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경제민주화 무리 아닌지"... 여당에 가이드라인 제시?

박 대통령, 투자 위축 우려 언급, 경제민주화 후퇴 논란

등록|2013.04.15 22:09 수정|2013.04.15 22:09

▲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국회에서 여야가 논의 중인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에 대해 "무리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여당에 사실상 경제민주화 법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경제민주화 관련해서 (국회) 상임위 차원이기는 하겠지만 (대선) 공약 내용이 아닌 것도 포함돼 있다"며 "여야 간에 주고받는 과정에서 그렇게 된 것 같은데, 무리한 것은 아닌지 걱정 된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는 재벌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무죄입증 책임을 기업이 지도록하고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재벌 총수의 배임·횡령 등에 대해 최소 15년 이상의 징역형을 명문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박 대통령 "자꾸 누르는 게 경제민주화 아니다"

박 대통령이 특정 법안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이들 법안에 대한 재계의 반발이 크다는 점에서 투자를 볼모로 한 '재계 눈치보기'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기업들의 투자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투자 여건 마련을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미래성장동력에 투자하는 것에 대한 규제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푸는 것이 좋다고 보는데 이것이 경제민주화와 상충되는 게 아니다"라며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성실한 투자자에 대해서는 적극 밀어주고 뒷받침하고 격려하는 것이지 자꾸 누르는 것이 경제민주화나 정부가 할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또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큰 스케일에서 미래 성장동력에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에 대해 정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특히 외국기업 유치를 위해 많이 노력을 하는데 국내 기업이 역차별 받는 것은 아닌지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 같은 언급에는 경제 활성화와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과 함께 민간 부분의 투자가 살아나야 하는데 현재 정치권에 논의 중인 법안은 기업에 부담을 주는 과도한 규제라는 인식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추경을 마중물로 해 민간투자와 소비가 활성화되려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현재 상장기업 기준으로 할 때 기업이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만 52조원 수준인데 이 가운데 10%만 투자해도 정부가 추진하는 추경의 세출확대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에서도 박 대통령의 언급과 맥락을 같이하는 입장이 나왔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정치권에서 기업인의 의욕을 꺾지 않도록 상당히 배려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며 "선거 때는 이해가 되지만 아직도 대기업이 무조건 문제가 큰 것처럼 해서 기업인의 의욕을 꺾는 일이 없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원내대표도 "기업 의욕 꺾어서는 안돼"... 경제민주화 후퇴 논란

이처럼 박 대통령이 여야가 추진 중인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에 대해 재벌의 투자와 경제활동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여당 내에서도 대기업 투자 위축 우려를 앞세워 경제민주화 법안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대선 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가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해 총선과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는 지난 2월 인수위가 발표한 5대 국정목표에서 제외되면서 후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청와대는 논란이 일자 추가 브리핑을 통해 적극 해명에 나섰다. 박 대통령의 발언 취지는 경제민주화 후퇴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행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말씀은 경제민주화는 불공정한 제도와 관행을 바로잡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그 추진과정에서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까지 제약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그동안 제시한 '대기업 집단의 장점은 살리되 잘못된 점은 반드시 시정한다'는 경제민주화 추진의 원칙과도 일맥상통하는 사항임을 강조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원동 경제수석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4·1부동산 대책과 추경으로 경제 회복의 '마중물'이 마련되고 이게 효과가 있으려면 민간의 투자가 함께 살아나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인식"이라며 "대통령의 언급은 경제민주화 후퇴가 아니라 대선 때 약속했던 경제민주화의 당초 취지대로 투자 위축 우려 없이 국회에서 입법 될 수 있도록 정부가 균형을 잡으라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