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홍준표 도지사의 선택이 잘못된 3가지 이유

[주장] 진주의료원 폐업의 근거에 답한다

등록|2013.04.13 12:47 수정|2013.04.13 12:48

▲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관련 내용을 담은 조례 개정안을 경남도의회에 제출한 가운데, 소관 상임위원회인 경남도의회 문화복지위는 12일 전체 회의를 열어 심의할 예정이었다. 사진은 경남도의회 현관 앞에 경찰과 경찰버스가 배치되어 있는 모습. ⓒ 윤성효


진주의료원은 서부 경남지역의 유일한 지방의료원이다. 103년의 역사를 가졌고, 지금까지 매년 연인원 20만 명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진주의료원은 보호자 없는 병동, 장애인 치과 및 산부인과 운영, 지역응급의료센터 운영, 호스피스 센터 운영 등 진료서비스 이외에도 다양한 공공보건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그런데 취임한 지 두 달이 조금 넘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이런 진주의료원을 없애겠다고 나섰다. 힘 없고, 돈 없는 환자들이 살려달라고 호소해도 무시한다.

전국의 시민사회 및 노동단체와 정치권, 심지어는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까지 말려도 제대로 듣지 않는다. 홍지사의 소속 당인 새누리당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주문을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경상남도는 꿋꿋이 폐업 과정을 밟아나가고 있다. 경상남도는 우리나라 안에 있는 독립 공화국, '홍준표 공화국'이 된 듯하다.

진주의료원 폐업은 가뜩이나 취약한 우리나라 공공의료를 더욱 위축시킴으로써 보건의료체계의 이윤 추구적인 경향을 강화할 것이다. 의료민영화를 강화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진주의료원 폐업 이슈는 중소도시인 진주시를 벗어나서 전국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하여 경상남도가 제시한 폐업 근거의 부당성이 지적되었다. 그들의 근거 속에서 진주의료원이 폐업돼서는 안되는 이유를 찾아보자.

① 진주의료원의 적자와 부채가 과도하다?

첫 번째 그들이 제시했던 근거는 '진주의료원의 적자와 부채가 과도하여 파산이 임박했다'는 것이다. 2011년 전국 지방의료원 경영현황을 보면, 기관 당 평균 적자는 19억 원이다. 진주의료원과 같이 300병상이 넘는 지방의료원들의 평균 적자는 이보다 두 배가 조금 넘는 40억 원에 해당한다. 전체 지방의료원의 65%가 100억 원 이상의 부채를 가지고 있고 300병 상 이상을 운영하는 지방의료원들의 평균 부채는 261억 원에 해당한다.

2011년 당시 진주의료원의 적자와 부채는 각각 63억 원, 253억 원이었다. 결코 폐업을 할 만큼 재앙적인 수준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진주의료원의 부채와 적자는 신축이전 이후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신축이전에 필요한 자금, 이전 이후의 장비 확충과 운영비 조달에 필요한 자금들을 진주의료원이 지역개발기금을 차입하는 방식으로 조달했기 때문이다.

또한, 2008년 신축이전한 진주의료원 부지는 진주시의 동쪽 끝 변두리로서 환자들의 접근성이 최악인 곳이었다. 당연히 환자가 줄었고, 의료수익도 줄었다. 신축이전 그 자체가 진주의료원의 적자와 부채를 가중시킨 핵심요인이었고, 이를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은 경상남도였다.

경상남도의 의사결정에 의해서 급증한 적자와 부채 때문에 지역주민들을 위한 공공병원을 폐원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더군다나 공공병원이 공공병원으로서의 위상을 제고하는 과정에서는 생긴 건전한 적자와 부채인데, 그를 근거로 공공병원을 폐업한다는 것은 정당성을 얻기 힘들다.

▲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관련 내용을 담은 조례 개정안을 경남도의회에 제출한 가운데, 소관 상임위원회인 경남도의회 문화복지위는 12일 전체 회의를 열어 심의할 예정이었다. 사진은 경남도의회 앞에 진주의료원 직원 등 시민들이 앉아 집회를 벌이고 있는 모습. ⓒ 윤성효


② 진주시는 병상과인지역이다?

두 번째 폐업 근거는, '진주시는 병상과잉지역이므로 진주의료원 폐업이 공공의료를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며,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전면 개정안에 따라서 민간병원이 공공보건의료를 할 수 있으므로 더더욱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단위 인구 당 급성기 병상(외래와 장기요양병상을 제외한 모든 병상)은 최고 수준이다. 이 중 90%는 민간부문의 병상이며,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문제 대부분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운영되는 민간부문의 과잉으로 인하여 발생한다.

공공병원은 이와 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공공의료가 너무 취약하기 때문에 공공병원들이 제대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전면 개정안은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하여 민간병원들이 공공보건의료를 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만들어 준 것이다. 경상남도처럼 공공병원 폐원의 근거로 활용하라고 만든 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공병원은 지역 간, 분야 간, 계층 간의 의료서비스 이용의 불평등 해결 등 공공보건의료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병원이다. 진주의료원도 마찬가지이다. 진주시에 아무리 병원이 많아도 이들 병원이 공공보건의료를 위해 설립된 것은 아니다.

민간병원들이 많기 때문에 필수공공의료 역할(적정진료, 의료안전망 역할 등)에 공백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이는 지나친 낙관이거나 불순한 의도에 기반한 억지이다.

역설적이게도 이윤추구적인 민간병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만큼 공공병원의 필요성은 더 커진다. 공공보건의료를 제공하는 민간병원이 많아진다면 이는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이는 취약한 공공의료를 보완한다는 데서만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③ 강성노조의 해방구이다?

세 번째 근거는 '강성노조의 해방구이기 때문에 더 이상 진주의료원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앞의 두 근거가 더 이상 통하지 않자 마지막 카드로 제시한 근거이다. 최근 홍준표 지사도 언급하였듯이, 이 카드는 뜬금없이 나온 것이 아니라 애초에 제시하였던 근거가 통하지 않으면 제시하려고 했던 히든 카드였던 셈이다.

대부분 여성으로 구성된 진주의료원 노조가 과연 강성노조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6년간 임금동결, 6개월치 임금체불 상황에서도 업무를 수행해 왔고, 인원축소, 신규채용 억제, 연차수당 반납 등의 구조조정에 합의한 노조가 강성노조라면, 그런 강성노조를 두려월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병원 안에는 의사를 포함한 의료인력과 환자들이 있다.

그러나 경상남도는 환자들을 내보내고, 공중보건의를 제외한 의사들을 나가게 했다. 지금 진주의료원 안에는 노조 밖에 없다. 진주의료원을 노조가 장악하려고 장악한 것이 아니라, 경상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을 추진하면서 노조만 병원에 남게 한 것이다. 백 번 양보해서 진주의료원 노조가 문제가 있다고 하자. 과연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공공병원 폐업 밖에 없단 말인가?

위에서 살펴보듯이 경상남도가 제시한 진주의료원 폐업의 근거는 모두 잘못됐다. 폐업의 근거가 잘못되었으니 폐업을 철회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홍지사는 다음 주에 진주의료원 폐업 이후에 서부경남 지역에 시행할 공공의료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한다.

홍지사와 경상남도가 합리적 이성을 가지고 있다면 어느 시점에 폐업을 철회할 것이라는 자조 섞인 평가들도 이제는 잦아들고 있다. 폐업 철회와 관련해서 홍지사에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다 한 것 같다.

그러나 아직 박근혜 대통령은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다. 자신의 공약을 거짓말로 만들고 있는데,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경상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입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