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외대, 학과 통폐합으로 학생들과 마찰
학생 의견 묻지 않은 일방 결정에 학생 반발 이어져
▲ 부산외국어대학교 러시아-인도통상학부 학생들이 3일 이 학교 본관 앞에서 학과 통폐합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최근 이 학교는 유사 학과와의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학생들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 부산외대러시아인도통상학부학생회
부산외국어대학교가 학생 의견 수렴 없는 학과 통폐합을 진행하면서 해당 학과 학생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학과는 이 대학의 러시아-인도통상학부로 학교 측은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유사학과와의 통폐합을 추진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사가 전형 반영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학생들에 따르면 학생들이 통폐합 소식을 알게된 것은 지난달 22일 학과 수련 모임(MT)을 통해서였다. 학생들은 "이마저도 교수와 조교에게서 흘러나온 이야기를 전해 듣는 수준에서 소식을 처음 접했다"고 말했다.
이후 이 학과 학생들은 지난 1일 비상총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학교를 상대로 집단행동에 들어가기로 했고, 2일부터 학교 본관 앞에서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문제가 외부로 알려지기 시작한 3일에도 학생 60여 명은 학교 본관 앞을 지키며 학교 측을 성토했다.
학생들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 통보"... 학교 "폐과하는 건 아니야"
학생대표를 맡고 있는 이야호(25)씨는 "학교가 학과 통폐합을 하면서 학생들 의견 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를 했다"며 "이렇게 과가 찢어지게 된다면 8년 동안 만들어놓은 커리큘럼이 없어진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학생들이 집단행동에 나서자 학교 측은 그제야 학생대표들과 이야기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학교 측의 입장을 전달하는 방식에 그치고 말았다.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낮은 제적률과 취업률 등을 근거로 유사학과로의 통폐합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학생들은 학교 측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이씨는 "지난해 기준으로 제적률은 62%로 더 낮은 학과가 11개 있고, 취업률도 73.9%로 전체 40여 개 학과 중 5위에 해당한다"며 "학교의 주장은 학과를 없애기 위한 명분 끌어오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학교 측은 학과 통폐합을 강행할 의사를 나타냈다. 부산외대 대외홍보팀 관계자는 " 유사학과와의 통합 개념이지 폐과의 개념이 아니며 학생들이 오갈 데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라 올해 신입생까지는 기존 학과에서 졸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비단 한 학과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전체 학과를 다 줄인다는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대학을 운영하려면 크게 보아야 하고 경쟁력이 없는 현재의 편제는 줄여나가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맞다"며 "학생들은 과도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같은 커리큘럼에서 공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학교는 일단 통폐합안을 확정한 후 5월께 교육과학기술부에 편제 보고를 할 계획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학교 측의 방침에 반발해 시위 등을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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