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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걸으며 나무 심는 미야타 유지 "나무는 평화다"

한국 찾아 강연 등 활동... 16개국 1만2200km 걸어

등록|2013.04.10 09:22 수정|2013.04.10 10:03
"걷고 나무심기를 한다. 나무는 자연의 상징이다. 나무는 평화의 상징이다. 사람들은 나무를 심을 때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느끼게 되고, 그것이 진정한 평화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전쟁이 나면 사람들이 피해를 받지만 자연도 피해를 받는다. 인간과 자연은 같고, 그것을 알리기 위해 나무를 심는다."

지구촌 곳곳을 걸으며 나무를 심고 환경·평화 메시지를 전파하는 일본인 미야타 유지(Yuji Miyta. 32)씨가 경남 창원을 찾아 나무심기 행사를 벌인 뒤 이같이 밝혔다. 유지씨는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아래 마창진환경연합) 활동가들과 함께 9일 오후 마산 무학산에서 '식생실태조사'를 벌였다.

그는 10일 창원 대산고, 11일 경남대에서 강의하고 나무심기 행사를 벌인다. 마창진환경연합은 "봄에 미야타 유지와 함께 환경·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나무를 심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중한 두 사람 잃은 뒤 평화 위한 활동 생각"

▲ 지구촌 곳곳을 걸으며 나무를 심고 환경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는 일본인 미야타 유지(32)씨가 9일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과 함께 마산 무학산에서 식생활실태조사를 벌였다. ⓒ 곽빛나

미야타 유지는 2007년 말부터 현재까지 총 1만2200km를 걸었다. 그는 16개국에 걸쳐 500여 개 학교와 사회복지기관을 방문했고, 방문했던 지역의 사람들과 함께 3000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었다.

그는 우리나라와 인연이 깊다. 무역업을 하는 부모를 둔 그는 일본 게이오대학을 나온 뒤, 2004년부터 3년간 연세대 한국어학원을 다녔다. 그는 한국사람으로 보일 정도로 한국어를 잘 구사한다. 그는 한국인 약혼자가 있었지만 '하늘나라'로 보낸 아픔이 있다.

"2006년 한국에서 공부할 때 아픔이 많았다. 약혼자가 있었는데 자살했고, 당시 친한 친구도 암으로 세상을 뜨고 말았다. 소중한 두 사람을 잃었던 것이다. 이태 동안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그 무렵 다른 사람을 위해, 평화를 위해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미야타 유지씨는 2007년 중국에서 런던까지 걸었는데, 그 첫 시작은 한국이었다. 그해 그는 새만금, 군산, 목포, 장흥, 보성, 순천, 마산을 거쳐 창원에 왔다. 당시 창원에서는 '제10회 람사르당사국총회'가 열렸던 것이다. 그는 습지와 갯벌의 보전을 통한 평화 메시지를 전파했다.

2008~2009년에도 한국을 걸었다. 경북 영양을 시작으로 청송, 포항, 경주, 울산, 부산을 거쳐 제주를 돌았다. 당시 그는 일본군 위안부사건에 대한 사과의 의미를 담아 걸었다.

미야타 유지씨는 "제가 지구촌 걷기를 하고 있는데 첫 시작이 한국이었다"며 "당시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도와줬는데, 감사 인사를 전하고, 한국 아이들에게 환경보호와 꿈·희망을 심어주고 싶어 다시 왔다"고 말했다.

한국을 방문한 이유는 또 있다. 내전이 일어난 시리아의 아이들을 위해 도서관을 지어주기 위한 목적이다. 그는 2011년 2~4월 사이 시리아를 걸었는데, 그때 만났던 아이들에 대한 기억을 잊지 못한다는 것.

"당시 분쟁이 일어났고, 위험한 상황이었다. 당시 아이들은 목숨을 걸고 저를 도와 주었다. 희생되는 아이들도 보았다. 아이들은 학교도 도서관도 없고, 먹을거리도 없었다. 그런 아이들에게 자기 나라에서 앞으로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지난해부터 '시리아 도서관 건립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제가 자원봉사로 강연하고, 강연을 들으러 오는 사람들로부터 기부를 받아서 도서관 건립 기금으로 쓰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제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나무심기 통해 작은 평화를 위한 활동에 나서자"

▲ 지구촌 곳곳을 걸으며 나무를 심고 환경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는 일본인 미야타 유지(32, 사진 앞줄 오른쪽에서 세번째)씨가 9일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과 함께 마산 무학산에서 식생활실태조사를 벌였다. ⓒ 곽빛나


한반도 긴장 상황이 계속 되는 속에, 그에게 '평화'에 대해 물었다. 그는 "현재 한반도 상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잘 모른다"면서 "평화는 자기가 살고 있는 장소부터 평화롭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가족을 위해, 자기가 사는 동네를 위해, 나아가 나라를 위해 작은 것부터 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2009년 12월 배트남 하노이에서 호치민까지 걸었다. 어디를 가든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었다. 마을에 가도 위령비가 있고, 전쟁으로 인한 고아도 많았다. 그때 만난 아이들은 오히려 저를 도와 주었다. 찾아와서 배가 고프지 않느냐고 묻거나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해 달라고 했다. 인간으로서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는 게 곧 평화다. 가까이 있는 사람, 가까이 있는 지역, 가까이 있는 나라와 관계를 평화롭게 해야 하는 것이다."

걸으면서 나무를 심는 이유도 말했다.

"한 걸음은 적다. 한 걸음이라 해봤자 70cm 정도 거리다. 계속 걸으면 길어진다. 걸으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도시를 만난다. 나무를 심는 것도 작은 행위이지만, 계속 하다 보면 큰 활동이 된다. 한국사람들이 아름다운 나라를 위해, 나무심기를 통한 작은 평화를 위한 활동에 나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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