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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용사들의 묘비를 닦으며...

[상병 엄마가 전하는 병영 일기13] 국립대전현충원에 다녀와서

등록|2013.03.26 13:39 수정|2013.03.26 13:39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 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위 시는 심순덕 시인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의 서두입니다. 이 시의 표현처럼 엄마는 허리 펼 겨를 없이 일해도, 찬밥 한 덩이로 끼니를 때워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습니다. 자식을 향한 무한한 사랑 때문일 것입니다. 

▲ 아들을 군에 보낸 엄마 3명은 천안함 3주기 추모행사에 참여해 묘비를 닦았습니다. ⓒ 최정애


소설가  박완서씨도 말했습니다. 엄마는 자식이 이불을 걷어차고 또 걷어차도 살며시 덮어주는 존재라고요. 그것이 엄마의 마음입니다. 평생 자식걱정에 마음 편할 날이 없지요.
오늘은 조국의 영해를 지키다 산화한 천안함 46용사와 고 한주호 준위 추모 3주기를 맞는 날입니다. 천안함 용사들을 추모하는 행렬이 줄을 잇습니다. 아들을 군에 보낸 엄마 3명도  그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지난 23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천안함 용사 3주기 추모걷기대회'에 참석했습니다. 행사는 걷기 및 천안함묘역 참배, 해군과 함께하는 추모음악회, 해군의장대 동작시범, 해군 군악대 공연 순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꽃다운 나이에 순직한 장병들을 생각하면 누구나 가슴이 미어지겠지만, 아들을 군에 보낸 엄마들의 심정은 더욱 남다릅니다.

저도 아들의 입영을 앞두고 있어,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등이 연이어 터지는 것을 보고 불안했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이럴 때일수록 국방의무를 충실히 해야 한다'며 입대를 했습니다. 대한의 아들이 되어 조국을 지키는 아들들이 자랑스럽습니다. 부사관 아들을 둔 조우옥씨와 상병아들을 둔 구애란씨와 저는 천안함 용사들의 묘비를 닦으며 군복무 중인 아들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다음은 세 명의 엄마가 쓴 편지입니다.

▲ 천안함 피격으로 전사한 46명의 해군 용사 모습이 담긴 사진전 ⓒ 최정애


자랑스러운 대한의 아들아, 오늘도 굳건하게 나라를 지키고 있으리라 믿는다. 엊그제 천안함 추모 3주기를 맞이하여 행사가 있다는 정보를 듣고는 만사 제치고 대전 현충원으로 한걸음에 달려갔단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의 비석을 마주하니 가슴 밑바닥으로부터 끓어오르는 뜨거운 물체가 거꾸로 치솟아 올랐단다.

천안함 폭발로 인하여 차가운 바닷물 속으로 사라져간 젊은 영혼들의 고통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앞을 가려 정신이 혼미해지더구나. 어쩌면 그렇게 황당한 사건이 발생되어 뼈저리게 아픈 상처를 주는 것인지. 자식이 원하는 일이라면 뼈를 갈아서라도 뭐든지 다 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심정이거늘.

부모들은 그토록 귀한 아들을 나라에 바치고 나서 가슴에 묻어둔 서러움으로 얼마나 애통한 세월을 보내고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는데, 더군다나 니 또래 부사관 출신들이 더 많은 희생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어 그 안타까운 심정은 이루 형용할 수가 없었단다.

▲ 46명의 용사가 잠들어 있는 묘지 ⓒ 최정애


그렇지만 주어진 사명 앞에 젊은 피를 불사른 드높은 희생, 그 거룩한 이름은 역사와 함께 우리 모두의 가슴에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기에 다시금 힘을 내어 본단다.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강력한 나라로 지켜갈 때 우리의 미래가 영원히 보장되는 것이라 믿는다.목숨 바쳐 나라를 지키는 대한의 아들아 그 맡은 바 책임완수에 최선을 다하여 국방을 지켜주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을 가슴에 새기고 꿋꿋하게 지내기를 바란다. - 부사관 엄마 조우옥

아들아, 천안함 3주년을 맞이해 마흔 여섯 호국의 별을 추모하기 위해 대전현충원에 다녀왔단다.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될 천안함 사태. 그로 인해 꽃다운 나이에 젊음을, 꿈을 맘껏 펼쳐 보지도 못하고 희생된 천안함 46용사들의 늠름하고 잘생긴 얼굴들을 바라보며, 엄마는 억장이 무너지는듯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더구나. 

