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마!"...강남대로 한복판에 퍼진 절규
강남 노점상 강제 철거 현장... 강남구 "민원 많고 노점 늘어나서 단속"
[기사수정 : 13일 오후 4시 30분]
"오지 마! 오지 말라고!"
지난 10일 오후 3시께 강남 한복판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한 아줌마가 뜨거운 어묵국물을 들고 누군가에게 다가오지 말라며 소리쳤다. 그의 주변으론 '가로정비'라고 적힌 조끼를 입은 젊고 건장한 남성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이거라도 해서 먹고 살려고 하는데! 니들이 양심이 있으면 또 이러면 안 되지, 오지 마! 오지 말라고 했어!"
아줌마가 어묵국물을 뿌리려고 하자, 덩치 큰 젊은 청년들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며 타이밍을 노렸다. 물러서는 것도 잠시, 어디선가 '가로정비' 조끼를 입은 용역직원들이 몰려들어 아주머니를 순식간에 둘러쌌다. 한 청년이 국자를 든 아주머니의 손을 붙잡아 국자를 빼앗자 다른 청년들은 판자를 엎으려고 달려들었다. 용역직원들이 힘을 모아 노점상 판자를 잡아끌자, 판자는 힘없이 끌려갔고, 국자를 뺏긴 아줌마는 남아있던 고춧가루를 들고 그들에게 뿌렸다.
노점상을 지키기 위해 아줌마는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그 길을 지나는 사람들 대다수는 '왜 저럴까'라는 싸늘한 시선만 던질 뿐이었다. 그 순간, 길을 지나가던 한 중년 여성의 날카로운 한 마디가 귀를 때렸다.
"미친X 아니야 저거."
강남에서는 지난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라는 국제적인 행사를 앞둔 시점부터 노점상 단속을 강화해왔다. 국제적인 행사를 빌미로, 또는 도시의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수많은 노점이 철거됐다. 그 과정에 대부분 용역직원들이 동원됐으며 그들의 철거 현장엔 욕설과 폭행이 난무했다.
이날도 용역직원들과 이를 막는 상인들의 몸싸움이 1시간 넘게 계속되었고, 용역직원들의 입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욕설이 터져 나왔다. 용역직원 중에는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듯 앳된 얼굴들도 많았다.
강남구청 "노점상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용역직원과 상인들의 싸움이 일단락되자, 시민들을 향한 한 노점 상인의 간곡한 호소가 마이크를 타고 울려 퍼졌다.
"돈 많은 강남구청에서 지금 어렵게 사는 사람들 죽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강남구는 정말 있는 자만이 살아야 된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의 1%가 살 수 있는 그런 도시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말 어불성설입니다."
마이크를 잡은 A씨에 따르면 지금까지 22개 노점상 중 6개가 철거됐다고 한다. 그는 "장사를 한 지 20여년 됐고, 3~4년 전부터 단속을 해서 허가가 난 박스를 가지고 골목에서 장사를 했었다"며 "그런데, 장사가 안 돼서 1~2년 전부터 다시 내려와서 장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지금 구청에선 미관상 보기 안 좋다고 철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오늘은 행정대집행 없이 갑자기 들이닥친 거다, 강남구가 재원이 많아서 그런지 용역을 많이 산 것 같다"며 "오늘도 몇 사람이 다쳤다, 손도 찢어지고 한 사람은 머리도 찢어지고 팔도 비틀리고... 20명씩 3팀 정도 왔으니까, 60명 정도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강제철거 관련 강남구청 건설관리과 팀장은 12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예전부터 강남대로 통행에 문제가 있어 정비를 해야 했고 그곳 노점상들은 생계형이 아니라 한 사람이 3~4개의 노점을 (알바를 써가며)관리하는 타로노점이 많아서 문제가 크다"면서 "주변에서 민원이 엄청 들어오고 최근에 노점상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특별단속을 시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용역은 계약입찰을 통해 경비업체로 등록된 업체를 쓰고, 사람들을 쓸 때는 회사에서 사전교육도 한다"며 "노점상 철거에는 용역업체뿐만이 아니라 공무원도 함께 나서고 있고 정당한 공무집행이 되려면 단속하러 나왔을 때 (노점상이)물러서야 되는데, 단체로 나와 행동하니까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원래 사전에 협의를 다 거쳐 행정대집행이 내려지고 계고장을 보낸 후에 철거에 나선다"면서 "그러나 행정대집행 없이도 '도로법 65조'에 따라 항시 반복되는 도로점거에는 '즉시강제철거'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노점상 자리 꿰찬 돌화분
강남구가 이렇듯 도시 미관에 신경을 쓰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지난해 세계적으로 큰 열풍을 불러일으킨 '강남스타일' 때문이다.
