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남·안면지킴이, 육지 등대 역할 '톡톡'
"태안 남쪽의 밤은 우리의 낮보다 아름답다"
침묵, 그의 야망은 두 눈 속에서 빛나고. 기다림, 그들의 열정은 오랜 시계바늘처럼 익숙하지만 날카롭다. 대농에서 마을지킴이로, 이방인에서 안면도지기로. 이용길(39·농업) 고남자율방범대장과 유갑열(44·정육업) 안면자율방범대장 사이 공통분모 찾기에 혈안이 된 지난 11일, 따스한 봄바람이 낯을 간질이는 오후 이 둘을 만났다.
이용길 대장은 마을에서도 '일꾼'이라 손꼽힐 정도로 덕을 쌓는 일엔 늘 먼저다. 자율방범대, 의용소방대, 지도자 활동까지 동네 팔방미인이라는 수식어가 그의 이름 뒤에 붙는다. '씨~익' 웃으면 금세라도 양 볼이 빨개질 것 같은 천진난만함 속에 세 딸들의 든든한 아빠라는 얘길 들으니 단단하지만 굴곡졌던 그의 인생이 궁금해진다.
이 대장은 46281m²(14000평)의 땅을 일구고 쌀을 수확해내는 게 일이다. 농업은 자신이 노력해 땀 흘린 만큼 거둬들인다는 절대 진리의 순리를 따르는 직업이라 더 마음에 든다는 이 대장.
창기초, 고남초를 거쳐 지금은 안면중학교 스쿨버스 운전기사로도 활약하고 있는데, 학생들에게는 늘 무뚝뚝한 버스기사 아저씨지만, 실제로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가슴 뜨거운 아저씨다.
안면중은 벌써 3년째 운행이지만 아이들과는 대화를 잘 하지 않는단다. 하지만 학생들이 조금 더 편안하게 집에 귀가할 수 있도록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라디오에 안전운전 만큼은 꼭 지킨다고.
고남면 장곡리가 고향이고 현재도 이곳에서 부인 양소분(33)씨와 알콩달콩 세 딸들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 대장은 지인의 소개로 1998년 방범대에 첫 발을 디뎠다.
이후 고남 지역에 살인미수자가 거주한다는 얘길 듣고 외국인노동자를 한참이나 찾아다녔던 일이며, 방과후 학생들의 귀가지도를 하며 있었던 소소한 사건들이 그를 점점 방범대의 매력으로 끌어들였다.
이제는 방범대를 떠나선 삶은 생각나지 않는다며 쑥스러운 고백도 털어놨다. 올해 고남지대는 고구마사업으로 지대 자체 수익사업을 계획 중이다. 이를 위해 25명의 대원들과 공조해 약 300평의 밭에 호박고구마 종순을 뿌린다고 했다.
"5월 20일께 호박고구마 종순을 심고 수확하면 장병우 사무국장의 인천지역 지인들을 통해 고구마를 판매할 예정입니다. 고구마 종순은 조태일 상임부대장과 제가 가지고 있던 것을 쓰고요"
재작년까진 방역사업을 했지만 대원들간 시간조율이 어려운데다 지대간 경제적 어려움이 커 올해 첫 시도하는 고구마사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
"순수 봉사니까 자체 사업을 통해 어느 정도 자금을 확보하면 더욱 값진 봉사의 밑거름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올해 초 30돌을 맞은 고남지대. 이름처럼 남쪽의 높은 곳이 될 수 있도록 발 벗고 뛰겠단다.
이에 반해 전라도 보성군 벌교가 고향인 유갑열 대장. 10년 전 여동생 내외가 살던 안면읍에 터를 닦기 시작해 이제는 말투 빼곤 온 몸과 정신, 또 태안의 정서를 두 손에 가득 담았다는 그. 부인 안인숙(39)씨와 1남1녀 남매를 둔 가장이거니와 40명의 안면지대원들의 길잡이로 활동하고 있다.
유 대장의 주 무대는 안면읍내 시가지와 꽃지해수욕장. 특히 여름이면 자녀안심하고학교보내기운동태안군추진본부(본부장 김창진·자안심)와 연계한 방범활동으로 야간시간대 안전한 안면도만들기의 일등공신. '헌신하며 봉사하는 방범대' 올해 유 대장이 추진하는 안면지대의 목표다.
