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한 사람들이 4대강 검증위원회 들어간다고?"
시민단체, 4대강사업 추진인사 등 배제한 '민관합동 검증위원회' 제안
▲ 22조원 쏟아부은 4대강사업, "제대로 검증하자"박창근 관동대 교수, 김정욱 서울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4대강조사위원회,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사업에 대한 검증 방안을 정부에게 제안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4대강사업의 객관적인 평가작업을 위해 검증위원회는 민관합동으로 구성하며 4대강사업 추진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인사는 배제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 유성호
4대강 사업을 비판해온 시민단체와 학자들은 1일 "4대강 사업을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며 그 원칙과 방안을 제안했다. 이들은 빠른 시일 내에 민·관이 함께하는 검증위원회를 꾸려야 하며, 여기에 4대강 사업을 직접 추진한 인사들은 참여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2월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국무총리실 주도 검증' 방안은 폐기할 것을 요구했다.
4대강조사위원회(아래 4대강조사위)와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아래 4대강범대위)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4대강 사업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몇 가지 원칙을 발표했다.
김정욱 서울대 명예교수(환경공학)는 "대형 사업을 하고 나면 평가를 하는 게 너무 당연한 일인데, 4대강 사업은 제대로 평가를 받은 적이 없다"며 검증대상은 4대강 사업 추진과정부터 결과, 완공 후 나타난 영향까지 포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원칙은 '4대강 사업 추진 인사의 검증위 참여 배제'다. 김 교수는 "댐을 쌓으면 물이 깨끗해진다고, 조류가 안 생긴다고 거짓말 한 사람들이 검증위원회에 들어와서 뭐 하냐"며 "깨끗한 전문가들이 검증위에 참여, 사업 절차의 타당성과 환경생태·사회경제·수리수문분야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검증위는 민·관 합동으로 구성하되 위원장은 반드시 민간 쪽 추천을 받은 인물로 하자고 제안했다.
"4대강 추진본부장에 평가 맡길 수 없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는 특히 "대한토목학회와 한국수자원학회는 검증작업에서 완전히 빠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국무총리실은 지난 2월 15일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민간의 점검·평가를 추진하겠다"며 용역을 맡길 학회 중 하나로 토목학회를 지명했다.
박 교수는 1일 기자회견에서 "토목학회는 사실상 전현직 회장과 차기 회장 3인 체제로 운영되는데, 차기 회장은 심명필 전 4대강 사업 추진본부장"이라며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심 전 본부장에게 평가를 맡기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2013년 수자원특별대상 수상자로 4대강 사업 추진본부를 선정했고, 4대강 사업 찬동 인명사전에 오른 인물 가운데 수자원학회 회원이 많다"며 수자원학회의 참여도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날 4대강조사위와 범대위가 제안한 검증 기간은 1년이다. 박창근 교수는 "정부가 4대강 사업을 평가할 의지만 있다면, 그 기간에 검증작업을 거의 대부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필요에 따라 단기·중기과제로 나눈다면, 대략적인 작업은 1년 안에 마무리지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또 "(보를 설치해 가둔) 물은 당연히 빼야 한다"며 "물을 빼고 농번기를 피해 검증을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는데, 이 역시 정부 의지에 달린 문제"라고 덧붙였다.
정부 의지만큼 4대강 사업 검증에 있어 중요한 일은 자료 확보다. 그동안 4대강 사업 관련 자료는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을 뿐더러, 4대강 사업 추진본부는 지난해 12월 31일, 공식 해체됐다. 당시 4대강조사위와 범대위, 민주통합당 4대강조사특별위원회 등은 '4대강 사업 추진본부 해체를 명분으로 관련 정보와 자료 일부라도 폐기되면 4대강 사업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 책임을 추궁하는 일이 매우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정부, 4대강 검증 의지 있는지 없는지 밝혀야"
4대강조사위와 범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감사원 감사결과와 민간과 정부의 4대강 사업 관련 각종 조사결과, 4대강 사업 추진본부가 보유하고 관리한 모든 문서와 데이터를 분석해야 한다"며 "검증위가 모든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검증위 운영과 별도로 "여야가 정책입안과정을 포함한 4대강 사업 전반에 국정조사를 실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창근 교수는 거듭 '정부의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현 상황을 "우리도 발목 잡혀 있다"고 표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4대강 사업을 엄정하게 평가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정부에선 별다른 움직임이 없기에 시민단체들도 적극 나서기 힘들다는 뜻이다. 박 교수는 "정부가 움직이면 우리가 공동조사든 단독조사든 일을 추진할 텐데 아무 것도 못하고 있다"며 "경제민주화처럼 용두사미가 되지 않으려면 정부가 4대강 검증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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