지난 2월 18일 강남구는 구청 홈페이지에 '강남구, 선진시민의식 정착운동 마무리에 총력!'이란 보도자료를 올렸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강남구는 '강남스타일' 열풍으로 인해 국제도시로 거듭난 강남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불법무질서 추방과제를 선정하여 올해 안에 불법과 무질서를 뿌리 뽑겠다고 밝혔다.
강남구가 제시한 5대 불법무질서 추방과제는 ▲불법 광고물 추방 ▲불법 노점상과 쓰레기 무단투기 근절 ▲불법주정차 근절 ▲불법건축물 일소 ▲불법퇴폐업소 철퇴 등이다.
특히 노점에 관하여 "신발생 노점, 고질적 민원을 발생시키는 노점, 영업 후에도 도로상에 방치하여 도시미관을 해치는 노점을 특별 정비 대상으로 하여 불법 노점상에 대한 정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다수 노점들이 있던 자리는 이미 지난 2012년부터 돌화분과 의자가 차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강남구청 민원실 담당 직원은 "노점이 재발을 못하게 화분과 의자를 설치해놓은 것"이라며 "특별한 민원이 제기된 적이 없고 미관상 더 좋아졌다"고 밝혔다.
▲ 노점상 아주머니가 용역직원들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소리치고 있다. ⓒ 김아나
"오지 마! 오지 말라고!"
지난 10일 오후 3시께 강남 한복판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한 아줌마가 뜨거운 어묵국물을 들고 누군가에게 다가오지 말라며 소리쳤다. 그의 주변으론 '가로정비'라고 적힌 조끼를 입은 젊고 건장한 남성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이거라도 해서 먹고 살려고 하는데! 니들이 양심이 있으면 또 이러면 안 되지, 오지 마! 오지 말라고 했어!"
아줌마가 어묵국물을 뿌리려고 하자, 덩치 큰 젊은 청년들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며 타이밍을 노렸다. 물러서는 것도 잠시, 어디선가 '가로정비' 조끼를 입은 용역직원들이 몰려들어 아주머니를 순식간에 둘러쌌다. 한 청년이 국자를 든 아주머니의 손을 붙잡아 국자를 빼앗자 다른 청년들은 판자를 엎으려고 달려들었다. 용역직원들이 힘을 모아 노점상 판자를 잡아끌자, 판자는 힘없이 끌려갔고, 국자를 뺏긴 아줌마는 남아있던 고춧가루를 들고 그들에게 뿌렸다.
▲ 노점상을 쓰러뜨리기 위해 용역직원들이 힘을 쓰고 있다. ⓒ 김아나
▲ 용역직원들이 노점 매대를 끌어가자 아주머니가 남아있던 고춧가루를 그들에게 뿌리고 있다. ⓒ 김아나
노점상을 지키기 위해 아줌마는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그 길을 지나는 사람들 대다수는 '왜 저럴까'라는 싸늘한 시선만 던질 뿐이었다. 그 순간, 길을 지나가던 한 중년 여성의 날카로운 한 마디가 귀를 때렸다.
"미친X 아니야 저거."
강남에서는 지난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라는 국제적인 행사를 앞둔 시점부터 노점상 단속을 강화해왔다. 국제적인 행사를 빌미로, 또는 도시의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수많은 노점이 철거됐다. 그 과정에 대부분 용역직원들이 동원됐으며 그들의 철거 현장엔 욕설과 폭행이 난무했다.