방범대, 실상 봉사하는 건 맞는데, 헌신까지야 하겠지만 유 대장의 생각은 다르다. 주민들을 진정 위하는 마음이 없다면 순수한 봉사는 결코 어렵다는 게 그의 지론. 김수현(38) 사무국장과 함께 젊고 가슴 뛰는 혈기로 안면지대에 꽃을 피우리란 다짐도 해본다.
저녁 9시면 차량을 이용해 지역 곳곳을 순찰한다. 2008년 7월 안면중학교와 업무협약 이후에는 그간 방범대의 귀가서비스에도 할 말이 생겼다. 10명 학생들이 정당리로, 삼봉해변으로 각자의 집을 찾아 갈때면 대원들도 그들과 똑같이 밤을 지새우며 헌신하고 있다.
이후 밤 10시가 넘은 시각부턴 본격적인 도보 순찰이 이뤄진다. 안면도는 관광지다 보니 각종 사건 사고들로 몸살을 앓는다.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방범 활동이지만 밤이고 낮이고 1대 1로 대원미팅과 지대 협력에 공을 들이는 유 대장. 올해가 2년 임기의 끝이라며 다소 섭섭한 눈빛을 보이기도 했는데.
"안면도는 어쩌면 제2의 고향이죠. 사실 제가 이곳에 자리를 잡으면서 어머니도 모셔왔으니 더욱 그러하고요. 제 대원들은 하나같이 귀중한 값진 제 보물들입니다. 타지에서 이방인의 삶이란 그리 녹록치 않으니까요. 하지만 재작년 아픈 대원을 돕기 위해 대원들이 단합해 1천만 원의 성금을 모았던 거나, 혈기왕성한 30대 대원들이 대장이라는 이름으로 저를 잘 따라와 주며 봉사하는 모습을 볼 땐 정말이지 방범대에 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에게 방범대는 단순히 방범활동을 하는 곳이 아닌 제가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던 순간 가장 큰 힘이 돼 준 원천과 같은 곳이죠."
안면읍에 자리를 잡기 시작하곤 방범대 때문에 지역을 더 잘 헤아리고 이해하게 됐다는 유 대장. 안면도와 더불어 이제는 온 가족의 편안한 쉼터로 그렇게 기억되리라 되뇌며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을 아쉬워했다. 고남, 안면 그대들과 65명의 대원들이 있어 태안 남쪽 끝의 밤의 우리의 낮보다 아름답다.
▲ 이용길 고남자율방범대장 ⓒ 이미선
이용길 대장은 마을에서도 '일꾼'이라 손꼽힐 정도로 덕을 쌓는 일엔 늘 먼저다. 자율방범대, 의용소방대, 지도자 활동까지 동네 팔방미인이라는 수식어가 그의 이름 뒤에 붙는다. '씨~익' 웃으면 금세라도 양 볼이 빨개질 것 같은 천진난만함 속에 세 딸들의 든든한 아빠라는 얘길 들으니 단단하지만 굴곡졌던 그의 인생이 궁금해진다.
이 대장은 46281m²(14000평)의 땅을 일구고 쌀을 수확해내는 게 일이다. 농업은 자신이 노력해 땀 흘린 만큼 거둬들인다는 절대 진리의 순리를 따르는 직업이라 더 마음에 든다는 이 대장.
창기초, 고남초를 거쳐 지금은 안면중학교 스쿨버스 운전기사로도 활약하고 있는데, 학생들에게는 늘 무뚝뚝한 버스기사 아저씨지만, 실제로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가슴 뜨거운 아저씨다.
안면중은 벌써 3년째 운행이지만 아이들과는 대화를 잘 하지 않는단다. 하지만 학생들이 조금 더 편안하게 집에 귀가할 수 있도록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라디오에 안전운전 만큼은 꼭 지킨다고.
고남면 장곡리가 고향이고 현재도 이곳에서 부인 양소분(33)씨와 알콩달콩 세 딸들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 대장은 지인의 소개로 1998년 방범대에 첫 발을 디뎠다.
이후 고남 지역에 살인미수자가 거주한다는 얘길 듣고 외국인노동자를 한참이나 찾아다녔던 일이며, 방과후 학생들의 귀가지도를 하며 있었던 소소한 사건들이 그를 점점 방범대의 매력으로 끌어들였다.
