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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 80점, 자치단체장 중 최고지만..."

[인터뷰] 김명수 서울시의회 의장

등록|2013.04.19 14:47 수정|2013.04.19 14:47

▲ 김명수 서울시의회 의장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점수를 굳이 매기자면 80점 정도"라며 "박 시장은 처음부터 보여주기식 건설이 아니라 부채 감소와 생산적 복지, 사람 중심의 예산 편성 등을 강조하면서 올바른 정책 방향을 잡았다"고 평가했다. ⓒ 남소연


"박원순 시장의 점수요?"

김명수 서울시의회 의장은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굳이 매기자면... 80점 정도는 될 것 같은데요."

지난 8일 서울시의회 의장실에서 만난 김 의장은 "이 정도면 높은 점수"라면서 "서울시민들에게 축북이 되는 시장이 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 시장은 처음부터 보여주기식 건설이 아니라 부채 감소와 생산적 복지, 사람 중심의 예산 편성 등을 강조하면서 올바른 정책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오세훈 전 시장, 안양천에 통통배 띄우겠다고 2700억 원 요청"

- 우리나라 광역자치단체장 중 80점 이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인물이 있는가?
"그것도 내가 평가하기에는 적절치는 않은 것 같지만, 그 이상은 없어 보인다. 최고 점수다."

- 너무 후한 점수를 준 것은 아닌가? 서울시의회가 시정을 견제하는 기능이 무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는 않나?
"박원순 시장이 민주당 출신이어서 그가 하는 일에 모두 거수하고 의결하지는 않는다. 시정질문을 하거나 상임위 활동을 하면서 호되게 견제하고 감시한다."

- 100점 만점으로 치면 20점이 모자라는 데 마이너스 요인은 무엇인가?
"관광 인프라 구축 등 미래 유산을 만들어야 한다. 가령 서울시 자산이 100조원이다. 이를 재생산하고 활용하면 세외 수입을 늘일 수 있다. 세외 수입을 늘라는 마인드가 아직은 부족하다." 

그는 '사람 중심' 박 시장의 반대편에 서 있는 인물로 오세훈 전임 시장을 꼽았다.

"오 전 시장은 안양천에 통통배를 띄우겠다고 2700억 원 예산을 요청했다. 중랑천에 배를 띄운다고 3500억 원을 달라고 했다. 수심이 앝은 곳에 배를 띄우려면 방수벽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벽을 보면서 배를 타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오 전 시장은 교통 분산 효과가 있고 관광 인프라를 구축한다고 이야기했는데, 그 말을 들어줘야 했을까? 전형적인 토목성 전시 예산이다."

그는 또 무상급식 정책을 예로 들었다.

" 오 전 시장이 강행하려고 했던 차별적인 학교 급식 정책을 실행했다면 어떤 학교는 학생들 70%가 무상급식을 제공 받게 되고, 다른 어떤 학교는 학생 55%가 무상급식을 제공받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70% 학생들이 무상급식을 받는 학교는 '못사는 학교'로 소문이 난다. 그러면 어떤 학부모가 자기 아이를 못 사는 아이들 많이 있는 학교에 보내고 싶어 하겠나?"

그는 이어 " 현대사회에서는 화합과 분배의 리더십이 요구되는 데 오세훈 전 시장의 정책은 이를 역행하는 정책"이라면서 "우리가 주민투표를 붙여서 오 전 시장을 내쫓은 게 아니라 자기 정책에 발목이 잡혀서 스스로 나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지방자치제, '반쪽 자치'"

▲ 김명수 서울시의회 의장은 "1991년 지방자치제도 부활 이후 인사권 독립과 보좌관제 도입은 전국 모든 지방의회의 지속적인 요구사항으로서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 남소연


이날 김 의장을 만난 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회장이기도 그로부터 분권의 현주소를 알아보자는 취지였다. 김 의장은 현행 지방자치제가 온전한 지방자치제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반쪽 자치'라고 규정했다.

"서울시의 자체 인사권도 극히 제한적이다. 자치단체들이 지역 특성에 맞게 인사권을 발휘하려고 해도 증원조차 할 수 없다. 안전행정부가 자치단체 1급 공무원의 정원을 다 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원순 시장은 나에게 '부시장이 7명쯤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맞는 말이다. 현재 2명의 부시장으로는 1000만 인구가 사는 서울의 경제, 사회 등의 분야에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김 의장은 의원 보좌관 제도 도입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서울시 교육청 예산까지 포함해 서울시의회가 심사해야할 예산은 33조원이다. 김 의장은 "오 전 시장이 시행하려고 했던 것 같은 선심성 낭비 예산을 절감하면 몇 조원의 혜택이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면서 "서울시의회 114명의 의원에게 보좌인력 한두 명을 두면 연간 25억 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데 투입 대비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 지방 의원 자질문제가 매번 언론에 오르내린다. 이런 상황에서 보좌관까지 둔다면 시민들이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시민들의 생활 편리를 위해 조례를 만들어야 할 텐데 의원 혼자서 그 일을 다 할 수 없다. 자료를 수집-분석하고 검토한 뒤에 그 혜택이 누구한테 가는지도 시뮬레이션을 해야 한다. 입법 조례활동을 하려면 최소한 1명의 보좌 인력이 있어야 한다."

지방 재정도 어렵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8:2다. 김 의장은 "최소한 6:4로 재조정해야 한다"면서 "중앙정부는 부동산 취득세와 양도세를 줄이겠다고 하는 데 그럼 지방 재정은 더 열악해진다"고 우려했다.

김 의장은 선심을 쓰듯이 복지정책을 내던지는 중앙정부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았다.

그는 "중앙정부는 매번 인심을 쓰듯이 어린이 교육사업 등 복지 정책을 내거는데, 실질적으로는 어려운 자치단체들이 자기 예산을 쪼개서 힘겹게 메우고 있다"면서 "이런 복지 사업은 대부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매칭 사업으로 추진하는데, 예산 배분율은 중앙정부가 20%이고 서울시가 80%를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복지 정책을 발표하면 자치단체들이 그 뒷감당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 재정과 관련,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안전행정부 2013년 업무보고에서 지방소비세를 5%에서 10%로 확대하고 지방소득세를 독립세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김 의장은 이에 대해서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김 의장은 "서울은 상대적으로 괜찮지만, 재정 자립도 20%도 안 되는 지방의 경우는 안전행정부의 업무보고가 실현된다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 마지막으로 서울 시정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할 과제가 있다면?
"서민경제가 어렵다. 어떻게 살려야할지 고민이다. 우선 관급 공사는 줄여야 하지만 민간 건설은 행정 지원을 해서라도 살려야 한다. 그래야 서민들이 살 수 있는 틈새가 생긴다. 박 시장은 특혜에 민감하다. 시민운동을 통해 습관적으로 체득한 것이다. 민간 기업이 무슨 일을 하면 우선적으로 특혜인지, 아닌지를 따진다.

한 기업이 생명단지를 만들겠다면서 서울시에 부지를 요청했다. 그런데 그 기업에서 요구한 부지를 반도 못줬고, 나머지 땅은 다른 업체에 쪼개서 주려고 결정을 했는데 아무도 들어오지 않고 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은 무상으로라도 기업을 유치하려고 혈안이다. 서울시도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테마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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