌다.
"미국 입장에서 일종의 립서비스를 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겉표지하고 내용이 다르다는 말이다. 특히 주일미군 얘기가 나오는데, 도대체 주일미군이 같이 싸울 수 있는 국지도발이 어떤 형태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오히려 이 부분은 우리가 미국 측의 의도에 말려들어간 측면이 있다."

-미국 측의 의도가 뭔가.
"미국은 그동안 여러 차례 앞으로 한반도 작전의 병참 전진기지를 일본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우리 국방부에 전달했었다. 하지만 국방부에서도 일본하고 엮이는 것은 싫다고 거부해 왔다. 우린 협의도 불가능하다고 밝혀왔는데, 이번에 국지도발 핑계를 대고 그것을 넣어 버렸다. 이것은 미국 입장에선 그들의 전략적 문제를 하나 해결한 것인데, 마치 국지도발과 관련해서 미국이 크게 시혜를 베푼 것처럼 알려지고 있다. 주일미군이 여기에 전개될 만한 국지 도발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단언하지만 한반도 국지도발 상황에서 주일미군이 개입할 만한 일은 없다. 오히려 이런 식으로 한일이 엮여 버리면 대한민국의 안보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교전규칙-공동 국지도발대비 계획 모순 문제, 군이 명확한 답변해야"

- '확전방지'라는 교전규칙과 '도발원점, 지휘세력까지 타격하겠다'는 공동대비계획이 서로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바로 그 부분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고 있다. (군 당국이) 그 문제에 대해서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분명히 이 부분에 대한 확답이 있어야 새로운 국지도발 계획이 수립되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 가장 궁금한 것은 국지도발 상황에서 누가 통제를 하느냐, 그 다음 교전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 배후 세력을 타격해도 되는 거냐, 아니냐 이런 문제인데, 여기 대해서 명확히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 군사평론가 김종대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 (자료사진) ⓒ 권우성

-'연합'계획(combined)이 '공동'계획(common)으로 바뀐 부분도 지적하고 있다.
"지난 2010년 12월 서울에서 열린 한미 합참의장회의에서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은 '연합' 계획이라는 표현을 썼다. 분명히 '컴바인드(combined)'란 표현을 썼는데, 이번에 나온 것은 '공동' 계획, 즉 '커먼(common)'으로 바뀌었다. 연합이냐, 공동이냐는 그 간극이 굉장히 크다. '같이 싸운다'는 의미는 연합 계획을 말하는데, 어느 날 구렁이 담 넘어 가듯이 공동 계획으로 바뀐 거다. 미국이 연합이라는 말을 거부하는 이유는 말려들기 싫다는 뜻이다. 한국 언론은 이 문제에 대해 '왜 공동계획이 된 거냐?', '전에는 연합계획이 아니었냐?' 이런 식으로 분명하게 짚었어야 했다."

- 한미 국지도발 계획의 내용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해졌다', '알려졌다'고 보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정부가 정보를 독점하면서 알려지길 바라고, 전해지길 바라는 것만 보도가 되는 것인데, 이것이 실상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문제다. 국지도발을 미국에 의존하면 할수록 우리 대응 범위는 오히려 제한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것을 자꾸 확장되는 것으로 착각을 하고 있는데, 국지적인 수준에서조차 미국에 의존하게 되면 한국군의 자주적인 판단과 역량, 결심, 우리의 국가의지라는 것은 그만큼 퇴색되는 것 아닌가. 이렇게 해서 우리 안보가 미국의 하부구조화 되는 것은 국가 자율성의 포기 아닌가. 이런 점에서 우리가 북한에 대한 당사자로서의 지위는 그만큼 잠식되는 거다.

분명히 북측 입장에서는 미국이 국지도발에 직접 개입한다고 하면 긴장할 만한 일인 것은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억제화 되는 측면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북한은 '봐라, 너희는 여전히 미국의 하수인 아니냐', '너희들 스스로는 겁쟁이라서 방어도 못하는 나라 아니냐' 이러면서 더 깔보고, 미군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범위를 찾아내서 그 부분을 공략할 수 있는 요인을 더 제공해주는 이런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