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영업한 웨딩홀... "결혼식이 악몽됐다"
사용 승인 없이 영업한 천안아산역사 내 웨딩홀, 폐쇄 조치
▲ 지난 6일 KTX 천안아산역사내에 있는 웨딩홀. 곳곳이 공사 중이다. ⓒ 제보사진
"일생 한 번 뿐인 결혼식, 악몽이 됐어요."
지난 6일 KTX 천안아산역사 내에 있는 웨딩홀에서 식을 올린 신부 A씨는 분통을 터트렸다. A씨를 비롯 모두 네 쌍의 신랑신부가 이날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이 웨딩홀은 처음으로 손님을 맞았지만, 사실 사용 승인조차 받지 않은 상태였다.
A씨는 지난 1월에 계약을 마쳤다. 하지만 결혼식 일주일 전 방문한 웨딩홀은 공사판이었다. A씨는 "업체 측에 '결혼식이 가능하겠냐'고 물었지만 '무조건 된다'는 답변만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결혼식 전날까지 웨딩홀은 훵한 빈공간이 대부분이었고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업체 측은 혼주와 가족들이 제시한 각서에 서명했다. 화장실과 신부대기실·폐백실·조명 등 주요시설을 갖추는 것을 조건으로 예식비용은 계약금액의 40%, 식대는 1인 당 1만 원을 지불하기로 했다. 만약 주요시설이 갖추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을 하기로 했다. 급한 대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화장실도 없었고, 폐백실도 준비가 안 돼 있어요. 조명·영상 같은 것도 제대로 준비가 안 돼 있고요. 난방기구도 없어 하객들은 덜덜 떨어야 했어요. 신부대기실도 따로 없어 드레스 룸을 썼어요."
A씨의 하소연은 이어진다.
"원래 정오부터 오후 1시 반까지 2개의 웨딩홀에서 각각 두 쌍씩 식을 올리기로 했는데 한 홀을 네 쌍이 썼어요. 제가 마지막으로 식을 올렸는데 예정시각보다 1시간이나 넘게 식이 지연됐어요."
법적 절차 거치지 않은 상태서 손님 받아 '불법 영업'
▲ 지난 6일 KTX 천안아산역사내에 있는 웨딩홀 음식이 비어있다. ⓒ 제보사진
▲ 지난 6일 KTX 천안아산역사내에 있는 웨딩홀. 공사자재와 음식물이 뒤섞어 있다. ⓒ 제보사진
음식에 대한 불만의 소리도 컸다.
"주방이 따로 없어요. 시멘트 바닥에 카페트를 깔았는데 먼지가 풀풀 날리고... 타일도 붙이다 말아서 커튼으로 가려놓고... 그릇을 씻을 사람이 없었는지 수저·포크조차도 없더군요."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시공업자·웨딩홀 측은 웨딩홀 공사를 위한 설계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관할 지자체인 아산시는 지난 10일 아산경찰서에 이들을 고발조치했다. 아산시는 또 해당업체에 공사 중지 및 사용중지를 명령을 내린 상태다. 이밖에도 예식과정에서 신고 없이 음식을 조리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웨딩홀업체 관계자는 11일 "사전계약을 맺은 상태라 책임을 다하기 위해 밤을 새워 공사하는 등 최선을 다했지만, 완벽하게 준비가 안됐다"며 "결국 예식비 등 음식 값을 받지 않기로 해 많은 손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수선한 상황이 정리되면 신랑신부 및 하객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약간의 위로금도 지급하겠다"고 덧붙였다.
해당 웨딩홀은 아산시의 공사 중지 및 사용 중지 명령에 따라 폐쇄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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