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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식 매일 위협', 북한에도 도움 안돼"

한 달 넘은 '전쟁 위협'... 한·미 여론 악화 안 보이나?

등록|2013.04.11 09:38 수정|2013.04.11 09:38

바리케이드 치우는 군인들북한이 개성공단 출입을 통제하고 북한노동자들을 출근시키지 않아 공장 가동이 전면중단된 가운데 9일 오후 개성공단 직원들을 태운 차량들이 돌아올 때가 되자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에서 군인들이 바리케이드를 치우고 있다. ⓒ 권우성


A 기자 : "와~ 이제 외국인까지?"
B 기자 : "그럼 우리들은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는 얘긴가요?"

지난 9일 오후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가 남한에 있는 외국인을 향해 '전쟁에 대비해 대피계획을 세우라'는 담화를 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통일부에 나와있던 기자 2명이 주고받은 대화 일부다.

정부는 이날 나온 북한의 메시지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서, 그동안 해온 위협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담화의 대상은 외국인이지만 결국 전쟁 발발에 대한 남한 사회의 불안을 가중시키로 여론의 분열을 의도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한 뒤로 한국과 미국, 북한은 번갈아가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켰다. 북한이 정전협정 폐기를 선언하자 미국의 B-52 폭격기와 핵잠수함이 남한에 모습을 나타냈고, 북한군이 1호 근무태세 돌입을 선언하면서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차단하자 미국의 스텔스 폭격기가 나타나는 식으로 서로 점점 더 강한 '패'를 보여주기 바빴다. 그러다 결국 북한은 지난 4월 3일 '개성공단에서 나갈 수는 있어도 들어올 순 없다'며 진입 차단 조치라는 '행동'을 보여줬다.

그때부터 한·미 양국의 대응은 약간 누그러진듯 보인다. 미국이 당초 9일에 자국 본토에서 하려 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을 연기한 것이 그 예로 제시된다. 한국 정부도 개성공단에 대한 북한의 조치에도 '개성공단은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달 넘게 위기감 조성... '외국인 권고' 많은 게 특징

그러나 이후에도 북한은 위협과 '행동'을 병행하며 한반도 전쟁위기의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북한 외무성이 평양 주재 외교단에 철수를 권고하고 이틀 뒤엔 대남 강경파인 김영철 북한군 정찰총국장이 외교단을 향해 정세 브리핑을 하기도 했다. 8일에는 대남 총책임자인 김양건 당 비서가 개성공단을 방문하더니 개성공단 사업의 잠정 중단을 선언하고 공장 가동을 멈춰버렸다.

다시 하루 만에 북한이 '전쟁 날지도 모르니 외국인들은 남한을 떠나라'고 외친 셈이다. 이전의 남북관계 위기 상황과 다른 점은, 이번에는 외국과 외국인을 상대로 한 전쟁 언급이 많다는 점이다.

북한이 외국인들을 향한 메시지까지 던지는 것에 대해선 북한 연구자들도 대체로 정부와 같은 분석이다. 지금까지 반복해온 전쟁 위협 카드의 일부로서 외국인들 들으라는 게 아니라 남한이 그 대상이라는 것이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실질적으로 외국인들에 메시지를 전하기보다는, 충돌 직전까지 가는 치킨게임 속에서 계속 내놓는 카드 중의 하나"라고 진단했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남북관계가 전시상황에 돌입했다", "개성공단 폐쇄도 가능하다"고 한 뒤부터 이달 9일까지 전쟁 가능성을 언급하거나, 외국인에 철수를 권고하거나, 개성공단에 대한 제한조치를 취하는 등 거의 매일 긴박한 상황을 연출해왔다. 지난 1일부터는 북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명의로 남한 시민단체에 반미항쟁에 나서라고 촉구하면서 남한의 여론을 분열시키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일방적으로 정전협정 무효화를 선언한 지난 달 5일부터 시작해 남북 간 각종 통신선까지 차단한 것 등까지 합치면 한 달을 훌쩍 넘게 위기감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는 셈이다. 북한의 이런 행동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도 이번 위기의 특징이다.

"'벼랑 끝' 반복, 피로감 쌓여"... 여론악화는 관계개선에도 장애

김관진 장관 향해 사격하는 북한군북한 군인들이 '전쟁 광신도'로 극렬 비난하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얼굴사진을 향해 일제 사격하고 있다. 김 장관 표적 옆에는 미군 병사 사진이 붙어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6일 촬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 연합뉴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이번 위기가 과거와 다른 점은 북한이 계속적으로 일종의 '벼랑 끝 전술'을 장기적으로 반복적으로 하다 보니 북한의 말들에 대한 피로감이 워싱턴(미국 행정부 및 정가)에도, 국내적으로도 쌓이고 있는 것 같다"며 "이후에 대화국면이 조성돼도 여론이 (남북 대화와 협력에 대해)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남북이 이번 위기를 넘기고 대화국면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북한이 전쟁위협을 계속해서 생긴 남한과 미국의 부정적인 여론이 쉽사리 바뀔 리 없다는 진단이다. 또 북한과 달리 여론이 정책의 중요 결정요인으로 작용하는 남한과 미국에서 형성된 북한에 대한 악감정은 남한과 미국 정부가 포용·협력정책을 펴는 데에도 상당한 장애가 될 수 있고 결국 북한에는 손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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