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근육병 형제의 쇼핑몰 성공, 그 드라마
[서평] 장윈청이 쓴 <날개 없는 비행>
▲ <날개없는 비행> 겉표지 ⓒ 금토출판사
원래 이 책이 중국에서 출판된 것은 2003년, 당시 저자인 장윈청은 시한부 삶을 살고 있었는데, 예정대로라면 28세가 되는 2008년쯤 안타깝게도 생을 마감할 불치병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혀 모르는 독자 중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멀리서나마 그의 명복을 빌어주고 싶었다. 다음 생엔 그 누구보다 건강하게 태어나길 진심으로 기원해주고 싶었다. 그만큼 <사흘만 걸을 수 있다면>과 책을 통해 만난 장윈청의 희망은 내게 특별한 감동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여하간 그의 짧은 삶을 생각하노라면 막연하게 마음이 아프곤 했다. 지난 3월 어느 날 신간 정보에서 장윈청의 두 번째 책 <날개 없는 비행>을 발견하던 그 며칠 전까지.
'정말 그 장윈청이 맞나? 그렇다면, 2012년에 이 책을 낸 걸 보면 기적적으로 살아 있다는 거네? 설마 이 책이 유작이 된 것은 아니겠지? 당연 아직도 살아 있다는 거지?'
이미 죽었을지도 모를 사람의 뜻밖의 책을 받아들고서도 믿기지 않아 뒷부분부터 우선 급하게 읽은 책이다. 책의 존재 자체부터 반가웠음은 물론이다.
<사흘만 걸을 수 있다면>과 <날개 없는 비행>을 쓴 장윈청은 가난한 농부의 넷째 아들로 1980년에 태어났다. 셋째 형에 이어 3살 때부터 난치성 희귀 근육병인 진행성근이영양증을 앓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16세 때는 전혀 걸을 수 없는 몸이 되었다.
몸이 굳는 것이 점점 악화만 될 뿐, 완치는 힘든 그런 병이었다. <사흘만 걸을 수 있다면>을 쓰기 시작하던 무렵엔 양쪽의 두 다리는 굳은 지 오래, 손가락까지 거의 굳어가고 있었다. 그리하여 자신의 의지로 물 한 컵을 들 수도 마실 수도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윈청은 자신보다 더 먼저 앓아 더 많이 악화된 셋째 형과 하루 종일 방 안에서 들로 일하러 간 부모님과 자신들을 돌봐주는 둘째 형을 기다라며 '단 사흘만이라도 걸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는다. 이런 소망을 가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자신을 낳아주신 부모님께 무언가 작은 보답이라도 하고 죽어야 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아주 조금이라도 현재보다 건강한 몸으로 불한당으로부터 연약한 어머니를 지켜주고도 싶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처럼 학교에도 가고 싶었다. 그러나 윈청의 이런 소원은 점점 더 악화되는 병 때문에 결코 이룰 수 없는 그런 꿈이 되고 만다.
윈청의 희망대로 어느 날 휠체어에 의지해 학교에 가게 된다. 그러나 근육병으로 인한 감기 때문에 단 한 번의 등교로 끝나고 만다. 이에 윈청은 혼자의 힘으로 글을 배워 한 자 한 자 글씨를 쓴다. 글씨 한 자 쓰는 데 6분, 하루 온종일 쓸 수 있는 글자는 77자. 6년 동안 이렇게 쓴 글자는 17만 자. <사흘만 걸을 수 있다면>은 이렇게 나온 책이다.
중국에서 2003년에 출간된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어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으로 몰아넣었다. 삶이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중국 CCTV가 장윈청에게 '아름다운 청년상'을 수여함으로써 장윈청과 그의 가족의 희망은 13억 중국인들의 희망이 되었다.
▲ <사흘만 걸을 수 있다면> 겉표지 ⓒ 황매출판사
근육병을 앓으며 하루하루 삶을 단축하고 있는 동생들을 위해 자신의 꿈을 접은 둘째 형은 동생들과 함께 베이징으로 간다. 그러나 자신의 힘으로는 밥 한 숟갈조차 먹을 수 없을 만큼 중증인 두 동생들과의 생활은 고난 그 자체. 베이징에서의 이들의 생활은 구걸만 하지 않을 뿐 거지나 다름없었다.
