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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품은?

시가현 모리야마에 있는 사가와미술관을 찾아서

등록|2013.04.04 18:15 수정|2013.04.04 18:15

▲   사가와미술관 입구입니다. 건물 주위에 물을 담아두었습니다. 비록 깊지 않지만 넓게 퍼진 물결이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줍니다. ⓒ 박현국


3일 오후 시가현 모리야마에 있는 사가와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사가와미술관은 사가와빈이라는 택배회사가 만든 미술관입니다. 사가와미술관은 비와코 호수 동쪽 비와코 옆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비록 크고 넓은 미술관은 아니지만 건물과 조경이 특이합니다.

사가와미술관에는 히라야마 이쿠오(平山 郁夫)의 풍경 그림, 사토주로(佐藤 忠良)의 조각 작품 그리고 라쿠 기츠자에몽(樂吉左衛門)의 도자기 등 미술 작품 세 가지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작품을 전시한 작가들은 지금 살아있거나 최근 영면하신 분입니다. 그래서 일본 현재 예술을 대표하는 분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화가 히라아먀 이쿠오는 몇 년 전 세상을 뜨셨지만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예술가였습니다. 살아서 작품에 대해서 인정을 받고 그림도 비싼 값에 팔리고, 자신의 이름을 딴 히라야마 이쿠오실크로드미술관이 자신의 고향 근처에 있고 여러 가지로 살아서 복을 많이 누린 사람이라고 생각됩니다. 

▲   실크로드를 직접 답사하여 그린 히라야마이쿠오 그림입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안(西安, 1994년), 오이라세강(1962 년), 미야지마(宮島, 1997년) 수초우(蘇州, 1995년)입니다. ⓒ 박현국


히라아마 이쿠오 작품을 보면서 왜 이 사람 작품은 인기가 있는지 하는 의문과 아, 이런 작품이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일본에서는 불교가 생활화되어 있습니다. 일본사람들 사고방식이나 생활은 불교와 깊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당연히 불교식으로 장례를 치르고, 절에서 관리하는 무덤에 화장한 재를 묻습니다. 제사 때에도 해에 따라서 당연히 스님을 불러서 제사를 지내고, 마을에 있는 스님이 집안 제사를 미리 알려주기도 합니다.

일본 사람들이 불교에 대해서 가진 심성을 꿰뚫어 본 것이 히라야마 이쿠오의 그림입니다. 히라야마 이쿠오 역시 일본 사람으로서 불교가 무엇이고, 불교가 어떤 경로를 통해서 일본에 들어왔는지 의문을 품었을 것입니다. 그 의문에 답을 하는 것이 히라야마 이쿠오의 그림입니다.

▲   실크로드를 직접 답사하여 그린 그림 가운데 루란(樓蘭)한 곳에서 석양, 달밤, 아침 세 번 그린 그림(1991 년)입니다. ⓒ 박현국


히라야마 이쿠오는 실크로드라는 통로를 통해 일본에 불교가 들어왔고, 그 통로는 이렇게 생겼고, 이런 사람들이 살고 있고, 지금은 이렇게 생겼다고 말하지 않고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본 사람들이 가진 불교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는 것이 주요 주제입니다.

히라야마 이쿠오 그림은 일본화라고 하는 독특한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한지와 비슷한 전통 일본 종이를 사용하여 그림을 그립니다. 물감이 약간 번지는 듯하면서 아련하고 부드러운 색조가 일본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사용하는 물감 역시 유화처럼 강력하지 않고 청금석(라피스라즈리), 남동광, 공작석, 터키석, 흑요석, 운모, 석영, 방해석, 진사, 벽옥, 석황, 금박 등 천연 광물성 안료에 아교 등을 섞어서 사용합니다. 따라서 그림은 부드럽고 투박하지 않으며 부드럽고 여성스럽습니다.

말로 뜻을 전하기 위해서는 같은 곳에서 같이 이야기를 해야 전해집니다. 그러나 그림으로 그려진 작품은 언제나 시간이 있을 때 그곳에 가서 보면 됩니다. 미술관이 그런 곳입니다. 그런데 이곳 사가와 미술관이 사람을 불러들이는 방법 또한 기발합니다.

▲   물 아래 전시실에 마련된 라쿠 기츠자에몽의 도자기 찻잔입니다. ⓒ 박현국


사가와미술관은 건물 두 채 주위에 물을 담아두었습니다. 사람이 움직일 수 있는 최소 공간을 빼고 모두 물입니다. 비록 깊지는 않지만 넘실대는 물은 야릇하게 사람을 빨아드립니다. 그리고 물 밑에 전시실을 만들어 도자기 찻잔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넓은 방에 찻잔 너덧 개가 놓여있습니다.

다음으로 사가와 미술관에서는 사토 주로의 조각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주로 여자 조각상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조각가 사토씨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대상과 비슷한 치수를 묘사하는 것이 아니고 살아있는 모습을 마음속에서 해체하고 정리하고 여과시켜서 그것을 자신의 손으로 다시 구성하는 것이 자신의 작품 활동이라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 숨 쉬는 생명체의 이야기를 상상하면서, 자신도 대상과 더불어 상상의 세계에 빠져들려고 고군분투한다고 합니다. 조각가는 대상 하나의 시간과 공간을 가능한한 한 작품으로 표현하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생명체는 늘 바뀌고 움직이기 때문에 그것을 표현하려는 조각가가 늘 만족할 수 없습니다. 

▲   조각가 사토 작품이 전시된 전시실입니다. 보는 사람도 조각이 된 느낌입니다. ⓒ 박현국


조각가 사토가 여성을 대상으로 만든 작품이 많은 것은 여성이야말로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자연스럽고, 매우 속이 깊은 아름다움을 지닌 대상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여성은 자신의 몸으로 새로운 목숨을 키우고 길러내는 위대한 존재이고 최상의 존귀함과 아름다운과 강함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사가와미술관 물 아래 전시장에는 도자기 찻잔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찻잔은 아니지만 도자기 찻잔을 좋아하는 일본 사람의 취향에 맞게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어 전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억지로 만든 것이 아니고 흙과 불과 정성으로 대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   사토의 조각 작품입니다. 사진 왼쪽부터 나부 입상(1994), 리카 입상(1983), 누드 미이(1982), 여름(1976 년)입니다. ⓒ 박현국


사가와 미술관에는 여러 가지 많은 작품은 없지만 일본 그림, 일본 도자기 찻잔 등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품과 일본 사람을 가장 자연스럽게 표현했다고 하는 일본 조각을 집중 전시하여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   사토는 조각 작품 제작에 앞서서 작품을 섬세하게 스케치하기도 했습니다. ⓒ 박현국


가는 법> 오사카나 교토에서 JR 비와코선 전철을 타고 모리야마 역에서 내린 다음 사가와미술관행 버스를 타고 갑니다.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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