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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반대에도 주남저수지에 '벚나무' 심더니...

127그루 중 49그루 고사, 큰고니 비행패턴 변화 가져와... 수종 바꿔야

등록|2013.03.29 16:28 수정|2013.03.29 16:28
경남 창원시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철새 도래지'인 주남저수지 전망대 부근에 1년 전 환경단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벚나무를 대량으로 심었는데, 어떻게 되었을까.

환경단체가 모니터링을 해보니, 벚나무 1/3 가량이 고사했다. 또 벚나무는 철새들의 먹이터인 '무논'과 저수지 사이에 있는데, 큰고니와 오리류의 비행 패턴이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창원시는 2012년 3월 주남저수지 탐방객의 그늘 쉼터 조성의 하나로 전망대 뒤편 '송용들판'과 제방 농로를 따라 벚나무 127그루를 심었다. 벚나무는 높이 4~5m 정도로, 2층 건물 높이에 해당된다. 이에 환경단체는 벚나무가 철새들의 비행에 방해를 준다며 반대했다.

▲ 창원시는 주남저수지에 2012년 3월 벚나무 127그루를 심었는데, 환경단체가 조사해본 결과 49그루가 고사했다. ⓒ 마창진환경연합


▲ 벚나무가 주남저수지 철새 서식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표시한 것이다. 벚나무 식재 이후 주남저수지와 송용들판 무논을 먹이터와 잠자리로 활용하는 큰고니와 오리류의 비행패턴을 비교한 것이다. ⓒ 마창진환경연합


그동안 모니터링해온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은 29일 "주남저수지 벚나무 식재 1년, 철새 서식 환경변화 모니터링 결과와 개선대책"이란 의견서를 냈다.

마창진환경연합은 "49그루가 꽃봉오리를 맺지 않고 있어 얼거나 다른 이유로 고사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고사한 벚나무 대신에 '차폐림 기능'을 하고, 높이가 낮은 수종으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

이 단체는 "저수지 벚나무는 철새 서식환경에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요소로, 지금 상황에서 다시 식재할 것이 아니라, 고사한 벚나무 대신에 탐방객들의 차량 소음과 불빛 등을 차단할 수 있는 '차폐림 기능'을 하는 수종으로 바꾸어야 한다"며 "높이 1.5m 정도의 나무로 바꾸어 식재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또 이 단체는 올해 1월 3일부터 3월 6일까지 거의 매일 오전 7~8시 사이 철새들의 비행패턴을 모니터링했다. 무논에서 주로 먹이 활동을 하는 철새는 큰고니,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고방오리 등이 그 대상이었다. 큰고니 300여 개체는 무논과 저수지를 오고가며 동시에 자거나 휴식하고 먹이활동을 했다. 몸집이 큰 새들은 비행할 때 벚나무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

마창진환경연합은 "몸집이 작은 오리류의 경우 벚나무를 직선으로 단번에 넘어 이동했지만 몸집이 큰 수금류인 큰고니는 오리류와 다른 비행 패턴을 보였다"며 "큰고니는 벚나무를 단번에 넘지 못하고 한두 차례 크게 선회해 저수지와 무논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 창원시는 2012년 3월 주남저수징 벚나무 127그루를 심었는데, 1년만에 조사해 보니 49그루가 고사했다. 사진은 주남저수지 벚나무 생장실태 위치도. ⓒ 마창진환겨연합


이어 "철새들이 저수지와 무논을 왕래하는 비행을 할 때 4~5m의 높이를 날아올라 넘어가기 때문에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므로 철새들의 월동 환경에 방해를 주고 있다"며 "큰고니의 경우 긴 활주로가 필요하기에 오리류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단체는 "탐조대 좌우방향으로 500m 정도에 심은 벚나무는 옮기는 게 바람직하다"며 "정전작업을 통한 높이 조정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지만, 꽃봉오리가 맺히는 나뭇가지를 모두 잘라내면 밑둥만 남게 되어 개선대책으로는 부적절하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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