어렵게 얻은 집에서 몇 달이 멀다하고 쫓겨나기 일쑤였다. 가장 큰 이유는 두 형제가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중증 환자이기 때문이었다. 생활비마저 떨어져 굶어죽을 위기에까지 처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겪는다.
그럼에도 이들 형제가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는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나이인 만큼 어떻게든 자신들의 생활만이라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언제 죽을지 모르지만 죽는 날까지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내야 한다는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었다.
와중에 첫 책인 <사흘만 걸을 수 있다면> 덕분에 알게 된 사람들의 제의와 도움으로 '펑청e쇼핑몰'을 열고 운영하게 된다. 윈청은 이때 손가락 하나만 그나마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역시 쉽지 않다. 쇼핑몰을 연 지 한참이 지나도 매출은 밑바닥을 면치 못하는데….
얼마 후 형이 우산을 사가지고 돌아왔다. 지하철역까지는 몇 십 걸음이면 되지만 형이 혼자 우산을 든 체 휠체어를 밀고 가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길까지 울퉁불퉁해 휠체어의 중심이 흔들리고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비까지 점점 거세져 새로 산 바지가 온통 비에 젓고 말았다. 노란색, 검은색, 하얀색…, 형형색색의 우산을 쓴 사람들이 길을 따라 건강한 두 발로 바쁘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니 더욱 부아가 치밀었다. 그들이 비에 흠뻑 젖은 내 불쌍한 꼴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느 순간 머리 위로 더 이상 비가 떨어지지 않았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들어보니 내 머리위에 여러 개의 우산이 덧씌워져 있는 게 아닌가! 아, 이래서 세상은 아직 살만한가 보다. 여러 사람들이 내민 온정의 손길이 나를 비로부터 보호해 주다니! 마음 저 밑바닥에서부터 따뜻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지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나는 상냥하게 웃으며 인정을 베풀어준 사람들에게 고개를 끄덕여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빛깔도 다양한 우산들이 하늘을 가리자 쏟아지는 폭우 속에 나만의 안전지대가 만들어졌다. 또 누군가는 휠체어를 미는 것을 도와주고, 바퀴가 웅덩이에 빠지면 휠체어를 들어 올려 옮겨주기도 했다. 그 어떤 장애도 우리를 가로막을 수 없었다. - <날개 없는 비행>에서
<날개 없는 비행>(금토출판사)은 <사흘만 걸을 수 있다면>의 인연 덕분에 쇼핑몰을 열게 되었으나 연약한 날개조차 가지지 못한 장윈청 형제가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중국을 감동시킨 최고의 쇼핑몰'로 선정되기까지의 그 성공 스토리이다.
혹시 여기까지 읽은 독자 중에 저자 장윈청이 앞에서 언급한 책으로 워낙 유명한데다가 난치병을 앓는 환자라는 점 때문에 작용한 주변 사람들의 동정 덕분에 쇼핑몰이 유명해지고, 그리하여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할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마디로 '천만에!'다.
책에는 화장실을 갈 때조차 혼자 힘으로는 절대 갈 수 없고 누군가 떠먹여주지 않으면 물 한모금도 삼킬 수 없는 이들 형제와 그 가족들이 사지가 건강한 사람들조차 이겨내기 힘든 수많은 생활의 난관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해나가는지, 수많은 쇼핑몰 사이에서 살아남고자 어떤 노력들을 했는지 등 지난 8년간의 악전고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런지라 읽으며 묵묵히 느끼는 감동이 워낙 많은 그런 책이다. 쇼핑몰을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불편한 몸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어디든 달려가는 이들 형제가 한 행사에 가는 중에 겪은 것을 쓴 '170~174쪽' 부분은 특히 남다른 감동으로 만났다. 윈청의 희망을 만나고 싶을 때면 몇 번이고 찾아 읽으리라.
사실 이들의 존재 자체가 희망이지 않은가. 이 책은 장윈청이 간신히 움직일 수 있는 마지막 손가락인 오른쪽 가운데 손가락으로 한 자 한 자 쓴 것이다. 이들 형제의 기적과 희망이 역경을 이겨내야만 하는 사람들의 가슴에 스며들어 꺾이지 않는 희망과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날개 없는 비행>| 장윈청 (지은이) | 홍민경 (옮긴이) | 금토 | 2013-02-27 |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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