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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의 일생과 사람의 일생

등록|2013.04.14 11:16 수정|2013.04.14 11:16
흙이 어머니이다  

4월 12일, 꼭지윤노리를 심기 위해 정원의 땅을 파다가 몇 번을 놀랐습니다.  

곡괭이로 흙을 헤집어 놓으면 흙속에는 곧 땅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 생명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땅위에서는 보이지 않던 굵직한 뿌리들이 땅 곳곳에 뻗어있고 더덕이나 도라지 같은 뿌리들이 아직 땅밖으로 내밀지 못한 새순을 달고 있습니다.

▲ 표면으로부터 한 치 아래의 땅속도 하루빨리 움을 내기위해 부산한 뿌리의 정중동(靜中動) 기운으로 가득합니다. ⓒ 이안수


식물뿐만 아니라 각종 곤충의 유충들도 땅속에서 성충의 시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뒤집은 흙 위에 허옇게 몸을 드러낸 이들을 지켜보면서 땅속에 삽을 넣기가 두려웠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이렇다면 눈에 보이지 않은 생명들은 얼마나 될지 짐작조차 어렵습니다. 

흙은 모든 것의 어머니이고 결국 되돌아갈 영원한 쉼터입니다.  흙의 건강성을 지켜내는 일이야말로 내 몸을 지키는 것만큼이나 중한 일입니다.     

굼벵이의 털 하나도 이유가 있다 

네 곳에 꼭지윤노리 묘목을 심는 동안 몇 마리의 굼벵이가 흙 밖으로 나뒹굴었습니다. 

일부는 흙으로 다시 덮어주었고, 묘목에 복토를 위해 흙을 파다가 나온 녀석은 그대로 두고 다른 곳의 흙을 팠습니다. 

놀라 까무러친 듯 한 이 녀석은 5분쯤 뒤에 보니 다행히 털이 숭숭 난 몸을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 이 땅속 유충을 들여다보면 온 몸에 털이 숭숭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두운 땅속 부드러운 굼벵이 피부에 털이라니……. ⓒ 이안수


다시 10분쯤 뒤에 보니 흙속으로 몸을 반쯤 숨겼고 30분쯤이 지나서는 다시 흙속으로 사라졌습니다.

▲ 굼벵이의 느린 움직임으로도 이렇듯 땅을 파는 재주가 있습니다. ⓒ 이안수


▲ 마침내 굼벵이는 다시 제 힘만으로 땅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앞으로 이 땅속 생활을 몇 년이나 지속해야할지, 그리고 저 같은 천적은 다시 만나지 않을지……. ⓒ 이안수


지난여름에 시원스럽게 울어 여름의 정취를 선물했던 그 매미는 종류에 따라 2년에서 17년까지 이렇듯 땅속에서 나무뿌리의 수액을 빨아먹으며 우화의 날을 기다립니다. 

그 긴 유충의 기다림 뒤에 성충으로 사는 것은 한 달 남짓. 짝을 찾는 울음을 운 결과로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합니다.

▲ 땅속 굼벵이의 모습과 긴 기다림을 아는 이는 이 매미의 날개가 천사의 그것만큼이나 감탄스러워 보입니다. ⓒ 이안수


참매미는 알 상태로 한 해를 나고 다음 해 7월쯤에 부화를 합니다. 애벌레는 땅위로 내려와 부드러운 흙을 파고 땅속으로 들어갑니다. 긴 유충 생활의 시작이지요.

일령 애벌레는 흙으로 들어가기 전 잠시 땅 위에서 걸어 다녀야 하므로 더듬이와 다리가 발달하고 명암을 느끼는 안점이 생깁니다. 2-3개월 뒤 허물을 벗고 이령이 된 애벌레의 몸과 다리에 털이 납니다. 이 숭숭한 털은 감각털(sensory hair, 感覺毛)이라고 합니다. 땅속 어둠속에서 몸 주위의 환경변화를 감지하는 역할을 하지요. 이렇듯 땅속 애벌레의 털 하나도 이유 없이 존재하지 않은 것입니다.

우화등선(羽化登仙)

저의 삽날을 피했다고 해서 성충이 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긴 땅속 생활에서 살아남아 다시 땅 밖으로 나오는 존재는 얼마나 될까요?

천적들을 피한 그 소수만이 땅밖으로 나와 나무 가지에 앞발의 발톱으로 매달려 힘을 주고 등의 허물이 갈라지면서 우화를 시작합니다.

▲ 우화한 매미의 허물. 단단한 발톱의 갈고리가 우화과정의 온몸을 지탱할 수 있게 해줍니다. ⓒ 이안수


마침내 날개가 펴지고 하늘을 날아오름으로서 땅속의 긴 기다림이 완성됩니다.

▲ 우화를 끝내고 젖은 날개를 말린 다음 활짝 펼쳐 하늘로 날아오를 때의 그 첫 비행의 쾌감은 만약 이 매미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신선이 된 듯하구나!" ⓒ 이안수


소동파가 전적벽부(前赤壁賦)에서 노래한 우화등선(羽化登仙 ; 몸에 날개가 돋쳐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는 것)은 동파가 적벽의 배위에서 시와 풍경 그리고 몇 잔의 술로 바로 이 땅속 기다림 같은 현실의 삶을 떠나 선계에 드는 순간을 맞았을 것입니다.

▲ 비상을 하기위해서는 앞서 긴 기다림이 필요하고 스스로를 찢는 탈각이 필요하다는 것은 벌레나 파충류나 사람이나 매일반입니다. ⓒ 이안수


사람은 상상으로 우화하지만 매미는 실제 우화하니 매미가 사람의 일생보다 어찌 못하다 할 것인가?

나무를 심기 위해 땅을 파다가 삽을 놓고 제 겨드랑이에서 날개가 돋아 신선이 되는 상상을 해봅니다.

▲ 굼벵이를 피해 심은 꼭지윤노리 ⓒ 이안수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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