이날도 용역직원들과 이를 막는 상인들의 몸싸움이 1시간 넘게 계속되었고, 용역직원들의 입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욕설이 터져 나왔다. 용역직원 중에는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듯 앳된 얼굴들도 많았다.
강남구청 "노점상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 용역들이 돌아간 자리에 쓰러진 노점판과 그 주위로 떡볶이와 어묵이 널부러져 있다. ⓒ 김아나
용역직원과 상인들의 싸움이 일단락되자, 시민들을 향한 한 노점 상인의 간곡한 호소가 마이크를 타고 울려 퍼졌다.
"돈 많은 강남구청에서 지금 어렵게 사는 사람들 죽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강남구는 정말 있는 자만이 살아야 된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의 1%가 살 수 있는 그런 도시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말 어불성설입니다."
마이크를 잡은 A씨에 따르면 지금까지 22개 노점상 중 6개가 철거됐다고 한다. 그는 "장사를 한 지 20여년 됐고, 3~4년 전부터 단속을 해서 허가가 난 박스를 가지고 골목에서 장사를 했었다"며 "그런데, 장사가 안 돼서 1~2년 전부터 다시 내려와서 장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지금 구청에선 미관상 보기 안 좋다고 철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오늘은 행정대집행 없이 갑자기 들이닥친 거다, 강남구가 재원이 많아서 그런지 용역을 많이 산 것 같다"며 "오늘도 몇 사람이 다쳤다, 손도 찢어지고 한 사람은 머리도 찢어지고 팔도 비틀리고... 20명씩 3팀 정도 왔으니까, 60명 정도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강제철거 관련 강남구청 건설관리과 팀장은 12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예전부터 강남대로 통행에 문제가 있어 정비를 해야 했고 그곳 노점상들은 생계형이 아니라 한 사람이 3~4개의 노점을 (알바를 써가며)관리하는 타로노점이 많아서 문제가 크다"면서 "주변에서 민원이 엄청 들어오고 최근에 노점상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특별단속을 시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용역은 계약입찰을 통해 경비업체로 등록된 업체를 쓰고, 사람들을 쓸 때는 회사에서 사전교육도 한다"며 "노점상 철거에는 용역업체뿐만이 아니라 공무원도 함께 나서고 있고 정당한 공무집행이 되려면 단속하러 나왔을 때 (노점상이)물러서야 되는데, 단체로 나와 행동하니까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원래 사전에 협의를 다 거쳐 행정대집행이 내려지고 계고장을 보낸 후에 철거에 나선다"면서 "그러나 행정대집행 없이도 '도로법 65조'에 따라 항시 반복되는 도로점거에는 '즉시강제철거'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노점상 자리 꿰찬 돌화분
강남구가 이렇듯 도시 미관에 신경을 쓰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지난해 세계적으로 큰 열풍을 불러일으킨 '강남스타일' 때문이다.
지난 2월 18일 강남구는 구청 홈페이지에 '강남구, 선진시민의식 정착운동 마무리에 총력!'이란 보도자료를 올렸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강남구는 '강남스타일' 열풍으로 인해 국제도시로 거듭난 강남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불법무질서 추방과제를 선정하여 올해 안에 불법과 무질서를 뿌리 뽑겠다고 밝혔다.
강남구가 제시한 5대 불법무질서 추방과제는 ▲불법 광고물 추방 ▲불법 노점상과 쓰레기 무단투기 근절 ▲불법주정차 근절 ▲불법건축물 일소 ▲불법퇴폐업소 철퇴 등이다.
특히 노점에 관하여 "신발생 노점, 고질적 민원을 발생시키는 노점, 영업 후에도 도로상에 방치하여 도시미관을 해치는 노점을 특별 정비 대상으로 하여 불법 노점상에 대한 정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다수 노점들이 있던 자리는 이미 지난 2012년부터 돌화분과 의자가 차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강남구청 민원실 담당 직원은 "노점이 재발을 못하게 화분과 의자를 설치해놓은 것"이라며 "특별한 민원이 제기된 적이 없고 미관상 더 좋아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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