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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떼인 돈 돌려주세요"

미용실 스태프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거리축제

등록|2013.04.18 11:13 수정|2013.04.18 11:13

미용실 스텝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거리축제함께 하고 있는 청년들 ⓒ 오세연


커트 2만 원, 볼륨매직 18만 원. 유명 프랜차이즈 미용실의 가격이다. 바로 그 프랜차이즈 미용실 스태프들의 평균 시급은 2971원(2013년 최저임금 4860원),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64.9시간. 전국 180곳 조사결과, 근로기준법 100% 위반이었다.

지난 2월 청년유니온(위원장 한지혜)의 실태조사로 미용실 스태프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실태가 수면 위로 떠오른 데 이어, 17일 미용실 스텝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거리축제 '스텝을 위한 걸음, Step By Staff'이 신촌의 한 프랜차이즈 미용실 앞에서 진행되었다.

청년유니온의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해당 프랜차이즈 미용실 14개 매장 중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한 사업장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또한 청년유니온은 프랜차이즈 미용실에서 일하던 조합원의 임금체불과 관련하여 해당 프랜차이즈의 대표를 고발한 바 있다.

거리 축제는 임금체불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미용실 측을 규탄하는 한편,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 채 열악한 환경에 놓인 미용실 스테프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되었다.

청년유니온 정준영 사무국장의 사회로 거리 축제가 시작됐다. 정준영 사무국장은 "작년 여름부터 진행한 미용실 실태조사 결과 180곳 모두가 최저임금 위반, 법정 근로시간 위반이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며 "특히 스태프로 일했던 청년유니온 조합원이 체불임금 건으로 사장을 고발했는데, 미용실 측은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면서 오늘 힘찬 자리를 만들어보자며 분위기를 북돋았다.

발언하고 있는 김병철 조합원프랜차이즈 미용실에서 스태프로 일했던 김병철 조합원이 미용실 스태프들의 노동환경에 대해 폭로하고 있다. ⓒ 오세연


이어 임금체불의 당사자인 김병철 조합원의 발언이 이어졌다. 김병철 조합원은 "하루 11~12시간씩 일했고 한 달 80만 원가량을 받았는데 80만 원은 살아가는 데 버티기 어려운 액수였다"며 "시급이 3000원도 채 안 되면서 출근이 7시 20분까지였는데 21분에 도착해 벌금을 5000원 내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미용실 스태프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폭로했다.

또 "이러한 문제를 바꿔보고자 사장을 고발했는데 아무런 반응도 없이 넘어가려는 태도에 더 화가 난다"며 "실태가 이러니 바꿔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노측 대 사측으로 교섭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최저임금, 법정시간을 준수해야 하는것 아닌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실태조사를 함께한 김지선 조합원은 "실태조사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사업장이 있다. 72시간 최장시간을 하는 곳이었는데 법정 근로시간 45시간을 훌쩍 넘는 그 긴 시간 동안 근무를 어떻게 할까, 80만 원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며 "돈과 사람이 직업 결정 기준인데 그런 급여로는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는 기준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스태프들의 노동환경이 꼭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년유니온 조합원이자 국회의원인 장하나 의원(민주통합당)도 거리 축제에 함께했다. 장 의원은 "기술을 배운다는 이유로, 이 힘듦을 견뎠을 때만이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는 논리가 열악한 근무 환경에 처하게 한다"고 규탄하며 "고용노동부가 유력 미용실 프랜차이즈 7개를 대상으로 최저임금 위반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는데, 가까이서 감시하는 게 (청년유니온의) 역할인 것 같다"며 앞으로도 계속 함께 싸워나갈 것을 다짐했다.

아르바이트 문제로 함께 싸워가고 있는 알바연대도 거리축제에 함께하며 스태프들의 처우 개선에 목소리를 높였다. 알바연대 이혜정 활동가는 "청년유니온의 실태조사 활동을 보고 놀라고 감동도 받았다"면서 "미용실 문제가 이 정도일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함께 문제 해결에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거리축제를 마친 참가자들거리축제에 함께 한 참가자들이 행사 후 기념촬영을 진행했다 ⓒ 오세연


꿈꾸는 청년들의 연대은행 '토닥토닥 협동조합' 대표이자 청년유니온 사무국장으로 활동한 바 있는 조금득 조합원은 "미용실 산업 실태조사를 한다고 했을 때 마음이 울컥했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2010년 청년유니온 시작 전부터 세대별 노동조합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인천에서 한 어머님이 전화를 주셔서 '내 딸이 미용실에 다니는데 12시간을 일하고 한 달에 80만 원을 받는다'며 '어떻게 해결할 수 없겠냐'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면서 "그게 계속 마음의 짐으로 남아서 언젠가 이 문제를 꼭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약속을 지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2010년에는 최저임금 실태조사로, 2011년에는 주휴수당 문제로 고용노동부를 견인했으니 2013년에는 미용 스태프들에 대한 문제제기로 고용노동부를 견인해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저임금 문제에 당사자로 함께 싸워나가고 있는 전국여성노조 최순임 사무차장도 자리에 함께했다. 최 사무차장은 "전국여성노조가 1999년에 생겼는데 제일 먼저 한 사업이 최저임금 실태조사, 토론회 등이었다. 아마 노동계에서 제일 먼저 최저임금 문제를 제기했던 것 같다"면서 "최저임금 문제가 여성의 문제로 시작했는데 점점 젊은이들, 청년들의 문제로 확대되었다. 이것은 월급을 올리는 게 아니라 법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열악한 미용 스태프들의 노동조건을 끊어버리자는 의미로 리본 컷팅을 하며 집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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