늠름한 아들을 잃은 유가족의 슬픔을 어찌 우리가 가늠조차 할 수 있겠니? 나마 네가 군복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기에, 천안함 46용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조금은 덜 수 있었단다. 만약, 너가 군면제 대상이었다면 엄마는 천안함 46용사들 앞에서 얼굴을 들 수 없었을지도.

▲ 천안함 용사 추모사진전 옆에 비치된 메모판에는 애도의 메시지가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 최정애


호국의 별 천안함 용사들의 묘비를 닦으며, 엄마는 그들의 값진 희생을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천안함 용사들의 값진 희생에 누가되지 않도록  군복무 잘해주길 너에게 간곡히 부탁하고 싶구나. 북한이 남한을 상대로 정전협정 무효화를 외치고, 핵으로 위협하는 허튼 행동을 못하도록 철통 같은 수비로 우리나라를 지켜주길 바란다.

엄마는,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 목숨을 바친, 천안함 용사들이 자랑스럽고, 재 불철주야 나라 지키는 우리 대한민국 군인 모두가 자랑스럽고 자랑스럽구나. 바다보다 더 푸르렀던 호국의 별 천안함 46용사들의 값진 희생을,대한민국 국민과 국군장병은 영원히 잊지 말고 기억하며,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 나지 않도록 각자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국력을 더 키워 나가도록 우리 모두 노력하자. - 상병 엄마  구애란

아들에게... 아들아, 네 입대를 계기로 작년 이맘 때 국립서울현충원에 다녀온 적이 있단다. 민과 군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열린 도서관 개관식이 취재차 가게 되었지. 현충원은 솔직히 참배 장소 정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구나. 숲이 우거져있는 현충원은 휴게실과 산책로 등이 잘 되어 있더라. 자연 친화적인 공간 속에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을 기리며 나라사랑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장소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 

▲ 천안함 용사들의 숭고한 정신을 그리며 묘역 앞에서 묵념했다. ⓒ 최정애


그 현충원에 다녀온 지 1년 만에 이번에는 대전국립현충원에 다녀왔어. 나라를 지키다 장렬히 전사한 용사들의 묘비를 닦으며 용사들의 부모님 심정을 헤아렸단다. 너와 비슷한 나이에 입대해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부모의 품에 돌아와야 하지. 그런데 현충원에 안장된 아들들을 생각하니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왔단다. 어떤 말로 위로해야 할지 고개     를 들 수가 없더구나.

아들아, 그 용사들을 대신해 군 생활 더욱 충실하기 바란다. 아빠 엄마도 널 군에 보내고  선해지려고 노력한단다. 우리도 군인 정신으로 살아간단다. 장병 부모의 선한 마음이 나라안보에도 영향을 줄 거라는 생각이 든단다. 엄마는 너 군에 보내고 원고 쓰는 일이 부쩍 늘었단다. 집중해서 원고를 쓰다보면 너에 대한 그리움도 잊을 수가 있단다.

컴퓨터 작업이 많아진 만큼 고장도 많이 나. 전에는네가 고쳐주어 걱정이 없었지만 원고 마감을 앞두고 고장 나면 막막해. 컴퓨터 가게에 가서 사정 얘기를 했더니 고맙게도 너 제대할 때까지 언제든 고쳐준다네. 치킨집 아저씨도 과일가게 아주머니도 아들 군에 있다고 하면 덤을 준단다. 많은 분들이 장병들을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 잊지 마. 천안함 용사들의 희생 또한 잊지 말기를...  - 상병 엄마 최정애
  

▲ 국립대전현충원에 걸린 천안함 용사 추모 현수막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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