이제는 방범대를 떠나선 삶은 생각나지 않는다며 쑥스러운 고백도 털어놨다. 올해 고남지대는 고구마사업으로 지대 자체 수익사업을 계획 중이다. 이를 위해 25명의 대원들과 공조해 약 300평의 밭에 호박고구마 종순을 뿌린다고 했다.
"5월 20일께 호박고구마 종순을 심고 수확하면 장병우 사무국장의 인천지역 지인들을 통해 고구마를 판매할 예정입니다. 고구마 종순은 조태일 상임부대장과 제가 가지고 있던 것을 쓰고요"
재작년까진 방역사업을 했지만 대원들간 시간조율이 어려운데다 지대간 경제적 어려움이 커 올해 첫 시도하는 고구마사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
"순수 봉사니까 자체 사업을 통해 어느 정도 자금을 확보하면 더욱 값진 봉사의 밑거름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올해 초 30돌을 맞은 고남지대. 이름처럼 남쪽의 높은 곳이 될 수 있도록 발 벗고 뛰겠단다.
▲ 유갑열 안면자율방범대장 ⓒ 이미선
이에 반해 전라도 보성군 벌교가 고향인 유갑열 대장. 10년 전 여동생 내외가 살던 안면읍에 터를 닦기 시작해 이제는 말투 빼곤 온 몸과 정신, 또 태안의 정서를 두 손에 가득 담았다는 그. 부인 안인숙(39)씨와 1남1녀 남매를 둔 가장이거니와 40명의 안면지대원들의 길잡이로 활동하고 있다.
유 대장의 주 무대는 안면읍내 시가지와 꽃지해수욕장. 특히 여름이면 자녀안심하고학교보내기운동태안군추진본부(본부장 김창진·자안심)와 연계한 방범활동으로 야간시간대 안전한 안면도만들기의 일등공신. '헌신하며 봉사하는 방범대' 올해 유 대장이 추진하는 안면지대의 목표다.
방범대, 실상 봉사하는 건 맞는데, 헌신까지야 하겠지만 유 대장의 생각은 다르다. 주민들을 진정 위하는 마음이 없다면 순수한 봉사는 결코 어렵다는 게 그의 지론. 김수현(38) 사무국장과 함께 젊고 가슴 뛰는 혈기로 안면지대에 꽃을 피우리란 다짐도 해본다.
저녁 9시면 차량을 이용해 지역 곳곳을 순찰한다. 2008년 7월 안면중학교와 업무협약 이후에는 그간 방범대의 귀가서비스에도 할 말이 생겼다. 10명 학생들이 정당리로, 삼봉해변으로 각자의 집을 찾아 갈때면 대원들도 그들과 똑같이 밤을 지새우며 헌신하고 있다.
이후 밤 10시가 넘은 시각부턴 본격적인 도보 순찰이 이뤄진다. 안면도는 관광지다 보니 각종 사건 사고들로 몸살을 앓는다.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방범 활동이지만 밤이고 낮이고 1대 1로 대원미팅과 지대 협력에 공을 들이는 유 대장. 올해가 2년 임기의 끝이라며 다소 섭섭한 눈빛을 보이기도 했는데.
"안면도는 어쩌면 제2의 고향이죠. 사실 제가 이곳에 자리를 잡으면서 어머니도 모셔왔으니 더욱 그러하고요. 제 대원들은 하나같이 귀중한 값진 제 보물들입니다. 타지에서 이방인의 삶이란 그리 녹록치 않으니까요. 하지만 재작년 아픈 대원을 돕기 위해 대원들이 단합해 1천만 원의 성금을 모았던 거나, 혈기왕성한 30대 대원들이 대장이라는 이름으로 저를 잘 따라와 주며 봉사하는 모습을 볼 땐 정말이지 방범대에 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에게 방범대는 단순히 방범활동을 하는 곳이 아닌 제가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던 순간 가장 큰 힘이 돼 준 원천과 같은 곳이죠."
안면읍에 자리를 잡기 시작하곤 방범대 때문에 지역을 더 잘 헤아리고 이해하게 됐다는 유 대장. 안면도와 더불어 이제는 온 가족의 편안한 쉼터로 그렇게 기억되리라 되뇌며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을 아쉬워했다. 고남, 안면 그대들과 65명의 대원들이 있어 태안 남쪽 끝의 밤의 우리의 낮보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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