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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입양인은 개보다 못합니다"

[현장] 입양법 긴급공청회 열려...일부 개정 찬성-반대 의견 팽팽

등록|2013.04.11 11:19 수정|2013.04.12 21:36

▲ 국회 입양법 공청회 중 ⓒ 김성수


지난 10일 백재현(경기 광명갑) 민주통합당 의원과 전병헌(서울 동작갑) 의원은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영아유기 방지를 위한 입양법 긴급공청회'를 개최했다.

백재현 의원실은 "현 입양특례법을 놓고 현행 유지측과 재개정 요구측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현실 속에서, 양측 의견을 모두 듣고 개선방안을 모색하고자 이번 공청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백재현 의원은 지난 1월 '입양특례법 일부개정안'을 긴급히 발의했다. 개정안은 청소년 미혼모가 입양에 동의한 경우 아동출생 숙려기간인 1주일이 지나지 않아도 입양동의가 유효하도록 했으며, 청소년 미혼모 출생자의 경우 출생신고가 아닌 입양기관의 장에 의한 가족관계 등록 창설 서류 대체를 가능하게 했다. 또 지난해 8월 입양특례법 시행 이전에 출생신고 없이 입양기관에 맡겨져 있었던 아동들에 대해서는 예외규정을 두어 입양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앞서 지난해 8월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미혼·한부모가 입양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출산한 지 일주일이 지나야 입양을 결정할 수 있는 '입양숙려제'를 도입했다.

또 백 의원은 지난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입양부모, 양육미혼모를 포함한 발표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현행 입양법의 빛과 그림자를 살펴보고 개선방안을 모색할 목적"이라고 공청회 개최 이유를 밝혔다.

"입양인 발표 기회 안 주며 입양법 공청회 할 수 있나?"

이날 공청회 발표자로는 총 5명이 참석했는데, 재개정 찬성측에는 차희제 회장(프로라이프 의사회), 송윤정 변호사(법무법인 마당), 김홍중 집행위원장(입양특례법 재개정 추진위)이, 반대측에는 이한본 변호사(법무법인 정도)와 최형숙 사무국장(민들레회, 입양인 원가족 모임)이 나왔다.

첫 발표자인 차희제 회장은 "원치 않은 아이를 낳기로 마음먹었던 산모도, 출산사실이 자신의 개인기록에 어떻게든지 남아서 평생을 따라 다니게 될 것이라는 부담감 때문에 낙태로 돌아서고 있다"며 "이런 엄연한 현실을 무시한 채 반생명적 법안을 만들어서 준비단계도 없이 무리하게 강행하고 있는 것이 바로 '개정 입양특례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잘못 만들어진 (입양)법으로 단 한 명의 무고한 생명이 희생된다면 그 (입양)법은 당장 바꾸어야 한다"고 백재현 의원이 발의한 입양법 일부개정안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한본 변호사(법무법인 정도)는 백재현 의원이 발의한 '입양특례법 일부개정안'에 대해 반대의사를 밝히며 "어떻게 입양법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하면서, 찬성측은 3명이나 발표자로 선정해 놓고 반대측은 단지 2명만을 발표자로 초청한 것인지... 균형상 전혀 맞지 않다"고 주최측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어 이한본 변호사는 "과연 입양은 촉진되고 권장해야 할 일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뒤 "물론 요보호아동이 일단 발생한 이후에는 아동복지시설에 머물게 하는 것보다는 입양을 우선시할 수도 있다"며 "그렇지만 요보호아동이 되기 이전 단계에 '친생부모, 특히 미혼모가 아동을 입양기관에 맡기도록 유도하고 장려하자'고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입양요건 엄격해 진후 친부모 양육선택 많아져"

이 변호사는 "입양특례법 시행으로 입양 할 때 법원 허가를 거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법 시행 이전보다 입양요건이 엄격해 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입양요건이 엄격해졌기 때문에 쉽게 입양을 선택하지 않게 되어 친생부모가 양육을 선택하는 비율이 많아지게 되었고, 입양 아동의 인권을 조금 더 보호하게 되었는데, 입양이 줄었다는 이유로 입양특례법을 다시 개정해야 한다는 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외에도 이한본 변호사는 백재현 의원이 발의한 입양법 개정안이 "청소년 한부모", "청소년 미혼모"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입양특례법의 원칙을 유지하며 청소년 미혼모를 특별히 보호하는 것처럼 포장돼 있지만,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른 청소년 한부모는 만 24세 이하의 부 또는 모를 의미하고, 입양의 90%가 미혼모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거의 모든 경우 입양특례법 적용을 회피해 입양을 촉진하겠다는 의도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백 의원이 발의한 입양법개정안은 입양인보다는 입양기관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한본 변호사는 "개정안은 입양특례법 시행 이후 입양 의뢰 대신 영아유기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입양이 줄어드는 만큼 친생부모의 양육이 늘어나고 있다면 입양특례법이 악영향을 끼쳤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고 밝혔다.

