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물계의 왕자, 참두릅 너였구나
확실한 노후보험...20년 가꾼 천주산 야생 두릅농원
▲ 창원시 소계동 877번지에 위치한 천주산 두릅농원에서 두릅을 따는 농부 이운식(79세)씨의 손길이 바쁘다. ⓒ 심명남
본격적인 봄 농사를 준비하는 청명(淸明·4월 5일)이 훌쩍 지난 4월이지만 서울에선 눈이 오고 전방에는 아직도 영하로 기온이 뚝 떨어졌다.
연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위협으로 북풍한설(北風寒雪)이 몰아친다. 세월이 하수상하여 전쟁의 먹구름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요즘 연상되는 딱 한 마디는 바로 이것.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
봄을 시샘하는 때늦은 꽃샘추위가 남도에도 기승을 부린다. 겨울을 이겨내고 봄이 되면 누구나 몸이 나른 거린다. 때문에 봄은 입맛을 잃기 쉬운 계절이다. 그 이유는 우리 몸이 겨우내 추위에 소모된 비타민이 부족하기 때문이란다.
봄나물 산채의 왕자, 참두릅 납시오!
▲ 경남 창원에 위치한 천주산에 진달래가 흠뻑 피어나 온산에 향기가 가득하다. ⓒ 심명남
봄철 우리 몸에 좋은 것은 무엇일꼬. 보약 좀 없을까? 그를 찾아 며칠 전 경남 창원에 위치한 천주산 400고지 기슭을 다녀왔다. 그곳에는 진달래 향기를 머금고 자란 봄나물이 푸릇푸릇 피어나고 있었다.
봄나물 중 '산채의 왕자'라 불리는 나물이 있다. 바로 '두릅'이다. 전문가들은 맛은 둘째 치고 효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봄철에 놓쳐서는 안 될 건강식품으로 단연 두릅을 꼽는다.
두릅은 맛과 향이 으뜸이다. 그 효능은 당뇨병, 신경쇠약, 관절염에 뛰어나다. 여성들에게는 생리통, 변비, 빈혈에 좋은 식품이다. 그래서 두릅 첫순은 최고의 품질로 여긴다.
두릅 새순에는 영양소가 많다. 단백질, 비타민이 풍부하고 섬유질 함량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인삼의 주요성분인 사포닌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혈액순환과 피로회복에도 좋다. 두릅 순을 살짝 대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이유는 비타민의 파괴를 막기 위함이다. 봄철에 두릅을 먹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북한 <동의학 사전>에는 '맛은 맵고 성질을 평온하여 독이 약간 있다. 두릅은 기와 신을 보호하고 정을 주며 정신을 안정시킨다. 풍을 없애고 혈을 잘 돌게 한다'고 전한다.
▲ 맛과 향이 뛰어난 천주산 두릅은 봄철 입맛을 돋구어 혈액순환과 피로회복에 좋다. ⓒ 심명남
온 몸에 가시 달린 나무줄기에 하늘을 향해 피어난 두릅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피어나는 곳. 천주산 등산로를 따라 석불암을 10분쯤 지나니 두릅농원이 펼쳐진다. 창원시 소계동 877번지에 위치한 천주산 두릅농원에 두릅을 따는 농부 이운식(79·소계동)씨의 손길이 바쁘다. 그는 전국을 다니며 산에서 캔 두릅나무를 옮겨 심은 지 20여 년 만에 약 1만여 평의 두릅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또 매실과 토종꿀 한봉도 병행하고 있다.
그가 전한 두릅의 종류는 참두릅과 개두릅이 있다. 진짜배기는 참두릅이다. 두릅 구별법은 개량종은 가시가 없지만 토종 자연산은 가시가 많은 편이다. 남부지방과 중부지방은 지리적으로 기후가 다르기 때문에 수확시기도 약간 차이가 난다. 이곳 남쪽에는 4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가 두릅수확의 절정이다. 4월 말까지는 새순이라 일컫는 '원순'이 나오고 그 뒤부터는 두분두릅(원순을 따고 나면 두 번째 나는 새순)으로 갈린다.
두분두릅은 원순 가격의 절반이다. 참두릅 가격은 1kg당 3만 원을 호가했으나 최근 2만 원~2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들 노부부가 소일거리로 봄철에 바짝 올린 수확량은 약 1000만 원에 육박한다.
샷시업을 하다 농사에 눈을 돌린 이씨는 처음 야산에다 밤나무와 감나무를 심었다. 그런데 산중턱이다 보니 유실수에 들어가는 거름과 인력난으로 애를 먹었다. 이후 배수가 잘되고 돌밭에서 잘 자라는 야생두릅의 특성을 착안해 야산에 두릅 모종을 심었다. 두릅나무는 한번 심어놓으면 거름을 줄 필요가 없다. 또 두릅을 따는데 부피와 무게가 적어 많은 인력이 필요치 않아 수확이 수월하다. 이씨 할아버지의 말이다.
"두릅 농사 참 쉬워 애. 야산에 농사를 지으니 다른 과일은 무거워 5만 원어치도 못 지고 가는데 두릅은 가볍다보니 이나이에도 100만 원어치도 더 지고 가는 기라."
▲ 봄나물 중 '산채의 왕자'라 불리는 '두릅'은 봄철에 놓쳐서는 안 될 건강식품이다 ⓒ 심명남
늘그막 한 나이에 두릅 농사는 이들 노부부의 확실한 노후보험이다. 두릅을 따는 이 씨 할아버지의 주름진 얼굴에 햇살이 피어난다.
오늘 저녁 식탁에는 몸에 좋은 두릅나물 어떨까.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전라도뉴스> <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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