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 두고 청와대-울산시 '기싸움'
'유네스코 등재' 대통령 공약 이행 수순... 박맹우 시장, 국회에 '읍소'
▲ 훼손이 심각해지고 있는 울산 울주군 대곡리에 있는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법을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 시사울산 자료사진
발견되기 6년 전 하류에 댐이 건설되면서 48년간 물속에 잠기기를 반복하다 훼손이 가속화 되고 있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 이 반구대 암각화를 살리는 보존방식을 두고 문화재청(댐 수위 조절)과 울산시(제방 설치)가 논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청와대와 울산시가 미묘한 기싸움까지 펼치고 있다.(관련기사: <사라져가는 '반구대 암각화'... 8년째 말다툼만>)
문화재청은 그동안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서는 울산시 보존방법으로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고,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반구대암각화를 유네스코에 등재하겠다고 공약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지난 3월 15일 새 문화재청장에 그동안 반구대 암각화 보호활동에 주력하면서 '댐 수위 조절안'을 주장해온 변영섭 고려대 교수(고고미술사)를 임명하면서 공약 실천의 수순을 밟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4일 박맹우 울산시장이 서울에서 열린 지역 국회의원들과 간담회에서 그동안 주장해오던 울산시 보존안인 생태제방 설치안 채택을 읍소하면서, 청와대와 울산시 사이에 이상한 기류가 흐르고 있는 것. 문화재청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28일 문화재청 업무보고를 받은 데 이어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으로부터도 반구대 암각화 보존에 관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울산시의 향후 입장이 주목되는 부분이다.
반구대 암각화를 물에 잠기게 하는 원인인 울산 사연댐은 우기 때면 수위가 60m에 이른다. 문화재청과 문화계는 이 수위를 52m로 낮추면 암각화 보존과 유네스코 등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지만 울산시는 수위를 낮출 경우 시민의 식수가 부족해진다는 입장이다. 그렇게 10년 가까이 논쟁을 이어오는 사이 반구대 암각화 훼손은 가속화됐다.
반전은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재청장에 울산시 안에 반대해온 학자를 임명하면서 일어났다. 변영섭 청장은 취임 일성으로 '반구대 암각화 TF팀' 구성과 '문화재관리에 필요한 법률 개정·제정'을 언급하며 울산시를 압박했다.
박맹우 울산시장 "수위조절 주장은 반구대 암각화 포기하는 것"
하지만 박맹우 울산시장도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그가 대표적인 친박근혜 계열 인사라는 점에서 주목되는 대목이다. 울산시에 따르면 4일 오전 11시 국회의사당 인근 한 식당에서 박맹우 울산시장과 박대동(북구), 정갑윤(중구), 이채익(남구갑), 김기현(남구을), 안효대(동구), 강길부(울주군) 등 지역 국회의원 6명 전원은 반구대 암각화를 비롯한 울산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서 박 시장은 울산시가 용역의뢰해 수자원학회가 발표한 '반구대 암각화에서 80m 떨어진 대곡천 주변에 높이 10~15m(해발 60~75m), 길이 450m의 둑(생태제방)을 쌓으면 암각화의 침수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국회의원들에게 반구대암각화 수리모형 실험결과를 설명하고 "최적안으로 도출된 생태제방 설치안이 정부안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지금까지 수위조절만 하면 암각화 보전이 완벽한 것으로 주장되어 왔으나, 오히려 유속이 10배나 빨라져 암각화가 크게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데도 수위 조절을 계속 주장하는 것은 사실상 암각화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며 "물 문제를 보더라도 사연댐 수위를 조절하게 되면 댐 기능이 사실상 상실되어 울산의 유일한 청정수자원인 사연댐을 폐기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생태제방 설치안이 문화재도 보호하고 물문제도 해결하는 최적안"이라며 문화재청과 변영섭 청장을 겨냥했다.
반구대 암각화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겠다고 공언한 후 변영섭 문화재청장을 임명한 박근혜 대통령, 친박근혜 계열이면서 문화재청장과 반대의 입장을 고수하는 박맹우 울산시장.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둘러싼 이같은 흐름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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