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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 지경까지..." 후보들 날선 공방

<오마이뉴스> 주최 당 대표 예비 경선 첫 토론... 팽팽항 신경전

등록|2013.04.10 21:11 수정|2013.04.10 21:26

민주통합당 대표 후보 예비경선토론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대표 후보 예비경선토론'에 앞서 신계륜, 김한길, 강기정, 이용섭 후보가 사진촬영을 위해 서 있다. ⓒ 권우성


민주통합당 5.4 전당대회에 당 대표로 출마한 김한길·이용섭·신계륜·강기정(기호순) 후보가 10일 처음으로 승부를 겨뤘다. 10일 오후 <오마이뉴스>가 주최한 당 대표 예비 경선 토론에 참석한 네 후보는 말로써 상대의 기를 누르기 위해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펼쳤다.

이들의 기 싸움은 토론회 전부터 시작됐다. 사전에 토론회장을 찾은 한 후보 캠프 관계자는 각각의 후보자들이 어느 방에서 대기하는지 확인하고, 대기실을 먼저 '찜'하는 모습을 보였다. 후보자들 역시 대기실에서 마주 앉는 자리 대신 양 끝자리를 택하는 등 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가자, 서로를 향한 견제구가 오갔다. 신 후보는 "나는 늦게 출마 선언해서 지역을 다 돌지 못했는데, 세 분은 (지역을 다 돌며) 사전 선거 운동한 게 아니냐"며 농 섞인 말을 던졌다. 4자 구도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김 후보에게 날 선 질문이 쏟아지자 이 후보는 "앞서 가는 분은 타깃이 된다, 행복한 고민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팽팽한 긴장감 "음모 있는 것처럼 말해" vs "느낌만 말하면 안 돼"

▲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대표 후보 예비경선토론'에서 김한길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토론회 내내 팽팽히 이어진 긴장감은 후보자 주도권 토론에서 정점을 찍었다.

김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 "민생 정당을 만든다고 했는데, 지난 총선 때 정책위의장을 했고 대통령 선거 때도 정책위의장을 했는데 왜 우리 당은 이제까지 생활밀착형 정당이 되지 못 했냐"며 책임 여부를 따져 물었다. 이에 "수도 없이 정책 얘기를 했지만, 언론이 받지 않았고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에 매몰됐다"고 수비한 이 후보는 "김 후보는 2011년에 당헌에서 '당권은 당원에 있다'는 규정이 없어졌음을 지적하며 (누군가의) 음모가 있는 것처럼 말한다"고 공격했다.

이에 김 후보는 "느낌만 가지고 말하면 안 된다"며 "나는 그렇게 말한 바 없는데 혼자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말하면 (되겠느냐)"고 쏘아붙였다.

김 후보를 향한 견제구는 계속됐다. 이 후보는 '범주류가 대선 패배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에 대해 "당의 못된 폐해가 뭔가 해결이 안 되고 누군가의 책임이 잘 안 보이면 친노 책임이라고 한다, 위험한 발상"이라며 "범주류 구분도, '주류 vs 범주류' 얘기를 가장 많이 한 게 김한길 후보인데 갑자기 이런 구분을 쓰지 말자고 얘기하니 헷갈린다"고 비판했다. 그는 "분열적 프레임으로는 혁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대표 후보 예비경선토론'에서 강기정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6.9 전대 때 뽑힌 지도부가 사퇴해 대선에서 참혹한 결과가 나왔다'는 지적에 강 후보는 "(내가 최고위원이었던) 당시에 사퇴하는 건 실익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김한길 최고위원이 지도부 포함해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고 했고, 새정치 위원회에서 이해찬 사퇴를 말했다"며 "대선을 앞두고 사령부를 없애는 역할을 한 것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후보 개인별 맞춤 질문도 이어졌다. 이 후보는 '정치력 부재'를 문제 삼자 "정책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선동적이게 되고 정치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정책 실현 가능성이 낮다"며 "전문적, 혁신적 리더십은 누구 못지않게 갖고 있다"고 말했다.

'친노 자숙론'에 대해 신 후보는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하는데 어떤 처방을 내릴 것인가가 중요하지 누구의 책임을 따지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김 후보는 '김 후보 캠프에 구 민주계 인사들이 있는데 혁신의 기치와 맞느냐'는 질문에 "내 캠프에는 그런 분들이 없다"며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은 우리가 모실 거목이지만, 이제는 두 분을 뛰어넘는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아야 수권정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정 현안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의견을 표출해 차별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특히, 차기 지도부 중간평가에 대해서 의견이 반반으로 갈렸다. 이 후보와 강 후보는 '자발적인 재신임' 방안을 내놓는 반면, 신 후보와 김 후보는 '지도부 흔들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간 평가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대표 후보 예비경선토론'에서 이용섭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이 후보는 "나 스스로 오는 12월에 혁신 성과에 대한 중간 평가를 받아 혁신의 강한 동력을 확보하겠다"며 "다만 당헌 당규에 중간 평가를 넣는 건 지도부의 안정성을 잃는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후보가 자기 공약으로 제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강 후보는 "이번 전대에서 뽑히는 당 대표의 혁신 방향과 속도가 맞는지 점검하고 가는 시점이 내년 초 정도면 될 것 같다"며 "지도부 교체 방식이 아니라 (당 대표) 스스로 나서 전당원 투표의 성격으로 (대표에 대한) 신임을 묻은 방법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대표 후보 예비경선토론'에서 신계륜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반면, 신 후보는 "10월 보궐 선거에서 당연히 평가가 따를 테고, 그게 중간평가라고 볼 수 있다"며 "정당 역사상 중간 평가를 먼저 공약하고 실천에 옮기는 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여기에 동의를 표한 김 후보는 "잦은 지도부 교체가 민주당을 이 지경까지 오게 한 중요한 원인"이라며 "당이 스스로 정한 임기 2년에 스스로 족쇄를 걸고 평가를 받겠다는 건 당의 리더십에 불안정성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며 반대 뜻을 분명히했다.

대선 패배 책임자의 실명을 거론해 논란이 되고 있는 대선평가위원회 보고서에 대해 김 후보는 "큰 흐름을 수용하는 것으로 족하지, 개개인의 이름을 들어 책임을 묻는다면 당 화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 후보 역시 "어떻게 책임져야 할지 적시하지 않고, 특정인의 책임을 수치화 해서 책임져야 한다는 건 마녀사냥식 평가다, 동의할 수 없다"고, 이 후보도 "하나가 되고 새 출발하는 계기가 돼야 하는데 책임자 발표를 두고 분란이 초래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신 후보는 보고서 발간 시점에 대해 문제제기하며 "이미 시기적으로 매우 늦었다, 온당치 못하다"고 말했다. 

대선 때 공약으로 내세운 '기초의원· 기초 단체장 무공천'에 대해서는 네 후보 모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강 후보는 "전당원 투표제로 결정했으면 좋겠다"고, 이 후보는 "5.4 전대 때 당원 생각을 들어보자"고, 신 후보는 "시간을 두고 얘기해야 한다"고, 김 후보는 "공청회 등을 통해 결론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마이뉴스> 토론회를 통해 첫발을 뗀 당권 레이스는 오는 12일 중앙위원 현장 투표 예비 경선을 통해 후보가 3명으로 압축된다. 이후 13일 부산·경남을 시작으로 27일까지 전국 17개 지역을 돌며 합동 연설회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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