출생등록은 애완견도 필수인데...

이어 이한본 변호사는 "아동출생등록은 아동인권의 차원에서 아동의 비밀입양, 아동매매 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 절대 필요하다"고 강변했다. 그리고 출생신고제를 출생등록제로 바꿔야 할 필요성이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입양신고제도조차 부정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아동의 인권을 조금이라도 고려한다면, 출생등록제도 아닌 출생신고제를 부정하면서까지 아동입양을 더욱 촉진하자는 주장을 하는 이 법안이 과연 누구 이익을 위해 마련되었는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최 측에 물었다.

▲ "어떻게 입양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입양인들에게는 발표할 기회조차 주지 않으며 주최측은 입양법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 할 수 있느냐?"며 항의하는 미국 입양인 섀넌 ⓒ 김성수

세 번째 발표자로 나선 송윤정 변호사(법무법인 마당)는 "현 상황에서 미혼모들에게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구, 호적)에 아이를 무조건 자녀로 올리게 하고, 그 이후에 입양을 위한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미혼모의 현실과 국민정서 또는 인식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처사에 불과하다"며 "단지 어른들이 이상적인 세상을 꿈꾸며 만든 법 때문에 아이들은 이 세상에서 살 권리조차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입양특례법은 조속한 시일 내에 재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 번째 발표자인 최형숙(입양인 원가족모임 민들레회) 사무국장은 "입양특례법의 주인은 누구이며 누구를 위한 법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친부모가 키우려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는 이 현실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며 "입양특례법은 돌아온 해외입양인 들과 미혼모 당사자들 그리고 아이를 입양 보낸 친생가족들이 그들을 도와주고 있는 많은 단체들의 도움으로 개정을 하였다"고 말했다.

이어 "개정된 입양특례법의 주인은 바로 입양인과 그들의 친생가족 그리고 미혼모 당사자들"이라며 "출생신고는 부모가 자식에게 해주어야할 의무이며 아이들에게는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했다.

마지막 발표자인 김홍중(입양특례법 재개정 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은 "현재 한국의 입양특례법은 선진국을 모방한 것이지만 현실과 괴리되어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현재 입양특례법은 미혼모들이 영아유기를 하든, 입양허가제로 입양이 까다로워 많은 아이들이 시설에서 방치되어 있는 등의 현실에 대한 고려를 전혀 하지 않고 선진국형 모범답안만 가져온 결과가 지금의 사태를 일으킨 것이기 때문에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회의원회관 공청회장을 찾은 미국 입양인 섀넌 하이트씨를 비롯해 다수 해외입양인들은 "어떻게 입양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입양인들에게는 발표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입양법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 할 수 있느냐?"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입양인들의 이런 지적에 대해 백재현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공청회를 준비하는 과정에 복지부 공무원들과 제대로 의사소통이 안 되어서 의도하지 않게 그렇게 되었다"며 "향후 입양법 개정관련 토론회나 논의를 할 때는 꼭 당사자인 국내외 입양인들을 포함시키고 입양법 개정안에 대한 찬반론 발표자 비율도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균형을 맞추겠다"고 답했다.

▲ “이 개는 진돗개이며 천연기념물 제53호다. 그러나 나는 국가가 버린 해외입양인이며 국가의 수치다.“ 라고 쓴 피켓을 들고 국회에서 시위중인 해외입양인모임 대표 제인 정 트렌카 ⓒ 김성수


한편, 공청회가 진행되는 동안 국회 정문에서는 미국입양인이자 해외입양인모임 대표인 제인 정 트랜카씨가 다음과 같은 두 개의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서울시에서는 개를 유기하지 않도록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데, 아기는 출생신고 없이 유기해도 되는가? 우리사회의 우선순위는 대체 뭔가?"
"이 개는 진돗개이며 천연기념물 제53호다. 그러나 나는 국가가 버린 해외입양인이며 국가의 수치다."

기자는 제인 정씨에게 국회에서 입양법 공청회가 진행 되는 가운데 국회 앞에서 이러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제인 정씨는 이렇게 답변했다.

"한국에서 입양인은 개보다 못합니다. 서울시에서는 개가 유기되지 않도록 출생등록을 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입양을 쉽게 보내기 위해서 출생등록을 하지 못하게 합니다. 한국사회에서는 개가 아기보다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키우고 있는 이 진돗개는 천연기념물 53호로 한국정부에 등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출생등록도 못하고, 생후 6개월 후, 한국정부는 저를 미국에다 갔다 버렸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인간이 개보다 못하게 대우 받고 있습니다. 한국정부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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