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가족의 아픔과 극복 그린 뮤지컬
박칼린 남경주 주연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의 3층 12개 팔레트 무대구조와 전구조명은 인물들의 심리구조를 더욱 면밀히 드러내는 장치이다. ⓒ 뮤지컬해븐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Next to Normal)'이 4월 6일부터 5월 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중이다.
토니어워즈 주요 3개부문 수상 등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완벽한 뮤지컬이라는 평가를 받은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은 2011년 첫 한국공연당시 탹월한 무대와 박칼린, 남경주 등의 감동적인 연기로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2012년 전국순회공연도 성공리에 마치고, 2013년에 두산아트센터 공연에서 이들이 다시한번 부부로 호흡을 맞춰 가족애의 뜨거운 감동을 선보인다.
'넥스트 투 노멀'은 16년간 극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다이애나와 그 때문에 상처받고 괴로워하는 가족들이 아픔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감동적인 노래와 3층 구조의 특색 있는 무대로 선사한다.
전체적으로 서사와 함께 심리묘사가 중요하므로 극이 가볍지만은 않다. 엄마가 괴로워하는 장면, 남편이 다이애나를 다독이며 함께 괴로워하는 장면, 딸의 반항과 남자친구와의 관계, 아들의 역할 등이 '엄마의 병'을 중심으로 가족의 아픔을 한 축으로 그려졌지만, 평범한 어느 가정에서나 볼 수 있는 아픔이고 화해과정이다.
때로는 록 버전으로 기타와 드럼이 가슴을 울리며 인물들의 내면 속 다짐을 말하며, 때로는 잔잔한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감미로운 선율이 인물들의 아픔과 상처를 드러낸다. 극의 흐름을 해치지 않으면서 노래는 사건의 진행과 인물의 감정을 잘 표현하고 이끈다.
또한 이 작품의 개성은 무대구조에 있다. 3게 층에 2층과 3층의 양 옆 네 개의 방은 피아노, 드럼, 바이올린, 기타, 베이스 각 악기가 한 방씩 서로 떨어져 가운데 공간의 무대를 바라보며 연주되는 것이 특이하다. 음악의 각 방과 가운데 연기 공간 등 나뉜 각 공간 곳곳은 인물들이 각자의 심리와 이야기를 더욱 면밀히 드러내는 장치로 작용한다.
2011년 초연당시 이 작품을 "20년 만에 배우를 꿈꾸게 한 작품"이라고 소감을 밝혔던 박칼린은 이번에도 더욱 생기 있는 무대를 선보였다. 남경주 역시 카리스마 있는 연기와 열창으로 아픔과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배역을 훌륭히 소화해낸다. 딸 나탈리 역할의 김유영과 오소연은 귀엽지만 엄마의 병에 대해 두려워하며 반항적인 모습을 잘 소화해 낸다. 아들 게이브 역할의 한지상과 서경수는 딸 보다는 부드러워 보이지만 마찬가지로 가족의 미래를 불안해하는 아들 역할을 잘 표현한다.
▲ 박칼린은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에 우울증을 앓고 있는 엄마 다이애나로 출연해 세밀한 심리묘사와 변함없는 가창력을 선보인다. ⓒ 뮤지컬해븐
2막은 다이애나가 과거의 기억을 하나씩 더듬는 내용이다. 아빠역의 이정열은 남경주와는 또 다른 카리스마로 치료과정에서 세심하고 자상하게 아내의 회복을 돕는 남편의 역할을 열정적인 가창력으로 표현하였다. 다이애나 역의 태국희 역시 가족을 사랑하지만 그렇기에 가족을 떠나는 마지막 장면에서 가슴이 뭉클해지는 애뜻한 내면연기를 잘 보여주었다. 또한 아들 역의 서경수도 2막 독창과 아버지와 듀엣으로 노래하는데, 청소년기의 그 반항적인 심리와 절절함을 잘 표현하였다.
4월 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용호 프로듀서는 "'넥스트 투 노멀"을 현지에서 처음 봤을 때 미니멀한 무대와 조명이 인상이 깊었는데, 이것이 작품의 느낌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라서 국내 공연에도 라이센스화하여 무대자체까지 가져왔다. 3개 층 12개 팔레트로 나뉜 무대와 뒷면 벽에 박힌 수 백 개의 전구에서 나오는 조명은 다이애나의 뇌 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장면의 묘사 등 작품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작품의 무대구조를 강조하였다.
변정주 연출은 "번역 작품의 어려운 점인 대사, 노래들을 그대로 원작처럼 잘 표현하려 했다. 우리 삶을 되돌아보고 느껴보는 것, 평범한 것이 중요한 것이라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트위터에 이번공연을 '정통 싸이코 심령 가족비극 드라마'라고 직접 언급한 것에 대한 질문에 "좀 재미있게 표현하기도 했지만, 일단 주인공이 약점, 단점을 버리고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비극이라고 알고 있고, 이 작품도 그렇다. 비극이라고 슬픈 것만은 아니다. 즐길 수 있는 이야기라는 차원에서 표현한 것"이라고 답했다.
박칼린은 "오늘 두 팀 배우들이 나누어 공연했는데, 배역 간 서로 어떤 결합으로 공연해도 너무나도 호흡이 좋고 잘 어울린다. 특히 딸 역할의 오소연, 김유영 배우 모두 한국적으로는 드물게 깡다구가 있고, 남편 역할의 남경주, 이정열 배우는 말할 것 없이 훌륭하다. 태국희는 특히 내가 추천한 배우다. 공연 전후로 얘기 많이 나눈다"고 배역진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나는 특히 1막 마지막부와 2막 시작부의 짜릿함이 좋다"며 이번 공연에 대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남경주는 "우리 배우들의 호흡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도 박용호 대표님을 칭찬하고 싶다. 이렇게 연습실을 실제 무대처럼 꾸며놓고 연습하는 곳이 어디 있겠는가. 너무 실감나게 연습할 수 있어 좋다"고 연습과정의 즐거움을 얘기했다. 이정열은 결말에 대해서 "다이애나가 집을 떠난 것을 가출이 아니라 '출가', 하나의 깨달음을 얻는 과정으로 보면 결말에 대한 아쉬움이 다른 각도로 보일 것이다"라고 설명해 주었다. 태국희는 "좋은 작품에 출연하여 무대에서 직접 동선을 맞추어보니 연습 때와 다른 실감이 난다. 좋은 작품에서 훌륭한 선배님들과 해서 너무너무 벅차고 기쁘다"며 소감을 밝혔다.
박칼린, 남경주, 이정열, 태국희, 한지상, 박인배, 오소연, 김유영, 이채훈, 최종선, 서경수 출연의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4월 6일부터 5월 5일까지 공연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플레이뉴스에도 함께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기사에 한하여 중목게재를 허용합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