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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도 골든벨을 울려라..."

등록|2013.04.15 10:19 수정|2013.04.15 10:19
"빈민을 돕고 치료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

14일 방영된 KBS 1TV <도전골든벨>(667회)에서 91대 골든벨을 울린 진주고등학교(교장 정명규) 정찬렬 학생의 소감입니다. 정찬렬 학생 바람대로 의사가 되어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진주 고등학교 형이 골든벨을 울렸어요."

이날 방영된 <도전골든벨>은 지난달 26일 촬영한 것으로, 우리 집 아이들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얼굴은 모르는 형이지만 같은 지역의 고등학생 형이 골든벨을 울린 것이 좋았는지, 중학교 3학년인 큰아이가 같이 방송을 보자고 졸랐습니다.

"아빠, 진주고등학교 형이 '골든벨' 울렸대요. 이번 주 골든벨 같이 보면 좋겠어요."
"와! 진주고 학생이 골든벨을 울렸다고?"
"예."

"대단하네. 그럼 같이 봐야지."

▲ KBS골든벨을 시청하고 있는 아이들 ⓒ 김동수


<도전골든벨> 방영 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텔레비전 앞에 앉았습니다. 큰아이는 '화이트보드'까지 준비했습니다. 어려운 문제도 있고,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아빠!"
"응?"
"조광래 감독이 나왔어요?"
"조광래 감독이 무슨 질문을 하려고 나왔을까?"
"당연히 축구 문제!"
"막둥이가 그것을 어떻게 알아?"
"축구 감독이잖아요. 축구 감독이 내는 질문을 당연히 축구예요."


▲ 조광래 전 축구국가대표 감독이 골든벨 질문자로 나섰다. 조 전 감독은 진주고를 지난 1974년 졸업했다. 당시 진주고는 서부경남 최고 명문으로 축구 특기생이 아닌 입학시험으로 들어갔다. ⓒ 김동수


"조광래 감독이예요, 답은 바로셀라예요!"

막둥이 말처럼 조광래 전 축구국가대표 감독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대한 문제를 냈습니다. 조 전 감독은 지난 1974년 진주고를 졸업한 선배입니다. 당시 진주고는 서부경남 최고 명문으로, 조 전 감독은 축구 특기생이 아닌 입학시험으로 들어갔습니다. 막둥이의 우상 중 한 사람입니다. 지난해 국가대표 감독직에서 물러났을 때 얼마나 안타까워했는지 모릅니다.

"아빠 나 알겠어요!"
"답이 뭐야?"

"바로셀라."
"바로셀라?"
"응 바로셀라."
"아닌 것 같은데?"
"그럼 뭐예요."
"바로셀로나와 마드리드잖아."

"그래 바로셀로나!"

아이들은 금방 바로셀로나와 마드리드를 적었습니다. 정답입니다. 아이들은 좋아라합니다. 골든벨 문제를 풀었다니. 그것도 형들이 푸는 문제를 맞췄으니 얼마나 좋겠습니까.

▲ 스페인프리메라리가 양대 산맥을 묻는 질문에 답한 아이들 ⓒ 김동수


그리고 지난달 5일 숨진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관련 질문도 나왔습니다. 차베스 전 대통령이 어느 나라 대통령인지 물었습니다. 아이들이 몰라 아빠가 답을 했습니다.

"아빠 잘 모르겠어요."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 빨리 적어."
"베네수엘라는 잘 모르는 나라지?"
"예 잘 모르겠어요."
"아빠도 잘 몰라. 하지만 차베스 대통령은 알고 있어. 어떤 사람들은 차베스 대통령을 비판하지만 아빠는 '차베스 화이팅'이라는 말을 하고 싶어. 정말 대단한 대통령이었지."

"차베스 대통령은 대단한 대통령이었어"

▲ 지난 달 5일 숨진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어느 나라 대통령인지 묻는 질문도 나왔다 ⓒ 김동수


베네수엘라가 정답으로 나오자 아이들은 "역시 우리 아빠는 대단하다"고 했습니다. 아직도 아빠에 대한 '절대존경', '절대신뢰'를 보내고 있습니다. 물론 순전히 아빠 생각일 수 있습니다.

큰아이는 생각보다 문제를 많이 맞혔습니다. 마지막 문제인 50번도 어디선가 읽었다며 생각이 날 것 같다고 했지만, 맞히지 못했습니다. 학과 성적은 상위권이 아니지만 폭넓은 독서량 덕분에 골든벨 문제는 쉽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아내에게 "인헌이(큰아이)는 주입식과 외우는 공부가 몸에 안 맞아. 당연히 시험도 자기가 생각하는 방식이 아니니까, 성적이 안 나올 수밖에"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조금은 안타깝습니다.

진주고 정찬렬 학생이 드디어 50번 문제를 다 맞혔습니다. 골든벨을 울렸습니다. 석 달 만에 울렸다니, 얼굴도 모르는 학생이었지만 온 가족이 함께 축하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도 모르는 문제가 많았지만, 아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도 골든벨을 울리기 위해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기로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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