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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원 폐업'에 홍준표 규탄 목소리 하늘을 찌른다"

보건의료노조 '폐업 철회 촉구 집회' 열어... 삭발·단발식 이어 단식농성

등록|2013.03.27 19:40 수정|2013.03.27 19:40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 목소리가 점점 높아가고 있다. 경남도민이 서명한 '진주의료원 폐업 반대 의견서' 4만 여장을 경남도청에 전달하고, 대규모 집회와 천막농성, 삭발·단발식, 단식농성이 벌어졌다.

경남도는 지난 2월 26일 적자를 이유로 진주의료원 폐업을 결정했고, 3월 18일 휴업(30일까지 예고기간)을 발표했으며, 21일에는 의사 11명에 대해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경남도는 진주의료원을 '도립 의료원'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관련 조례 개정안을 경남도의회에 제출했으며, 도의회는 4월 18일 처리할 예정이다.

▲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7일 오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는데, 진주의료원 조합원들이 상복을 입고 참석했다. ⓒ 윤성효


▲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 소속 여성조합원들은 27일 오후 경남도청 현관 앞에서 '폐업 철회'를 요구하며 자신으 머리카락을 자르는 '단발식'을 벌였다. ⓒ 윤성효


보건복지부가 진주의료원 폐업에 '신중을 기할 것'을 요구했는데, 이는 사실상 제동은 건 것으로 보인다. 27일 김용익 의원(민주통합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보건복지부는 두 차례(20일, 26일) 경남도에 공문을 보내 "의료원 폐업에 신중하라"고 주문했다.

집회가 계속 열리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7일 오후 창원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은 오는 4월 13일 창원 만남의광장에서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위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경남도의회가 열리는 18일 의회 앞에서 '영호남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연다.

천막농성도 이어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경남도청 정문 옆 화단에 지난 12일부터 천막을 설치하고 철야농성을 하고 있으며,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릴레이 1인시위를 한다.

경남도의회 민주개혁연대는 27일부터 경남도청 정문 앞에 천막을 설치해 놓고, 철야 농성에 들어갔다. 원내교섭단체인 민주개혁연대는 4월 8일까지 이곳에서 농성하고, 이후 상임위 활동을 통해 안건 상정을 막는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7일 오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경남도청까지 거리행진한 뒤 '진주의료원 폐업 반대 의견서' 4만여장을 경남도청에 전달하기 전 삭발식을 가졌다. ⓒ 윤성효


▲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7일 오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경남도청까지 거리행진한 뒤 '진주의료원 폐업 반대 의견서' 4만여장을 경남도청에 전달했다. ⓒ 윤성효


정치권도 나섰다. 민주통합당은 지방의료원을 폐업할 때 보건복지부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관련 법률 개정안을 냈으며,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통합진보당과 진보정의당, 진보신당연대회의도 진주의료원 철회 투쟁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7일 진주의료원에서 대한 조사에 나섰다. 입원 환자 3명과 환자가족 5명이 26일 인권위에 '긴급구제신청'을 했던 것이다. 환자들은 경남도의 의료원 휴업 조치가 비의료적, 반인권적이라 보고 있다.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 촉구 결의대회' 열어

보건의료노조는 27일 오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500여 명이 참석했으며, 이들은 집회 뒤 2km 가량 거리에 있는 경남도청까지 거리행진했다.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서민의 도지사를 내세워 당선된 홍준표 지사가 취임 69일만에 서부 경남의 유일한 공공의료기관인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기로 했다"며 "힘있는 자리에 있어서 그런지 모든 것을 무시하고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도민들이 진주의료원을 없애면 안된다고 하는데, 홍 지사는 일방독재행정을 펼치고 있다"며 "경남도는 30일까지 환자들의 강제퇴원과 약품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하는데, 이것은 명백한 범법 행위이며 인권유린이다. 우리는 경남도에 대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7일 오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심상정, 박원석 국회의원과 권영길 전 의원 등이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윤성효


▲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7일 오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 윤성효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지역에서 '깜'도 되지 않는 도지사를 잘못 뽑아 죄송하다.  임기 1년4개월 짜리 도지사가 100년이 넘는 의료원을 폐업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공공병원을 없애고 영리병원이 들어오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노동자대회 창원 개최와 관련해, 김 본부장은 "작은 병원 하나 때문에 민주노총이 호들갑을 뜬다고 할지 모르겠는데, 그렇지 않다"며 "이것은 도민과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고, 500여 명의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모는 것이기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잘못된 도정이 제대로 서도록 투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상정 의원은 "의료원의 적자는 이유 있는 적자다, 사회적 책무다, 적자이기에 폐업해야 한다면 전국 의료원이 다 그렇다"며 "아무리 홍준표 지사는 지자체 사안이라고 하지만, 이것은 중앙정부가 해결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 지방거점공공병원을 육성하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늘 홍준표 지사와 전화 통화했다, 홍 지사한테 의료원 폐업은 옳지도 않고 정치적으로 무리수이며, 성공할 수 없으니 재고해 달라고 했다"며 "그랬더니 홍 지사는 지난 시기 여러 차례 경영정상화를 촉구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고 하더라. 도지사 특유의 소신과 추진력을 폐업에 쓰지 말고 정상화에 써 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심 의원은 "홍준표 지사가 진주의료원을 한번도 방문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유감이다. 강성노조라고 해서 색깔론을 씌우고 있다, 이것은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것이다. 도지사야말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데 동의할 수 없다"며 "시민사회와 야당, 정부도 반대하는데도 홍 지사가 몽니를 부리고 있다. 그렇다면 홍 지사는 공공의 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원석 의원은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위해 손을 굳게 잡고 싸우겠다"고 말했다.

▲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7일 오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 촉구 결의대회'를 연 뒤, 경남도청까지 거리행진했다. ⓒ 윤성효


▲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7일 오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경남도청까지 거리행진했다. 사진은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자 등이 국제노동단체의 성명서를 경남도청에 전달하기 위해 들고 서 있는 모습. ⓒ 윤성효


경남도의회 민주개혁연대 소속 의원들도 결의를 보였다. 석영철 의원은 "도의회에서 안건이 상정될 수 없도록 막을 것이다, 현재 의회 흐름은 안건 상정으로 가는데, 그렇다면 물리적으로 막을 수 밖에 없다"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의회 안팎에서 할 것이다. 홍준표 지사는 '불통 도지사' '막가파' '홍반장'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도민들이 홍 지사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말했다.

여영국 의원은 "진주의료원을 살리는 길을 저 자신과 자식, 이웃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이천기 의원은 "막가파식 행정은 초장에 잡아야 하는데, 의료원 동지들이 그 회초리를 들었다"고, 이길종·이종엽·조형래 의원은 "꼭 승리하는 투쟁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2km 가량 떨어져 있는 경남도청까지 거리행진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경남도청 현관 앞 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진주의료원 남·여 조합원 25명은 삭발·단발식을 했으며, 조합원 8명은 이날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보건의료노조는 경남도민들로부터 받은 '의료원 폐업 반대 의견서' 4만여 장을 경남도청에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청원경찰이 현관 앞에서 막아 한때 물리적인 충돌이 벌어졌다. 조진래 경남도 정무부지사가 나와 의견서를 받았다. 조 정무부지사는 "진주의료원에 대한 경남도의 입장은 그동안 보도자료 등을 통해 밝혔다"며 폐업 강행 입장을 고수했다.

▲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7일 오후 경남도청 현관 앞에서 조진래 정무부지사한테 '진주의료원 폐업 반대 의견서'를 전달했다. 이날 전달된 의견서는 4만여장에 이른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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