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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쓰고 싶나? 그럼 이 책을 보라

[서평] 김영진 외 12명의 <나는 어떻게 쓰는가>

등록|2013.04.17 20:39 수정|2013.04.17 20:39

책겉그림〈나는 어떻게 쓰는가〉 ⓒ 씨네21북스

솔직히 글 잘 쓰는 사람들이 부럽다. 핵심을 콕 찍어 주고, 문장도 산뜻하고 간결하게 쓰는 사람들 말이다. 외국말보다 토박이 우리말을 더 살리고자 애 쓰는 사람들은 존경하기도 한다. 머리로 쥐어짜는 글보다 삶 속에서 우러나오는 그들은 더욱 살갑다.

김영진 외 12명이 쓴 <나는 어떻게 쓰는가>에는 그 비법이 담겨 있다. 각자 쓴 글은 개성이 넘친다. 어떤 이는 영화평론가 입장으로, 어떤 이는 기자로서, 또 다른 이들은 변호사와 동화작가 등, 13인 13색의 모습을 드러낸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글을 쓰고 있을까? 그들 모두 각자의 직업을 갖고 있지만 글감보다도 먼저인 게 있었다. 언제나 삶 속에서 우러나오는 인격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게 그것이다. 그것 없이는 앙꼬 없는 찐빵과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글이 무미건조하다는 건 그걸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그것은 기자 안수찬도, 목사 김진호도 마찬가지임을 고백한다. 보통 사람들은 모든 글을 자기 글로 생각지 않는단다. 그래서 깊이 읽지 않는단다. 하지만 삶 속에서 사랑하고, 실연하며, 투쟁하고, 갈등하는 글일 대할 때 모두들 자아가 뒤흔들린다고 한다. 그것보다 진솔한 삶의 고백이 없는 까닭이란다. 

또 하나 이 책을 통해 배우는 게 있다면 그것이다. 좋은 글은 한 번에 튀어나오지 않는다는 것 말이다. 그러니 여러 습작을 하도록 부추긴다. 물론 단순한 베껴 쓰기를 하라는 말이 아니다. 자신이 모델로 삼을 만한 글을 자신의 것으로 삼도록 하라고 타이른다. 그 속에서만 자기 것이 새롭게 나올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끊어 치기는 너무나도 중요할 것 같다. 기자 안수찬이 강조하는 것도 그것이다. 자기 글을 끊어 치는 게 오장육부를 잘라내는 듯 고통스럽기 그지없다고 한다. 하지만 뭔가 싹둑싹둑 썰고 끊고 후려 칠 때 감동적인 연애편지가 솟아나듯 멋진 글이 솟아오른다고 한다. 그 글이 리듬을 타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내 생각에 칼럼의 정수는 글쓴이의 관점이다. 다른 글과 달리 칼럼일수록 이 관점이 중요하다. 설득력이 뒷받침된다면 그 관점은 독특할수록, 남다를수록 빛이 난다. 문장 좋고, 논리 정연해도 관점이 평이하다면 그 칼럼은 재미가 없다. 당연한 말 아니냐고? 당연한 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본문 215쪽)

칼럼니스트 임범이 한 이야기다. 그만큼 읽는 이들에게 사랑받는 칼럼이 있다는 것이다. 미세한 입장 차이를 나만의 관점으로 만드는 게 바로 그 비결이란다. 그런데도 여러 신문을 보면 다르단다. 수사와 비유는 요란하지만 자기만의 독특한 관점이 없는 '재미없는 칼럼들'이 많다고 말이다. 그에 비해 '독특한 관점'은 칼럼의 생명과도 같다고 한다.

사실 '판사' 하면 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 부러워하는 이라 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그만큼 존경도 받고 말이다. 그런데, 변호사 정인진이 쓴 글을 읽다보니, 판사가 안고 있는 고충이 엄청나다는 걸 알 수 있다. 판사들이 써야 하는 '판결문'이 그것이다. 그걸 위해 날을 지새우고, 밥도 제 때 못 먹고, 노는 것이랑 휴식마저 때를 넘길 때가 많다고 한다. 절로 판사가 되는 것도, 절로 존경받는 게 아닌 셈이다.

결론적으로, 나도 이 책에서 새로운 모델을 발견했다. 내 개성에 맞고, 내 취향에 맞는 '글쓴이' 말이다. 짧고 산뜻하고 또 살갑게 글을 쓰는 사람, 그러면서도 곧잘 끊어 치고 있는 '그 사람', 이제부터 10년 동안은 그 사람의 글을 습작해야 겠다.

누가 그렇게 말했지? '글쓰기는 자아 노출의 공포와 열망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일'이라고. 아무쪼록 글로 자신을 알리고 또 글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어서 시원한 출구를 얻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면 이 책을 들여다 봤으면 한다. 13인 13인색의 다양한 글쓰기 모델이 있으니 말이다. 하여 자기 취향에 맞는 작가도 발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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