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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성의 '그 겨울' 후유증 "혜교는 은퇴 생각까지…"

[인터뷰 ③] '반 사전제작' 시스템으로 이뤄낸 '공동작업'의 성과, "서로의 부족함 채웠죠"

등록|2013.04.06 09:23 수정|2013.04.06 09:27

▲ SBS 드라마스페셜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오수 역의 배우 조인성이 5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호텔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종방연 때 범이랑 혜교랑 같이 얼싸안고 '고맙다'고 말했어요. 서로에게 고마운 케이스들이었어요. 욕심내야 할 때 욕심내고, 내지 말아야 할 때는 내지 않으면서 연기했죠. 배우들끼리 '네 덕에 내가 살았다'하고 공을 돌렸어요."

'흔히 들을 수 있는 배우들의 공치사'로 치부하기엔 진정성이 뚝뚝 묻어나는 말이었다. 앞서 만났던 배우 송혜교도, 김범도 비슷한 말을 했던 게 기억났다. 아닌게 아니라 <그 겨울, 바람이 분다> 팀의 각별함은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 종종 화제가 됐다. 조인성 역시 "혜교가 종방연에서 마이크를 잡고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말하면서 '제가 잘 보였던 건 오수 덕분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하는데 정말 고맙더라"며 "범이와는 마지막 회 상영이 끝나자마자 둘이 붙잡고 울었다"고 멋쩍어했다.

"반 사전제작 시스템, 작품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더라"

이러한 '각별함'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조인성은 그 원인을 남달랐던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 찾았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평소의 드라마 현장과는 달리,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방영 한참 전부터 준비를 시작해 오랜 기간 촬영하면서 스태프나 배우들 간 '공동작업'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출발한 유대감이 모두를 한 마음으로 이어주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촬영하면서 밤샘을 안 한 건 아니에요. 보통의 미니시리즈보단 덜 샜지만요. 하지만 '반 사전제작'이라는 게 묘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함께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는 건 확실해요. 그러다 보니 이게 '프로젝트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묘하던데요.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영화와 드라마의 중간이었던 것 같아요. 새로운 기분이었어요."

글을 쓸 때 완성된 글을 다시 읽으면서 부족한 부분을 덧붙이거나 넘치는 부분을 지우는 '퇴고' 과정이 있는 것처럼,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는 '재촬영' 과정이 있었다. 말 그대로 촬영본을 모니터하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언제고 짬을 내 다시 찍었다는 것.

▲ ⓒ 이정민


▲ ⓒ 이정민


이를 두고 조인성은 "마음에 안 들거나 부족한 부분이 있다 싶으면 다시 찍고, 장면을 끼워 넣고, 그걸 다시 다 같이 보면서 좀 아니다 싶으면 다시 찍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완성도가 높아졌다"며 "그래서 후회가 적은 작품이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사전에 많은 분량을 미리 찍어놓았잖아요. 1~2부가 방송될 때 실제로는 8~9부를 찍고 있었으니까요. 덕분에 들통날 만한 것들이 없었던 드라마였죠. 방송용어로 그런 걸 '발해난다'('잘못된 것이 티가 난다'는 뜻의 방송계 속어)라고 하는데, 그런 것들이 덜 보인 작품이 아니었나 싶어요. 물론 저의 문제점도 보이고 아쉬운 부분도 보였겠지만, 이런 시스템과 배우들 간의 앙상블이 있어서 제 부족함이 덜 보였을 것 같아요. 서로가 서로를 채워 준 케이스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송혜교에게는 눈물을 흘리는 스위치가 있는 것 같다"

그 속에서 두 배우, 조인성과 송혜교는 각각 고독의 끝에 내몰렸던 오수와 오영을 연기해 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역할에 몰입할 수 있었던 덕에 이들에게 남은 잔상도 크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보며 웃고 운 시청자들 역시 오래도록 이 드라마를 떠나보내지 못할 듯싶다. 조인성도 "혜교는 '은퇴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며 "나도 '몇 년은 쉬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는 뒷이야기를 전했다.

"혜교와의 호흡은 보는 분들이 더 잘 아실 거예요. 고맙죠. 걔 덕분에 제가 살았고. 그 친구도 '제 덕분에 잘 됐다'고 공을 돌려주니까요. 겉치레가 아니라 진심으로 얘기해 줘서 고마웠어요. 촬영하는 내내 서로 배려한다는 걸 느끼고 있었어요. 보통 배려해 주는데 상대가 그걸 모르면 섭섭하고 답답하잖아요. 보상심리 같은 것도 생길 수 있고. 그런데 배려해주고 있다는 걸 나도 알고 상대방도 아니까, 문제될 게 없었죠."

그런가 하면 이날 조인성은 실제 10년 간 지인으로 지내온 송혜교의 매력도 함께 들려줬다. "매력있다, 멋지고"라며 운을 뗀 그는 "그건 대한민국 남자들이 다 느끼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미소 지었다. 이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을 향해선 "그렇다고 내가 혜교에게 가서 '만나자'고 할 건 아니다"라며 "작품은 작품대로 끝내야 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나는 사심을 갖는 순간 행동도 이상해지고, 어색해진다"며 "사심이 없으니 혜교를 편하게 볼 수 있는 것"이라는 말도 함께였다.

▲ ⓒ 이정민


그러니, 오해는 금물이다. 다시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이야기로 돌아와, 조인성은 '웬만한 여자 배우보다 감정 표현을 잘 하더라'는 송혜교의 평에 실소를 터뜨렸다. 그리고는 앞선 인터뷰에서 송혜교가 그에게 질문한 것을 전하자, 다시 미소를 머금었다.

"제가 아는 여배우들 중엔 걔가 제일 잘 울어요! 걔는 무슨 스위치가 있는 것 같아. 딱 누르면 눈물이 올라와요. 눈물이 떨어지는 것도, 저는 그냥 툭 떨어지는데 걔는 정말 또르르 잘 떨어지잖아요. '그 겨울, 행복했냐'고 물었다고요? '너만큼 행복했다'고 전해 주세요. (웃음)"

=====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조인성 인터뷰 =====

① 엉엉 운 조인성 걱정했던 노희경, "명줄 끊어지겠다"
② 조인성 "연기를 사랑하지 않는 놈이라 착각하고 있었다"
③  조인성의 '그 겨울' 후유증 "혜교는 은퇴 생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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